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하나마 상승세로 반전할 듯

세계 각국의 재정악화 및 협력약화, 부동산 거품 붕괴 등 변수 무시 못해

이제 상반기도 거의 지나갔다. 대부분 전망기관들이 올 들어 상반기에 나타났던 여러 변수를 감안해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 전망을 수정 발표하고 있다.무엇보다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여러 시각이 제시되고 있으나, 올 하반기 이후 미국경기는 장애요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가장 불안한 것은 아직까지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기업의 설비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둔화되기 전에 기업의 설비투자로 연결돼야 미국경제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주택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나타난 주택시장의 버블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향후 미국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활황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현시점에서 주택시장의 버블이 붕괴될 경우 전후 미국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라크전쟁으로 올 회계연도만 하더라도 3,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변수다.일본경제는 4대 함정(trap)이 지적된 지 오래다. 무엇보다 이라크전쟁 이후 일본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정책함정(policy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중에서 통화정책이 무력화돼 있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서 탈피해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다음으로 90년대 이후 들어선 총리들이 일제히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구조조정을 강조해 왔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구조조정 함정(structure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고이즈미 정부도 출범 초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로 기대를 받았으나 이제는 대내외적으로 신뢰도가 급속히 떨어짐에 따라 오는 8월에 열릴 자민당 총선에서 교체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동시에 93년 하반기 이후 계속된 경기부양책으로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달하고 있다. 결국 일본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빚의 함정(debt trap)에 빠져 있는 일본정부의 자산부채(cash flow)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미국경재와 일본경제가 갖고 있는 장애요인보다 심각하지 않지만 전후 유럽경제 회복에 장애가 될 수 있는 4대 변수도 함께 지적돼 눈길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유로랜드의 중심국인 독일경제와 프랑스경제가 일본처럼 구조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최근 회원국 사이에 고개를 들고 있는 경제국수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유로랜드경제에 장애가 될 것으로 지적됐다. 만약에 이 문제가 심화될 경우 유럽경제 통합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U 15개 회원국 중에서 남아 있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도 향후 유로랜드경제에 중요한 변수다.중국경제는 올 1/4분기에도 9.9%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변수도 많다. 무엇보다 앞으로 중국의 경제정책을 5년간 이끌어갈 후진타오ㆍ원자바오 체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경제 내부적으로는 자전거 경제(bicycle economy)라 불릴 만큼 심각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4,800억달러에 달해 실제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위기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실업률로 10.2%에 달해 언제든지 경제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중국이 급부상함에 따라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주요 교역국과 인접국으로부터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앞으로 중국이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역국과 인접국가와의 협력문제로 귀착될 것으로 예상된다.더욱이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질적 측면에서 비용이 높아지고 있는 점과 정책여지 면에서 세계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대표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의 재정사정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90년대 초에 이어 쌍둥이 적자를 맞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도 재정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미 연방기금금리도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단계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연방기금금리 1%는 한 나라의 적정금리 수준을 따지는 테일러준칙(Tayler’s rule)을 통해 볼 때 미국경제 여건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일본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도 금리가 낮다. 결국 증시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단계에 처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투자 대상으로 채권이 선호되면서 ‘채권투자 증대 → 채권가격 상승 → 채권수익률 하락’을 통해 시장금리가 더욱 떨어졌다. 그 결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부채를 이용해 부동산, 금, 원유와 같은 실물투자를 하는 것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른바 ‘부채-디플레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이 확산됐다.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경기침체기에 부동산가격이 전세계적으로 오른 것도 이 같은 저금리에 따른 실물 선호 경향이 가장 큰 요인이다. 결국 올 하반기 이후 과다 보유한 채권을 내다파는 과정에서 채권 덤핑 현상이 초래되고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경우 세계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세계 각국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라크전쟁 이후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나 세계경제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일방주의와 일본, 유로랜드 회원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갈수록 각국간 협력의 정도가 약화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종전과 다른 것은 개도국들의 저항이 심하다는 점이다.결국 올 하반기 이후에도 상반기만큼 세계경제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가 많을 전망이다. 앞으로 이런 변수들이 어떻게 변화돼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낼 것인가는 한동안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최근 들어 수정전망치를 내놓고 있는 세계 전망기관들의 견해를 총괄해 본다면 기본적으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 하반기의 세계경기는 상반기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전세계인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회복세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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