사내 신뢰의 첫걸음은 CEO 행동서 시작

미국에서 매년 발표되는 ‘포천 100대 기업’은 일하기에 훌륭한 기업(Gre-at WorkplaceㆍGWP)의 대명사다. 이들의 경영전략은 구성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와 열정, 몰입을 끌어내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쪽으로 모아진다.다양한 제도ㆍ방침(Practice)을 개발, 실천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뢰경영의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눈 ‘포천 100대 기업’의 제도및 방침을 5회에 걸쳐 특집으로 다룬다.1. 믿음(Credibility) - 포천 100대 기업의 프렉티스구성원의 신뢰를 끌어내 자연스럽게 회사와 업무에 대해 열정과 몰입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진이 구성원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성원을 존중하고 역량개발과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회사가 노력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물론 말로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믿음을 강화할 수 있는 방침ㆍ제도가 개발되고 그 실행이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최고경영자의 방문을 항상 열어놓고 누구라도 찾아와서 대화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오픈도어(Open door)정책이라는 것이 있다.이는 최고경영자와 구성원간의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경영자의 가시성(Visibility)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이다.‘포천 100대 기업’ 중 상당수가 오픈도어를 기본 방침으로 삼는다. 오픈도어를 통해 실효를 거두는 기업은 사장실의 위치가 다르다.건물 공조시설을 만드는 TD인더스트리의 경우 일반 사무를 보는 부서의 한쪽으로 사장의 집무공간이 있을 뿐이다. 사장이라고 별도의 주차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착하는 순서대로 차를 주차시킨다.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최고경영자가 늘 구성원 곁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외부 고객과 하는 것만이 최고경영자의 조찬미팅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TD인더스트리의 잭 로웨 주니어 회장은 연간 20회 이상 무작위로 뽑힌 10~15명의 종업원들과 조찬미팅(Empolyee Round TableㆍERT)을 한다.정보통신 컨설팅업체인 액시옴은 각 사업부문장과 아침식사를 시작으로 관리자들과 1대1 면담을 한 후 60~80명 단위의 구성원들과 미팅을 갖는 ‘캠퍼스데이’를 연 15회 이상 실시한다.항공회사인 콘티넨털에어라인은 매달 최고경영자가 각 도시의 사업장을 순방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 ‘경영자 순례’(CEO Exchanges)라는 제도가 정례화돼 있다. 또 매주 금요일 음성메일을 발송하고 그 내용을 다시 e메일로 전사와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한다. 경영자로의 피드백은 다이렉트콜이나 메일박스를 통해서 이뤄진다. 이 같은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최고경영자의 가시성을 높이는 결과도 낳는다.최고경영자에 대한 구성원의 믿음을 높이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가시성의 향상은 물론 정직성(Integrity) 및 인재관리의 역량(Competence)을 갖추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이중 정직성은 개인적인 행동을 통하거나 기업의 확고한 가치체계를 통해서 드러난다. 전자소매업체인 CDW의 존 에드워슨 사장은 공격적인 판매목표를 제시한 후 이것이 달성되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선언, 실제로 잘랐다는 일화가 있다.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잘 알려진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켈러 회장은 광고카피의 표절시비가 일자 상대방 최고경영자와 “사장끼리 팔씨름으로 승부를 가르자”고 제안한 후 약속장소에 찾아갔다고 한다.상대방 최고경영자가 약속을 저버리고 젊은 사람을 내보내 팔씨름은 졌지만 소송은 취하됐다고 한다.중요한 것은 스스로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정직성이라는 요소는 또 회사의 강령 등을 통해서도 확고하게 수립돼 있어야 한다.회계컨설팅업체인 플랜트&모런은 ‘업무수행이 개인의 신념을 해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윤리강령을 세워 준수한다.페덱스의 PSP 원칙은 잘 알려진 회사의 가치체계다. 구성원(People)을 최우선으로 해서 고객(Service)과 수익(Profit)을 추구한다는 원칙이다. 이 같은 원칙의 부분은 다양한 제도ㆍ방침을 통해 보다 구체화되고 실천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돼야 한다.인재관리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독특한 팀이나 액션 프로그램을 개발, 운용한다.의료서비스업체인 뱁티스트헬스케어는 ‘서비스 액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선 근무자가 고객의 불평을 접한 경우 15분 이내에 답변을 하도록 교육받으며 동시에 250달러 이내에서 자유롭게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금융서비스회사인 SEI인베스트먼트는 비전팀과 EPS팀을 구성, 커뮤니케이션 전략개발 이슈해결 등을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구성원의 신뢰(Trust)를 얻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믿음(Credibility)의 강화는 최고경영자의 행동여하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즉 최고경영자가 명확한 방향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구성원의 믿음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 물론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오픈도어 정책만을 봐도 그렇다. 이에 대한 소개가 있은 후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이를 기본 방침으로 채택한다고 밝혀왔다.그러나 최고경영자의 방을 열어놓는다는 방침은 있으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방침’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의 본사는 고층건물이 대부분이다. 사장실은 일반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과는 아예 층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이뿐만이 아니라 발을 떼는 것이 조심스러울 정도로 깨끗하게 고가의 내장재로 꾸며져 있다. 사장보다 비서가 손님을 먼저 맞는다. 이런 상황에서 문을 열어놓는다는 방침이 있다고 자유롭게 사장실을 찾아가 의견을 피력할 직원이 얼마나 될까.미국의 경우 땅이 커서 그런지 본사가 저층구조로 된 기업도 많다. 사장실은 공장에서 관리부서로 서류를 떼러 가면서 지나치게 되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 곳이 적잖다. 나아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부서의 한쪽에 사장의 집무공간이 있는 경우도 많다.이 같은 물리적 환경과 어우러질 때 오픈도어 정책이라는 것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어느 반도체회사는 최고경영자가 매년 이 사무실 저 사무실을 전전하면서 근무를 한다.가급적 회사의 다양한 구성원과 만나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관행으로 정착된 것이다. 물론 이 회사에는 임원용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차장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다.물리적 환경이 적합하게 갖춰져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 수시로 접하고 격의 없이 지냄으로써 그들의 믿음을 끌어내야 한다는 최고경영자의 인식과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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