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 승봉도라는 섬의 행정지명이다. 서해 경기만의 자그마한 섬, 승봉도. 지도를 놓고 보면, 길쭉하고도 울퉁불퉁한 고구마를 닮았다. 약간 들려진 북서쪽 끄트머리에 선착장이 있고, 불룩한 몸통 한복판에는 마을이 자리잡았다. 마을 너머의 동쪽지역은 넓고 울창한 솔숲과 얼마쯤의 논밭이 차지한다.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이나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을 타면 약 1시간 30분 만에 닿을 수 있고, 서울로 치면 춘천만큼이나 가깝다. 그런데도 의외로 순수하고 깨끗하다. 자연풍광도 크게 때묻지 않았고, 주민들의 인정도 넉넉해 보인다. 면적은 2.2㎢에 해안선의 길이가 10여㎞에 불과하다.작기는 해도 승봉도에는 잘 단장된 시멘트 도로와 느낌 좋은 솔숲길이 섬 구석구석까지 뻗쳐 있다. 특히 풍광 좋은 바닷가를 따라서 한바퀴 도는 해안도로가 인상적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풍정도 다채롭다.섬 특유의 풍경인 바다, 백사장, 갯바위, 해당화, 해송숲 등은 물론이고 논밭과 포도원 같은 농촌의 정경도 어렵잖게 눈에 띈다. 그래서 승봉도에서는 차를 타고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대중교통편이 없기도 하지만, 농촌과 어촌이 알맞게 뒤섞인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튼튼한 두 다리가 최고의 교통수단이다.바닷가의 귀여운 소녀 같은 모습을 한 승봉도의 북쪽 해안은 바위가 유달리 많다. 그중 가장 독특한 절경은 남대문 바위. 거대한 바위 하나가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에 깎이고 비바람에 씻긴 끝에 거대한 문의 형상으로 남아 있다.이 바위 주변에는 다양한 형상의 갯바위와 크고 작은 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고, 개펄에서는 소라, 조개, 해삼, 고둥 등의 해산물이 많이 난다. 사리(음력 보름이나 그믐) 무렵의 썰물 때는 직접 해산물을 채취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남대문바위에서 섬 동쪽 끄트머리의 촛대바위까지는 암석해안이 이어지지만, 작은 해안동굴과 모래가 깔린 해변도 두어 군데 있다. 그 바닷가의 모래언덕과 산자락에는 지금 한창 해당화, 갯메꽃, 갯완두, 갯두메지치 등의 야생화가 앞다퉈 피어나 사람들을 반긴다.특히 승봉도에서는 해당화가 볼 만하다. 섬 구석구석 해안가를 따라 해당화가 만발, 매일매일 갈매기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섬 북쪽의 부채바위 해안에서부터 동쪽 끝의 부두치 해안에 이르기까지 진분홍색 해당화는 무리지어 피어나 승봉도가 얼마나 아름다운 섬인지를 색채로 증명하고 있다.해당화는 바닷가 모래땅에서 잘 자라며 꽃의 지름이 평균 5㎝를 넘는다. 꽃잎은 분홍색, 진분홍색, 검붉은색 등 빛깔이 다양하고 때로 흰색도 있다. 다섯 장의 꽃잎 가운데는 노란 꽃술이 튀어나와 벌과 나비를 꼬드긴다. 장미과 식물답게 줄기에는 가시가 무성하다. 향기가 좋아서 화장품 원료로도 쓰였다고 한다.승봉도 해당화를 보려면 먼저 선착장에서 이일레해수욕장 입구를 지나 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부두치’라는 해변까지 가 본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비포장 숲길을 조금 더 달려 오른쪽으로 열린 길을 따라가면 부두치이다.특별히 안내판 같은 것은 세워져 있지 않다. 모내기가 이뤄진 논과 해변의 경계를 이루는 기다란 둔덕에 해당화가 줄지어 피어 있다. 그 사이사이로 갯완두, 모래지치 같은 꽃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부두치 북쪽의 삼형제바위 해변가도 해당화 밀집지대. 고운 연두빛 잎사귀 틈바구니에서 살짝 고개를 내민 분홍빛 해당화, 황금색은 아니어도 누런빛을 띤 모래해변, 다양한 형상의 해변기암, 그리고 조약돌마저 보이는 파란 바닷물과 인천으로 향하는 외항선들. 섬 북쪽해변 중앙 부근의 부채바위 해변 역시 해당화가 집단으로 자라는 언덕이 논밭과의 경계를 대신해준다.한편 촛대바위와 인접한 삼형제바위 부근의 해안풍경은 승봉도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아랫부분이 물에 잠긴 채 우뚝 솟아오른 삼형제바위의 위용도 볼 만하고, 그 옆에 둥그렇게 펼쳐진 해수욕장의 바닷물은 심산유곡의 계류처럼 맑고 시원하기 그지없다. 몽돌해변과 모래해변이 뒤섞인 부두치해변. 뒤쪽의 섬은 썰물 때마다 승봉도와 이어지는 무인도이다.촛대바위 남쪽의 부두치해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절경이다. 이곳에는 모래와 자갈, 조개껍질이 섞인 백사장에다 썰물 때마다 바닷길이 드러나는 작은 섬 하나가 있다. 그러므로 미리 물때를 알아보고 찾아가야 그 비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월곶포구에서 시화방조제를 건너 만나는 안산시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에서는 대부해운(886-3090)의 대부고속페리(차량선적 가능)가 1회(오전 9시30분) 출항한다. 승봉도까지는 1시간 20분 소요.인천연안부두(888-8052)에서는 원광해운(884-3391)의 파라다이스호(승객 전용)가 하루 2회(오전 9시30분, 오후 2시30분). 여객선의 출항시간과 횟수는 날씨, 계절, 요일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사전에 전화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여행메모 (지역번호 032): 문의는 옹진군청 관광자원개발사업소(880-2591~2). 승봉도의 ‘공식’ 숙박업소로는 동양콘도미니엄(832-1818)이 유일하다. 선착장 부근의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잡은 이 콘도는 총 150개의 객실과 식당, 슈퍼마켓, 커피숍, 당구장, 노래방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모두 20평형인 객실은 거실과 2개의 침실, 싱크대와 화장실로 구성돼 있어 두 가족이 함께 사용해도 별로 불편하지 않다. 예약 및 문의는 서울사무소 (02-2604-6060)로 하면 된다(현지 연락처는 832-1818).그밖에 승봉도마을에는 바다풍경(831-0305), 승봉민박(832-3678), 선창휴게소(831-3983), 고개마루쉼터(831-3581), 언덕위에하얀집(831-6753), 할매민박(832-5449), 파라다이스(832-1034) 등 민박집이 많다. 마을에는 농협슈퍼(831-8844) 등과 같이 간단한 부식과 생필품을 파는 상점도 여럿 있다.선착장 근처의 선창휴게소에서는 찌개, 매운탕, 생선회 등의 메뉴를 내놓는 식당도 겸하고 있다. 사승봉도에서 윤다훈, 황신혜 등이 영화 를 촬영할 때 이 식당을 자주 이용, 그들의 사진과 사인이 식당 곳곳에 걸려 있다.놀래미회, 우럭회 등 자연산 생선으로 회를 낸다. 특히 놀래미는 아직 양식을 하지 않는 생선이라서 100% 자연산이다. 주인은 인천이 고향이었으나 수학여행 때 승봉도에 들렀다가 섬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반해 성년이 된 후 승봉도로 이주, 가족들과 함께 횟집도 운영하고 고기도 낚으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