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영향 덜 받는 업종 … 차별화로 승부

훤히 보이는 큰 유리창 앞에서 즉석에서 김밥을 말아 판매하는 김밥전문점. 김밥전문점이 등장한 것은 90년대 중반 대학가이다. 등장 초기만 해도 분식집의 한 유형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대표적 분식업종으로 자리잡았다.한국형 패스트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밥은 영양이 골고루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저렴하고 간편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 간식은 물론 주식, 도시락 특수 등 다양한 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매출증대에 유리하다. 유통 측면에서도 매장에서 먹을 수 있고, 테이크아웃, 배달까지 다양한 채널을 갖고 있어 입지가 좋고 발품을 열심히 팔면 뛰는 만큼 벌 수 있는 업종이다.특히 프랜차이즈화에 힘입어 개미처럼 열심히 일할 각오가 돼 있는 퇴직자들에게 김밥전문점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대명사처럼 여겨진다.창업 측면에서 김밥전문점의 특성은 가맹비, 인테리어비 등 개설자금이 적게 든다는 점 때문에 투자회수에 유리하다. 단 김밥전문점은 입지형 업종이므로 점포선정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점포 앞에 유동인구가 많고 가시성이 높으며 젊은층의 유동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 유리하다. 단 점포임대료가 저렴한 주택가라면 배달 수요 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메뉴를 다양화해 폭넓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수요가 안정적인 업종이지만 김밥전문점의 기본 특성을 무시하면 실패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부지런히 뛸 각오가 돼 있지 않은 창업자라면 김밥전문점을 열어서는 안된다.서울시 강서구에서 김밥전문점을 운영하던 김모씨(45).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거라 쉽게 생각했던 김밥전문점을 운영하면서 판단의 실수로 실패를 맛봐야 했다. 창업비용은 가맹비 500만원에 평당 인테리어비용 150만원 등 모두 3,500만원이었다.창업 초기에는 기대한 만큼의 수익이 생기는 등 창업 기대가 현실로 이뤄져 행복하기만 했다. 그러나 주위에 김밥전문점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불붙어 초기 월 평균 2,500만~3,000만원선의 매출이 1,500만원으로 급감했다.아파트단지와 주택가가 밀집된 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이렇게까지 된 원인은 무엇일까. 김씨의 실패는 경영마인드 부족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맛’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그는 본사에서 일주일간의 기술교육만 받고 창업을 했고, 단기간에 모든 음식의 맛을 익히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또한 본사의 직원 역시 오픈이벤트가 끝나고 모두 철수해버린 상황에서 맛 관리에 소홀히 생각했던 것이 주된 실패 이유였다.줄어든 매출에 결국 김씨는 운영을 포기하고 박모씨(40)에게 점포를 넘겼다. 그러나 박씨 또한 운영 미숙으로 인해 당시까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매출이 오르지 않자 박씨 역시 재료비에서 비용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재료들이 신선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 고객들은 외면을 했고 손님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입소문이 돌기 시작해 현재는 월 매출 1,000만~1,200만원선. 박씨 역시 점포를 내놓은 상태이다.반면 김밥전문점의 특성을 잘 살린 운영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서 맛밥김밥을 운영 중인 이동록씨(31). 경남 마산에서 컴퓨터대리점을 하다가 서울에 와서 시장조사를 한 결과 많은 김밥전문점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김밥전문체인점들로 선택에 어려움을 느껴 각 체인 점포에서 맛을 보고 체인점 문의도 여러 번 하던 중 맛밥김밥의 김밥 ‘맛’에 브랜드를 선택했다.지난해 10월 오픈할 때 가맹비 500만원, 인테리어와 집기, 에어컨 등을 포함한 창업비용은 4,700만원이 들었고, 건물 1층 20평짜리 점포를 권리금 1억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75만원에 임대계약했다. 본사에서 점포위치까지 선정해주었고, 창업 초기 때부터 많은 도움을 주는 본사에 대한 만족도도 크다.일일 매출은 130만원이다. 따라서 월 매출은 4,000만원이며 여기서 월세,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1,300만원이다. 개업 첫 달의 매출은 2,000만원이었으며 그 다음달은 2,500만원, 개업 4개월 후부터는 3,500만원의 안정세를 타고 경기불황이 극심하다는 요즘에도 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신월점은 주택 밀집지역에 주위에 상가도 많다. 유동인구와 상가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인근에는 시장과 은행, 약간 거리가 있지만 건널목도 있다. 주 고객은 낮에는 주부들과 장사하는 아주머니, 오후에는 중고생들이 많다.대표메뉴는 ‘1,000원 김밥’. 그러나 입점고객들이 주문을 하는 것은 종류가 다양하다. 일미돈가스(3,500원), 제육덮밥(3,500원), 짬뽕라면(2,500원), 짬뽕우동(3,000원) 또한 인기가 높다.이씨는 무엇보다도 가격 대비 높은 품질력에 성공점수를 준다. 1,000원짜리 김밥이지만 본사 자체에서 품질향상을 위해 쌀도 고급인 추정미를 사용하고, 재료들도 최고급을 고집한다.돈가스도 일반 냉동돈가스를 튀겨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재료선정부터 조리를 하고, 짬뽕라면의 경우 체인 본사에서 가르쳐준 특별 요리법으로 만들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입소문이 퍼졌다.이씨의 맛의 비결은 또한 장기간에 걸친 기술전수교육에 있다. 다른 사람들은 길어야 2~3주로 끝내려는 교육을 자청해서 8개월 동안 무보수로 주방에서 설거지, 요리, 김밥말이, 배달까지 몸으로 익힌 것이다. 배달을 하면 음식이 식어 맛을 가장 우선시 여긴 이씨는 아주 가까운 거리 외에는 배달을 하지 않으며 최대한 내점을 유도했다.또한 일단 들어온 손님에게는 세심한 서비스를 해주고, 단골고객들에게는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서비스 메뉴도 제공하는 등 유대관계를 넓혔다. 1,000원짜리 김밥을 보고 들어온 고객들이 다른 전문점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큰 김밥과 일반음식점보다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여러 메뉴들, 그리고 세련된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끔 배려하는 서비스들이 이씨의 성공전략인 것이다.이씨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경기영향을 덜 받는 외식업 중에서도 김밥전문점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맛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기술교육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김밥전문점의 주 메뉴인 김밥과 일반 분식 메뉴 중에서도 전략적 집중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또한 24시간 운영하는 경우에는 운영자의 체력도 뒷받침돼야 하고, 주방인력 관리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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