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닝패션ㆍ유기농식품 유통가 ‘돌풍’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웃는 업체들이 있다.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서도 표정을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것이다. 특히 건강과 레포츠 관련 상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올해 들어 불황에 울기는커녕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상반기 최고의 히트상품 메이커로 각광받고 있다.이 같은 사실은 최근 현대백화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현대백화점측은 상품본부 바이어 30여명과 함께 올해 상반기 히트상품을 뽑은 결과 바퀴달린 운동화로 유명한 ‘힐리스’와 ‘트레이닝복 패션’ 등 이른바 레포츠 관련 상품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특히 일명 ‘추리닝패션’으로 불리는 트레이닝복은 백화점의 캐주얼 매장에서 매출액 선두를 달리는 등 상반기 내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캐주얼의류 ‘A6’의 경우 옆 라인에 줄무늬가 들어간 바지와 점퍼가 큰 인기를 끌면서 효자상품으로 떠올랐고, 백화점 매장에서 최고의 캐주얼의류로 각광받고 있다.전체적인 스타일이 비슷한 BNX, 엘르스포츠 등의 제품들도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서너 배 가량 증가하는 등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사실 백화점 입장에서도 트레이닝복 스타일의 패션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 줄은 당초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해외의 스타들이 즐겨 입는다는 점도 소비자들을 부추긴다. 할리우드 스타인 제니퍼 로페즈나 유명가수 마돈나 등이 추리닝패션을 입고 활동하는 모습이 종종 화면을 통해 국내에 비춰지고 있는 것. 특히 이들 스타의 경우 다양한 추리닝패션을 선보여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운동화 힐리스의 인기도 가히 폭발적이다. 현대백화점 서울 6개점에서만 무려 상반기에 1만여켤레가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와 신세계 등 다른 백화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업계에서는 올해 시장규모가 약 300억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시장규모 30억원대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실적이다. 2001년 말 국내에 들어온 지 1년 6개월 만에 인터넷 포털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힐리스 동호회가 600여개나 되고, 동호인만 30만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레포츠 외에 건강관련 상품도 올해 유통가를 주름잡는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무공해로 알려진 유기농식품은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으며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큰폭으로 증가하는 등 식품코너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기농 상품의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건강 관련 상품 가운데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링클커버 크림이다. 10만원대에 판매되는 이 상품은 중년주부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며 히트상품 대열에 올랐다. 현대백화점에서만 올 상반기에 약 72억원어치가 팔려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노비타 비데와 스니커즈 등도 유통가를 뜨겁게 달구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그렇다면 건강이나 레포츠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건강이 최고라는 사회적 인식이 크게 확산되면서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5일 근무제 확산 역시 빼놓기 어렵다.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기관 중심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됐으나 올해 들어서는 삼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대열에 가세하면서 이제는 하나의 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소비욕구가 강한 젊은층이 이들 상품의 소비주력군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추리닝 패션과 힐리스 등은 대부분 10대와 20대 초반이 주요 타깃인 제품이다. 부모 입장에서 자신들은 소비를 줄이더라도 자녀들에 대한 지출은 좀처럼 억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이유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유통업계에서는 당분간 레포츠나 건강을 테마로 한 상품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적인 트렌드가 이런 상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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