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맞는 브랜드 육성시켜야”

“사랑의 도시로 불리는 남원시는 언제까지 춘향이만을 고집할 겁니까. 상시적인 이벤트 구도가 약합니다. 칠월칠석 같은 전통기념일은 물론이고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상업적 논리로 탄생한 유행성 기념일을 흡수해 남원화를 시도해야 합니다.”시티마케팅, 문화마케팅을 연구하는 황태규 우리문화마케팅연구회 회장(40)의 일성이다. 도시든 국가든 갖고 있는 문화정체성을 팔아야 한다는 게 황회장의 주장이다. 지난 94년에 발간한 , 96년에 펴낸 , 그리고 이번에 출판한 에는 그의 문화코드가 묻어난다.특히 ‘KOREA’의 브랜드 가치를 논하면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문화마케팅방법을 제시한 에서는 ‘조선’보다 ‘고려’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 두고 있다.“대한민국이 벤치마킹해야 될 모델 국가는 이웃 일본이나 구미, 싱가포르 등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고려입니다.”조선은 명나라로부터 지정받은 브랜드에 쿠데타로 세워진 국가이며 일본침략으로 없어진 브랜드인 데 반해 고려는 IT(금속활자), BT(고려인삼), CT(고려청자)가 발달한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세계가 인정한 브랜드국가라는 것이 황회장의 설명이다.황회장의 본업은 신용보증기금에서 기업평가와 경영컨설팅을 자문하는 경영컨설턴트다. 그가 문화마케팅에 눈을 뜬 것은 20대 후반부터다. 수많은 기업을 평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마이너리티였던 문화산업에 끌렸던 것. 당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욕망의 축소판이었던 압구정동 오렌지족을 비판할 때 ‘오렌지족도 하나의 문화이고 이를 산업화하자’고 주장했었다.뜻을 같이한 사람들과 우리문화마케팅연구회를 결성, 본격적인 문화마케팅 연구에 들어간 황회장은 시티마케팅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기에 를 펴내 중앙정부에 비해 정치, 경제가 약한 지자체의 홀로서기를 주장했다.그의 주장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전북 남원시에서는 ‘억지춘향’을 비판한 그를 초빙해 문화마케팅을 배웠다. 또 전북 진안에서는 건강을 주제로 한 종합도시개발계획을 그에게 맡겼다. 산업자원부에서 기획한 ‘무역증진을 위한 국가브랜드 전략보고’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황회장은 행정수도에 대해서도 소외된 철학과 문화 등 정체성이 무엇보다 먼저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신과 문화가 살아야 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는 논리다. 핵심 컨셉인 4C(Clean, Cordiality, Culture, Cheer)는 그가 제안하는 행정수도의 모습이다.“기업이 브랜드에 가치를 두듯이 국가도 브랜드에 가치를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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