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회만 열어도 IT업체 대거 몰려

미국 정보기술(IT)산업의 심장 실리콘밸리의 최대 고객은? 정답은 연방정부다. 정보기술 거품이 붕괴된 후 오랫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IT산업 살리기에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미 연방정부는 올해 IT부문 정부 예산을 580억달러로 책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17% 늘어난 규모다. 연방정부의 내년도 IT부문 예산은 593억달러. 수치상으로 전년 대비 2% 증가에 그치지만 회계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며 실제로는 12% 수준이다.정부 IT 예산이 2년 연속 두 자리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들이 IT분야 지출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연방정부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 프로젝트 분야’는 크게 네 가지. 전자정부, 국토안보부 프로그램, 정보보호, 아웃소싱 등이다.정부가 IT산업 지원 의지를 확실히 보이면서 정부 프로젝트를 따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민간부문의 IT 지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정부 프로젝트에서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정부 프로젝트 관련 설명회가 열리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IT업체 담당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 최근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정부 IT 투자계획 설명회.전자정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마크 포맨씨가 정부의 IT 지원계획 및 전략, 정부 프로젝트 참가 조건에 대해 발표한 자리에 수많은 민간기업 담당자들이 참석해 주의 깊게 설명을 들었다.텍사스는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IT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의 기술부문 최고책임자인 노먼 로렌츠씨는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를 방문, 내년 정부 프로젝트 발주와 관련해 하루 동안 125개 회사에서 온 대표들과 만났다.정부 프로젝트 향후 4~9% 증가 전망지금까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정부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민간 프로젝트에 비해 이윤이 낮기 때문이다. 정부 프로젝트는 대개 공개입찰 방식이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이윤을 줄이고 입찰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게다가 현금을 실제로 손에 거머쥘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정부 프로젝트를 따내면 우선 프로토타입을 제출해야 한다. 그 다음 최종 테스트 단계를 통과한 후 실제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정부 프로젝트 완료과정은 1년쯤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금을 받기까지 무려 3~4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IT산업의 지원을 공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 프로젝트는 인터넷 거품 시절 닷컴에 비해 이윤은 매우 낮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이제 비정상적인 고수익보다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 창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단순히 정부 예산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정부 프로젝트 추진과정도 빨라졌다. 최근 정부 프로젝트에 참가한 유니시스가 10억달러 규모의 정부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데 겨우 석 달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프로젝트 규모는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 프로젝트 관련 컨설팅회사인 페더럴소스의 하워드 스턴 부사장은 “향후 몇 년간 정부 프로젝트가 연평균 4~9%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국토안보부가 제대로 가동되면 보안과 관련된 정부기술 프로젝트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일부에서는 그러나 연방정부의 노력이 전체 IT산업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예산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늘어난 예산이 중소IT기업이 아닌 기존 정부와 관계가 있는 대기업에 흘러가기 때문이다.실리콘밸리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소IT기업들은 정부 관계자를 놀라게 할 만큼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큰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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