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다 우선하는 것이 삶’ 체계적 실천

교육과 여가생활에 파격적 지원, 구성원 경력 개발에도 적극 나서

많은 사람들이 아침마다 회사로 출근한다. 도착해 일하는 장소를 때로 일터라고 표현하고, 때로 직장이라고 말한다. 일터와 직장은 같은 뜻이면서도 다르다. 일터는 삶을 꾸려나가는 터전이고 토대가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이에 비해 직장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경제적인 관점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구분이 의미를 갖는 것은 ‘회사가 구성원에게 무엇을 줘야 하는가’라는 주제에 접근할 때 그 구분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회사를 일터로 볼 경우 그곳은 가정이라는 공간과 더불어 개인의 삶에 있어서 다른 어떤 곳보다도 중요한 공간이 된다. 그러나 노동력과 임금의 교환이 일어나는 단순한 직장의 개념으로 파악한다면 언제라도 같은 노동력에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곳으로 교체할 수 있는 공간에 불과해진다.일터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존립이 가능하다. 일터를 제공하는 회사는 이를 위해 구성원을 끊임없이 교육시키고 학습시켜 자기발전이 가능하게 도와줘야 한다. 교육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BAT코리아(사장 존 테일러)가 교육과 학습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이 같은 인식에 연유하고 있다. BAT코리아는 지난 2월에 모 채용정보회사가 대졸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일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에서 상위에 랭크된 바 있다. 경남 사천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적 담배브랜드인 던힐을 생산하는 업체로 3년 연속 200%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BAT코리아의 구성원에 대한 교육 학습 지원체계는 그룹에서 전사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WOW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WOW는 ‘세계 속의 승리’(Winning in Our World)를 표현하는 말로 BAT의 사업분야와 조직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안됐다.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기업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여기서 기업문화는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충분히 이뤄지면서 동시에 제도적, 물리적 여건이 마련되는 것을 의미한다.WOW프로그램은 첫째, 개인의 업무능력 향상과 자기계발을 위한 복리후생 차원에서의 지원을 담고 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선택적 복리후생 제도를 취하고 있다. 일정한 예산 범위 내에서 구성원은 영어, 컴퓨터 등에 대한 교육비와 여가생활을 지원받는다.“일보다 우선하는 것이 삶”이라는 테일러 사장의 거듭된 강조, 일터와 가정에서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위한 회사측의 배려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일하는 공간을 단순히 직장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해서는 나올 수 없는 귀결이다.둘째, 경력개발 프로그램이다. 인사부의 한준기 차장은 “연봉만 많이 주면 된다는 생각은 오히려 핵심인재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인재관리를 위해서는 구성원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회사 차원의 경쟁력 있는 경력개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한다.BAT코리아는 자신의 경력개발은 본인이 주도권을 갖고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경력개발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이를 수립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언제까지 그것을 달성할 것인가를 작성한다.‘자기계발 계획서’(Individual Development Plan)라는 것이다. 회사는 연간 캘린더로 구성된 패키지 프로그램(Pathways to Continuous DevelopmentㆍPCD)을 통해서 지원하고 이를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 확인한다. 또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그룹 차원의 참고자료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면 개발된 역량이 썩고 있지 않게 하는 부분이다. 활용될 것이라는 잠재적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을 때 구성원은 자기계발을 게을리 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력개발의 프로세스는 모두 인사정보 관리시스템으로 실시간 저장돼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비로소 윈윈(Win-Win)이 가능해진다.회사생활의 중간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업무변경이 가능하다면 그것 또한 구성원에게 큰 메리트가 된다. 이를 위한 것이 내부충원 제도로, 이 회사는 공석이 날 경우 내부 지원을 받아 진로 변경을 지원해주고 있다.비서직에서 시작해 인사부 마케팅 리서치 등의 부서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WOW프로그램의 일환으로 WOW회의가 있다. 이 회의에서는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직급의 구성원이 함께 모여 다양한 이슈를 논의한다. 많은 구성원이 궁금해 하는 인센티브, 업무평가 등에 대한 경영자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자리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초일류기업과 일류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미국의 포천 100대 기업을 연구한 로버트 레버링(R Levering)은 확고한 비전 가치체계와 안정적인 기업문화 위에서 지속적인 수익의 원동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이야말로 초일류기업이라고 정의한다.어느 기업이든 적자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초일류기업은 이에 효과적으로 순발력 있게 대응함으로써 곧바로 본궤도로 복귀한다. 또 어느 기업이든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그러나 초일류기업은 안정적인 기업문화가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후유증에서 재빨리 조직을 추스르고 다시 일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어려운 난관을 통해서 그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기업도 역시 위기를 맞아 타개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초일류기업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BAT코리아는 WOW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의 교육 학습 지원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자기계발계획서에 받고자 하는 교육을 명기하면 예외 없이 비용을 지원한다. 그러나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그것에 구성원이 만족하고 회사를 일하기 훌륭한 곳으로 인식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일반적인 오해의 하나는 ‘많이 가져가게 해주면 더 크게 만족한다’는 명제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 많이 줘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더욱 현실적일 수 있다. 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는 것도 오해의 소치이다.많이 주기보다 공정하게 나누기가 이해와 설득을 가져올 수 있으며 비용을 들이기보다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서 만족이 달성된다. 호주출신의 테일러 사장은 구성원에게 사장이 아니라 또 한 명의 동료로 지내기 위해 노력한다.‘소셜 겟 투게더’(Social Get Together)라는 모임을 월 1회 갖고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구성원과 만나고 있다. 사무실 밖에서 이뤄지는 구성원과의 식사와 가벼운 술자리를 겸한 정기모임이다. BAT코리아의 구성원이 정말로 회사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 이유를 작은 행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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