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장애요인 제거 필요

일본 기업들의 화교인맥과 합작 통한 중국진출 주시해야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화인자본(華人資本)을 유치하기 위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 등장 이후 외환자유화 조치가 속속 발표됨에 따라 화인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중국 본토 밖에 거주하는 화인(華人)의 수는 세계인구의 1% 정도인 약 6,0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아시아 1,000대 기업 가운데 과반수를 소유 또는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경제와 아시아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동시에 국제금융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화인자본의 규모는 약 2조5,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제일선 자금(first facility)의 역할은 유태인 자본이 차지하고 있지만 2000년부터는 국제기채(起債)시장의 제1선 자금으로 유태계 자본을 제치고 화계자본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국가에서는 화인자본이 상장회사 시가총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잘 알려진 대로 화인자본은 국가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해 자기 이익을 잘 지켜주는 국가를 투자처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들어서는 다른 자본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리스크 분산 전략에서 벗어나 투자이익을 중시하는 생존전략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 화인자본의 유치와 관련해 예의 주시해야 할 변화다.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화인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목적에서 비롯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과 일본계 자금과 달리 화인자본은 장기투자의 성격이 짙다.이에 따라 안정적인 자금확보가 가능해져 경제발전과 기업자금 운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특히 개도국을 중심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적으로 값싼 엔화자금보다 화인자금을 더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다른 하나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국을 포함한 화인경제권과의 경제활동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자금사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선진국 기업들이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화인자본을 유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이런 목적으로 화인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2025년 중국이 미국 앞선다’우리 입장에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화인경제권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거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한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과 일본계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점에도 원인이 있었던 만큼 위기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화인자본 유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앞으로 화인자본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 주요 예측기관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화인경제권이 21세기에는 세계 어느 경제권보다 빨리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WTO 가입에 따른 개방효과(open effect)가 본격화될 경우 오는 2025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급부상함에 따라 동아시아의 경제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작용하고 있는 점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간의 통상마찰이 불거진 지 오래됐고 일본과 중국간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태다.사실 일본과 중국간의 갈등은 아시아 경제중심축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보통 경제중심축은 세계 최대 시장에서의 무역성과로 평가한다. 이미 2000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다.특히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일본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점이 향후 동북아지역의 협력문제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변수다. 현재 일본경제는 일부 경지지표에 있어서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침체국면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국제금융시장의 골칫거리로 등장하면서 위기설이 반복될 정도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경기침체 속에서도 일본경제의 자존심과 엔화가치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던 무역수지마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한때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을 꿈꿨고 무역흑자국의 상징이었던 일본이 악순환 국면에 몰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시장잠식과 일본 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중국이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직까지 해외에 진출하지 않은 대기업 가운데 51%가 향후 3년 이내 해외진출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중 약 91%가 중국에 진출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동남아 기업들이 중국진출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산업공동화라는 공통적인 현안을 안고 있는 것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고 볼 수 있다.결국 앞으로 화인자본을 잘 활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동북아지역에 있어서 새롭게 태두되는 질서변화에 뒤떨어지지 않고 각국 경제와 기업들의 앞날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이 혈연, 지연, 업연(業緣)을 중시하는 화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교들간에 구축돼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현재 화교조직으로 대표적인 것은 ‘국제화교협회’와 ‘세계화상대회’를 들 수 있다. 국제화교협회는 1981년 설립된 이후 150개의 소규모 화교협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2년마다 정기회의를 갖고 있다. 세계화상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상(華商) 네트워크로 회의 때마다 약 1,000명의 화상들이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근 들어 이들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기업들은 90년대까지 유지해 왔던 단순한 정공법에서 벗어나 화교기업과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특히 과거 중국투자에 실패한 일본기업들이 기존의 중국에 대한 투자전략을 수정해 화교인맥과의 합작을 통한 연계진출 전략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점은 국내 기업들이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방법으로 일본기업들이 중국진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 일본 내에서는 제조업 공동화를 심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우리 내부적으로도 화인자본들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물론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 추진 이후 현재 모든 외국자본 거래가 자유로운 상태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들이 화인자본을 활용하는 데 있어 사회 및 경제적인 인프라를 포함해 많은 측면이 미흡한 실정이다.정부로서도 외자유치 정책에 있어서 갈수록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자본보다 화인자본이 유치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미국을 포함한 특정국 중심의 편향적 대외정책 성향에서 벗어나 균형감을 회복하는 데 커다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