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사 통해 가족과 구성원 하나로 묶어

경영혁신설명회 . 체육의날 행사 . 도시락 간담회 등 정례화시켜

오래전 군복무 중에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웃 부대 병장이었는데 작은 사고로 당해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다녔다. 사무실에서 근무를 할 때면 상처부위의 통증이 심했는지 제대로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였다.참으로 희한한 것은 이 사람이 군복을 벗고 사복을 입기만 하면 통증이 눈 녹듯 사라진다는 것이다. 주위사람들이 ‘혹시 꾀병 아니냐’는 식으로 의혹을 보내기도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다 보니 스스로도 의아해했다고 한다.직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샐러리맨들은 직장에서 아무리 한가하고 일이 없더라도 몸이 늘 묵직하고 피곤하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한 일이라곤 신문 들고 화장실 갔다가 점심 먹고 서류 몇 건 처리한 게 고작임에도 하루 종일 험한 일을 한 사람처럼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결국 퇴근을 하고 집에 가서 쉬어야 제대로 쉰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실제로 피로도 확 풀린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아무리 쉬려고 해도 마치 어느 쪽에서 총탄이 날아올까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는 깊은 밀림 속 전쟁터의 군인처럼 샐러리맨의 몸은 자동적으로 알아서 긴장하게 돼 있다는 게 얘기의 요지다.이런 이야기를 한낱 우스갯소리로 흘려듣기에는 뭔가 시사하는 점이 있다. 왜 직장은 가정처럼 편안한 곳이 되지 못할까. 직장도 가정에서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고 일이 없을 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라면 일할 때 더욱 힘차게 일을 할 수가 있을 텐데 하는 점이다.한국서부발전(대표이사 사장 이영철)은 이런 가족적인 일터를 만들기 위해 회사구성원과 그 가족들을 모두 ‘서부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고 서로가 함께할 수 있는 12가지 마당을 펼쳐가고 있다. 12마당은 한국서부발전의 경영진 구성원 및 그 가족들의 공동행사로, 이른바 가족주의 경영의 구체적인 표현인 셈이다.12마당의 하나인 ‘가족 동반 문화 및 스포츠 행사 마당’에는 구성원 가족들을 회사로 초청, ‘가족과 함께하는 영화관람’ 행사가 있다. 사내의 넓은 공간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하고 간단한 다과를 마련해 구성원 및 가족들과 즐거운 영화관람을 하는 행사다.유정만 인력관리팀장은 “직장인들이 회사 업무에 열중하기 위해서는 각 가정이 편해야 한다”면서 “회사가 보여주는 구성원 가족에 대한 작은 배려가 결과적으로 회사업무의 장애요인을 제거해주는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지난 5월에는 태안에 위치한 화력발전소에서 가정의 달을 맞아 구성원의 부모님을 초청하는 행사를 가졌다. 앞서 이영철 사장은 직원들의 부모에게 감사의 편지를 발송, “회사에 대한 관심과 성원을 당부 드리며 서부발전을 보람에 찬 일터, 자기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전했다.발전소 방문을 계기로 “내 자식, 우리 사위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구나”라는 감사의 편지가 회사에 여러 통 전해졌다는 후문이다.직원가족 일체감 행사를 통해 부모는 물론 자녀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일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호간의 우의를 돈독하게 함으로써 활기찬 조직문화를 창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2박3일간의 합숙에 들어가는 경비는 일체 회사가 부담한다. 자녀초청에는 조카는 물론 친인척 자녀까지 대상을 넓혀놓고 있다. 이 같은 행사는 각 지역단위별로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사내의 미혼직원을 친동생처럼 보살피는 차원에서 주선하는 미혼직원 단체미팅 행사는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12마당의 백미이다. 관계가 소원해지기 쉬운 본사팀과 사업소간 가족적인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주는 결연활동, 경영진이 구성원에게 친절하게 회사의 경영현황과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건의 및 애로사항에 귀기울이는 도시락간담회, 경영진과 구성원이 함께 소매를 걷어붙이고 봉사활동에 나서는 노ㆍ경 협력 활동 마당 등도 있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우리 일터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고 상사는 부모처럼 잘 이끌어주고, 선배는 형이나 누나처럼 보살펴주는 직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상사나 선배를 친형, 친누나 또는 친부모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이런 점에서 볼 때 서부발전이 일터의 구성원과 그 가족을 ‘서부가족’으로 규정하고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집에서 쉬는 것처럼 편안히 쉴 수 있는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가족주의적 일터를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가족주의와 가부장적인 일터를 혼돈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엘테크와 함께 일하고 있는 로버트 레버링 박사에 따르면 많은 일터에서 경영진이 가족주의와 가부장적인 일터를 혼동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훌륭한 일터가 될 수 있는 많은 기업들이 그렇지 못한 곳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한다.가족주의와 가부장적인 일터를 명확히 구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대략적으로 볼 때 가부장적인 일터는 크게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첫째, 가부장적 일터는 ‘선물을 통해 구성원을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많은 선물을 주는 것은 마치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베푸는 배려인 것처럼 이해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가부장적 일터에서 주는 선물은 ‘아이들을 버릇없게 만든 후에 효율적으로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훌륭한 일터에서의 선물은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주는 배려가 아니라 ‘구성원이 자신의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둘째, 가부장적 일터는 ‘세상의 변화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려 한다. 이 또한 아버지가 무서운 세상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부성애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문제는 가부장적 일터에서의 보호는 ‘구성원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아이들처럼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훌륭한 일터에서의 구성원에 대한 존중은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구성원이 회사의 이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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