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문패, 한글로 바꿔볼까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www.nic.or.kr)가 주관하는 ‘한글.kr’ 도메인 등록 서비스가 이르면 8월 중에, 늦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본격화될 전망이다.최근 한국인터넷정보센터는 ‘한글.kr’ 도메인의 등록 대행업체로 기존 영문도메인 사업자인 후이즈(www.whois.co.kr), 가비아(www.gabia.com), 아이네임즈(www.internetnames.co.kr), 아사달인터넷(asadal.com), 한강시스템(info.doregi.com) 등 5개 업체를 선정한 데 이어 추가로 후이즈닉(www.whoisnic.com)과 닷네임코리아(www.dotname.co.kr)에도 사업권을 부여해 본격 서비스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마친 상태다.이에 따라 최근 한글도메인에 대한 사용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도메인 등록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현재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한글을 입력해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는 베리사인이 운영하는 ‘한글.com’ 도메인 20만개와 넷피아(www.netpia.com)가 운영하는 한글키워드(한글 인터넷주소) 서비스에 등록된 15만개 등 35만개로 전체 도메인 등록 건수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글.kr’ 도메인 등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 수치는 배 이상 올라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한글도메인은 말 그대로 도메인명이 영문이 아닌 한글로 이뤄진 것을 말한다. 비영어권 국가들의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 99년 11월 국제기술표준화 기구인 IETF 회의에서 다국어 도메인에 대한 논의를 제기한 것이 계기가 돼 탄생했다.한글도메인 등록 서비스가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00년. 베리사인이 ‘한글.com’ 도메인 등록 서비스를 개시했으나 불안정한 서비스 운영으로 인해 중단됐다가 지난해 11월 다시 정상화됐다.이는 지난해 10월 다국어 도메인의 국제표준안이 공식승인된 데 힘입은 것으로 ‘한글.kr’ 도메인에 대한 논의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한글.kr’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운영하지만 ‘한글.com’을 운영하는 베리사인과 같은 국제표준을 따른다.기억하기 쉽고 다채로운 한글 표현 장점기존 영문도메인에 비해 한글도메인의 장점은 다양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영문으로 된 웹사이트 주소를 정확히 기억해 뒀다가 주소창에 입력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한글도메인을 사용할 경우 사용자가 한 번 알아두면 헷갈릴 우려가 거의 없다.즉 한경비즈니스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한경비즈니스.kr’만 입력하면 된다. ‘kbizweek.com’이라는 도메인명을 기억해뒀다가 일일이 입력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셈이다.처음 도메인명을 짓는 네이밍 작업도 한결 수월하다. 예를 들어 회사명이 한글일 경우 영문도메인명을 정할 때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실로 다양하다. 철자가 다를 수도 있고 하이픈(-)을 넣을 수도 있다. 심지어 숫자를 사용할 수도 있어 도메인명을 결정하는 것도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반면 한글도메인은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영문도메인에 비해 다채로운 한글 표현을 활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이트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거나 방문자수를 늘리는 데도 효과적이다.실제로 ‘www.misarang.com’이란 영문도메인에서 ‘고운윤곽.com’ ‘고운몸매.com’이란 한글도메인으로 도메인을 변경한 한 성형외과의 경우 사이트 방문자수가 30%나 증가했다고 한다.일반 사용자가 ‘한글.kr’ 도메인을 신청하려면 사업자로 선정된 7개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를 통해 원하는 한글도메인을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당분간 일반 사용자가 등록할 수 있는 도메인은 분쟁의 소지가 적은 것에만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한글.kr’ 도메인을 주관하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와 사업자로 선정된 한글도메인 등록 대행업체들이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등록 우선권을 준다는 방침을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로 따지면 공공기관, 상표권자, 상호권자, 개인 순이다.이는 기존 영문도메인의 경우 빈번하게 발생했던 도메인분쟁의 소지를 초기단계에서 어느 정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도메인 신청절차도 인터넷상에서 바로 등록이 가능한 영문도메인과 달리 ‘한글.kr’ 도메인은 상표권자 여부부터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한글.kr’의 등록비용은 현재 미정이나 기존 도메인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기존 영문도메인의 1년 유지비용은 2만2,000원이며, ‘한글.com’은 1만5,400원이다.한글도메인에 처음 접속하면 베리사인이 제공하는 ‘i-Nav’라는 플러그인을 설치할 것인지 묻는 화면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이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고 한글도메인에 접속할 경우 주소창에 영문과 한글을 동시에 입력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즉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나면 www를 생략하고 도메인명만 입력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www와 도메인명을 모두 입력해야 한다.도메인에 대한 인식 전환 관건도메인 등록 대행업체들에 따르면 ‘한글.kr’ 도메인의 시장규모는 올해 2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도메인 등록 대행 분야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후이즈, 가비아를 비롯해 관련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후이즈는 올해 안에 ‘한글.kr’ 도메인 등록수가 20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시장의 50%를 점유한다는 전략이다.우선 한글도메인 성공사례 등을 널리 홍보해 기업의 한글도메인 등록률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 가비아도 ‘한글.com’ 도메인 삭제 리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한글도메인에 대한 사용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한글도메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무분별한 도메인 사재기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도메인명을 입력했을 때 엉뚱한 사이트로 접속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들이 해당 도메인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신청자에게 무분별하게 도메인을 부여한 결과다.이와 함께 기업들의 도메인에 대한 인식전환도 시급하다. 인터넷환경에서 도메인은 ‘사이버 영토’라고 표현될 정도로 중요한 비즈니스 수단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미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더라도 상표권을 내세워 되찾을 수 있는 도메인인데도 이에 대해 무신경한 국내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국내 100대 기업 중 ‘.com’ 도메인을 보유한 기업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얘기는 그런 점에서 귀담아들을 만하다.돋보기 / 한글키워드 서비스와 한글도메인의 차이키워드 서비스로는 홈페이지ㆍe메일 계정 못만들어한글도메인은 엄밀한 의미에서 넷피아의 한글키워드 서비스와는 구별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넷피아의 한글키워드 서비스와 한글도메인을 혼동하기 쉬운데, 이는 양쪽 모두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한글로 특정 회사명이나 도메인명을 입력하면 해당 웹사이트로 바로 접속되기 때문이다.하지만 넷피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히 영문도메인으로 링크시켜 주는 서비스일 뿐 해당 사이트가 실제로 한글도메인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글키워드 서비스는 넷피아라는 특정 업체만의 서비스로 국제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또 한글키워드 서비스는 KT, 두루넷 등 ISP업체와의 제휴가 선행돼야 가능한 서비스인데, 만일 사용자가 가입한 ISP가 넷피아와 제휴관계에 있지 않다면 웹브라우저의 주소창에 한글을 입력해도 해당 웹사이트로 연결되지 않는다.한글도메인을 보유한 경우라면 한글 입력으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한글도메인명으로 홈페이지와 e메일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즉 넷피아의 한글키워드 서비스는 영문도메인을 사용하는 웹사이트라도 한글을 입력하면 연결시켜 준다는 의미이지 한글키워드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해서 한글도메인을 갖게 되는 게 아니므로 한글로 된 e메일 계정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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