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거래 증가를 위한 정책 필요

외환시장 참여자 능력 배양은 물론 원화 국제화에 적극 노력해야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방문과 박승 한은 총재의 동아시아ㆍ대양주 중앙은행 총재회의(EMEAP) 참석을 계기로 현 정부가 대외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과제가 속속 가시화됨에 따라 우리의 위상강화 작업이 시급해졌다.그중 가장 빨리 진전되고 있는 금융분야에서 우리가 좋은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원화의 거래단위를 축소하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과 아벨 마테우스 전 포르투칼 중앙은행 부총재가 제안한 바 있는 ‘키보(Kibor)금리’를 도입하는 방안이 핵심이다.키보 금리는 ‘Korea inter bank offered rates’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한국(좁게는 서울) 시중은행간의 금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모든 외환거래의 국제기준이 되는 새로운 금리지표다.앞으로 이 금리가 도입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이 한단계 도약하고, 우리나라가 최소한 아시아지역 내 국제금융센터로써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키보금리의 논의 배경 = 일단 실현가능성을 떠나 키보금리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그동안 동아시아지역 내에 속한 국가간 금융협력을 위해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공동화폐 도입, 아시아 채권시장과 아시아 신용평가기관 창설 등을 논의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중간자 혹은 균형자(balancer)의 위상을 강조해 왔다.그 결과 그동안 ‘아세안 + 한ㆍ중ㆍ일간 재무장관 회의’ 등을 통해 거론돼 온 준IMF 체제가 출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준IMF 체제란 공식적인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아시아지역 내 외환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아시아판 IMF’를 의미한다.앞으로 태어날 준IMF 체제에서는 △외환위기 재발을 사전에 알 수 있는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외환위기시 달러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역내 회원국간의 통화스와프 협정체결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성 자본을 감시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는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키보금리가 도입될 경우 이런 준IMF 체제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일반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 런던 시중은행간 금리인 리보(Libor)금리를 사용해 왔다. 다시 말해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리보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의 위험요인(risk premium)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여 조달금리로 잡는 것이 보편적인 관행이었다.최근 들어서는 유로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미국의 위상이 여전히 유지되는 대신 국제금융시장에서 런던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떨어짐에 따라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도 많이 변하고 있다.다시 말해 유럽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 리보금리뿐만 아니라 유로랜드 내 시중은행간 금리인 유리보(Euribor)를 사용한다.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는 3개월 재무부 증권수익률에 가산금리를 붙여 조달금리로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갈수록 국제금융시장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세계경제질서 측면에서도 소위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급속히 재편 중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경제권,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권, 그리고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권간의 견제와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21세기의 세계경제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더욱이 3대 광역경제권별로 단일통화 도입이 빨라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유럽지역에서는 유로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북미경제권에서는 미 달러화를 미국과 과테말라, 에콰도르, 파나마, 온두라스에서 공식화폐로 채택하고 있지만 중남미지역에서는 계속된 경제불안으로 금융기관 예금의 80% 이상이 달러화 예금이 될 정도로 달러라이제이션이 진전된 상태다.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동아시아지역 내에서도 단일통화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는 상태다.이 경우 국제통화질서는 미 달러화와 유로화, 아시아 단일통화를 축으로 한 3극 통화체제가 정착될 것이 확실시된다. 물론 환율운용체계에 3극 통화간의 환율움직임에 상하제한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결국 이러한 세계경제질서에 아시아 국가들이 대응하고 그 속에서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선택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지역의 금리체계를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키보금리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 = 앞으로 키보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하나는 국내 외환시장이 최소한 아시아 외환시장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인식 차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띠어야 한다.특히 키보금리가 아시아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외환금리간의 체계(interest system)에서 기준금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 키보금리가 아시아 금융시장의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전제조건을 토대로 국내 외환시장의 여건을 점검해 보면 사이보(sibor)금리가 당장 도입되기는 힘들다.무엇보다 국내 외환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아시아 외환시장을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보편성 측면에서도 아시아 외환시장 가운데 기존의 도쿄 외환시장이나 싱가포르 외환시장, 홍콩 외환시장에 비해 한국 외환시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경제외적으로도 남북한 대치상황이 지속돼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센터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요인을 안고 있다.▲키보금리 도입을 위한 정책과제 = 앞으로 키보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규모부터 늘릴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외환시장의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층적(中層的)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그중에서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능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원화의 국제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특히 원화의 국제화 문제는 현재 동아시아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동화폐 도입과정과 조만간 출범할 준IMF 체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키보금리의 도입방안은 지금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한국 금융시장이 한단계 도약하고 국제금융센터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검토돼야 할 문제다.지금부터라도 키보금리를 도입하기 위한 제반 과제들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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