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열자마자 초등학생 신청 쇄도

한자 ‘숙’(塾)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주쿠’는 한국의 사설학원에 해당하는 곳이다. 입시를 앞둔 중고생들이 수험공부를 하러 다니거나 어린 초등학생들이 부족한 실력을 보충하기 위해 찾는 교습소를 부르는 이름이니 사설학원 정도로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하지만 모든 주쿠가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라고 짐작하면 오판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마쓰시타 세이케이주쿠(정경숙)는 일본의 미래를 이끌어갈 올바른 지도자를 길러내는 인재의 산실로 높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주쿠라는 이름을 내건 교습소로 일본에서는 최근 로봇에 관한 공부와 실험, 실습을 가르치는 곳이 본격 등장을 앞두고 있어 마니아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형 학습주쿠를 운영하는 ‘에이코’와 로봇 렌털ㆍ판매 전문업체 2개사 등 모두 3개사가 손잡고 세울 ‘로봇과학교육’. 로봇과학교육은 로봇 관련 주쿠를 운영하는 기업으로는 일본 제1호가 된다는 점에서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특히 올해는 성인 일본인들이 어린시절에 보고 자란 만화영화 의 주인공 로봇이 작품 속에서 태어난 날(2003년 4월7일)이 들어 있는 해라 로봇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각별해 이 주쿠에 쏠리는 시선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로봇과학교육에 주주로 참가한 3개사 중 ‘ZMP’는 인간형 로봇 ‘PINO’의 렌털ㆍ판매업체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해 놓고 있는 상태다. 또 하나의 주주사인 러닝시스템은 과학기술 교재의 개발 및 판매에서 독자적 노하우를 상당수준 구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일본언론은 일본 최초의 로봇주쿠를 운영할 이들 3개사가 무난히 쾌조의 스타트를 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들 3개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요코하마시내에서 초등학교 3~6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로봇주쿠를 시험적으로 시작했다.이 주쿠는 그러나 30명 정원으로 문을 열었지만 학생모집을 시작한 지 단 2일 만에 100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려와 황급히 정원을 60명으로 늘려야 했다. 인구가 훨씬 더 많은 도쿄를 중심으로 교습소망을 본격 확대한다 하더라도 학생확보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방증이다.로봇주쿠는 학습과정을 5단계로 짜놓고 있다. 로봇의 기본이해와 프로그래밍 등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3~4학년생의 수준에서부터 두 발로 걷는 로봇의 제작기술을 습득하는 최고위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준비, 여러 계층의 마니아들을 고루 만족시키겠다는 계산이다.교습소 운영방식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한 가맹점 확보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한정된 자금과 인력으로 직영만을 고집하다가 마니아들을 실망시키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단기간에 광역네트워크를 구축, 로봇열기 확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교습소는 3년 후 전국적으로 1,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경우 공립 초ㆍ중학교와 고등학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로봇과학교육측은 로봇주쿠가 학생들의 이과 기피 현상을 완화시키는데도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로봇제작은 여러 가지 과학적 원리와 수리계산이 필수적인 만큼 살아 있는 교육을 통해 어린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고취시키는데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인간형 로봇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꿈은 만화영화 에서 출발했습니다.”일본 로봇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로봇에 대한 향수와 동경이 아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로봇주쿠는 뉴비즈니스의 출발점이면서도 어린 과학영재들의 꿈을 키우고 가꿔줄 살아 있는 교육현장인 셈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