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고기’선보인 달팽이박사

“물개고기 한 번 드셔보세요.”5월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계음식문화연구원에서 시식회가 열렸다. 입구까지 가득 찬 시식회 참가자들은 신기함과 호기심에 들떠 있었다. 내놓은 요리가 물개고기였기 때문이다.연구원의 협찬 아래 물개고기를 선보인 주인공은 한민식품의 이경삼 사장(52). 이사장은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수입허가를 받아 이날 해왕한방탕, 해왕수육, 해왕찜 등을 선보였다. 해왕(海王)은 물개의 다른 이름.“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물개고기는 캐나다 뉴펀들랜드와 극지방 거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식량자원입니다. 저지방이며 단백질, 칼슘, 철분, 마그네슘 등이 포함돼 있는데다 바다라는 야생에서 성장해 보양식품으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이사장의 특이한 음식기행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해외출장을 다녀온 친구의 말에 하던 영화엔지니어를 접고 달팽이양식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특급호텔에서 쓰이는 달팽이가 전량 해외에서 수입돼 고가로 팔린다는 시장조사까지 마친 그는 가족과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초로 달팽이양식장을 차렸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돼 수입한 식용달팽이가 모두 죽는 등 실패를 맛봤다.“처음에는 달팽이가 이슬만 먹고 자라는 줄 알았습니다. 매일 분무기로 물을 뿌려줬더니 며칠 안돼 모두 죽었습니다. 그래서 바닥의 흙도 바꿔주고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 바꿔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암담했습니다.”83년 당시 230만원의 자본금을 모두 날린 이사장은 아들의 돌반지까지 내다팔아 모은 돈으로 달팽이를 성공적으로 양식하고 있는 대만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대만에서 달팽이양식 노하우를 쉽게 가르쳐줄 리가 없었다.이사장은 1년여를 대만에서 살면서 달팽이양식 관련 책을 구해 번역하는 등 달팽이사업에 매달렸다. 유기질이 함유된 흙에서 해답을 구한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달팽이사업을 벌였다. 88년 국내 특급호텔에 식용달팽이를 납품하면서 처음으로 흑자를 거뒀다. 이런 까닭에 그는 달팽이박사라는 타이틀도 지니고 있다.달팽이사업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얻자 이사장은 수년전부터 물개고기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에는 수입허가가 잘 나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이미 20년 전에 벤처기업을 차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또 한 번의 벤처기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달팽이의 성공에 이어 물개고기도 낯설지 않은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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