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연예술계의 메인스트림(주류)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으로부터 촉발된 대형 공연의 득세와 그에 따른 관객 증가, 그리고 하나의 공연 또는 한 장르의 공연을 위한 전용극장 개관 붐이다.특히 전용극장 개관 움직임은 하나의 공연을 수년간 공연하는 브로드웨이식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용극장은 하나의 공연상품을 장기 공연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장기 공연을 위해서는 그만큼 든든한 관객층이 동반돼야 한다. 수년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공연을 매일 선보이기 위해서는 탁월한 작품성, 흥행성이 ‘기본’임은 말할 것도 없다.공연예술이 그다지 영역을 확장하지 못했고 관련 인프라 역시 허술한 상태로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무대에 올릴 작품이 세계적으로 상업성이 검증된 히트작이 아닌 순수 창작물이라면 전용극장 체제가 더욱 부담스러울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움직임은 활기차면서도 희망적이다. 특히 순수 국내산 공연의 선전은 관련산업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요소다. 대표적인 창작 퍼포먼스인 는 지난 7월1일 새 전용극장을 마련하면서 한 단계 점프에 성공했고, 뮤직 퍼포먼스 은 든든한 자본력과 만나 대형 공연상품으로의 도약을 설계하고 있다.외국산인 는 전용관에서 독특한 공연양식을 국내에 선보이며 다양성을 높이는 데 한몫 하고 있기도 하다.관련 인프라도 빠른 속도로 구축되고 있다. 뮤지컬만을 위한 공간 ‘팝콘하우스’가 지난 6월 문을 연 데 이어 8월 중순에는 또 하나의 뮤지컬 전용극장 ‘펑키하우스’가 명동에 문을 연다. 펑키하우스의 첫 개관작은 순수 창작 쇼뮤지컬 여서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정동 클러스터’ 한국판 브로드웨이로 주목공연상품의 특징은 성공확률은 낮지만 한 번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영화의 경우 흥행수명이 길어야 2~3년인 데 반해 외국의 히트 뮤지컬은 보통 10년 이상의 수명을 유지한다.최근 국내에 소개돼 뮤지컬 돌풍을 일으킨 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흥행영화 을 비교해 보자. 은 지난 10여년간 전세계에서 20억달러를 벌어들였다.이에 비해 마케팅비용을 포함한 제작비는 900만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영화 은 7,0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전세계 총수입은 9억1,300만달러, 흥행기간은 20주에 그쳤다.이처럼 공연상품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공연하며 수요를 흡수하는 전용극장이 필수다. 뮤지컬 , 등은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수년간 장기 공연 중인 작품들이다. 여러 팀의 출연진을 갖춰 전용극장에서 상설 공연을 하는 한편 해외 각국으로 공연을 다니며 명성을 높이는 것이 히트작들의 공통점이다.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전용극장 붐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97년 초연된 창작 퍼포먼스 의 경우 2000년 7월 국내 최초로 전용극장을 마련해 상설 공연을 시작한 뒤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총 6개팀을 구성해 국내 공연과 해외 공연을 소화하는 이원체제를 가동하는 중이다. 는 전용극장에서만 2,286회(6월 말 기준) 공연하고 58만명이 관람했으며, 해외로는 16개국 83개 도시를 돌며 641회 공연해 35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관객들의 구성비. 상설 공연은 전체 관객의 80%가 외국인 관광객이다. 제작사인 PMC프러덕션은 전용극장 개관과 동시에 여행사 등과 공동 마케팅을 펴 외국인 관광객 흡수에 총력을 기울였다.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의 명맥은 전세계 관광객 덕분에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고 “전용극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유치가 첫 번째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간 6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객 가운데 20%만 흡수해도 100만명이 넘어서는 수치라는 이야기다.최근 전용극장을 마련한 도 예외가 아니다. 의 저작권과 판권을 인수하고 제반 사업비를 투자하기로 한 롸이즈온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상한 전력과 한국적 독창성을 기반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최영환 공연사업부장은 “ 관객의 주류를 이루는 일본 관광객은 물론 중국 관광객도 주요 타깃으로 삼을 예정”이라며 “궁극적으로 대형 공연상품으로 키워내 세계적인 흥행작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한편 공연예술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공연장과 공연 관련 산업을 한곳에 모으는 공연 클러스터 구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학로에는 소규모 공연단체들이 집적화돼 있지만 정작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등은 멀리 떨어져 있어 시너지 효과가 적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정동을 중심으로 전용극장 클러스터 구축 조짐이 보이고 있어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난타 전용극장과 도깨비스톰 전용극장, 팝콘하우스는 각각 삼각형을 이루며 위치해 있다.송승환 대표는 “정동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국산 창작공연이 해외 흥행작을 능가하며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으로 도약하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며 ‘한국판 브로드웨이’의 등장을 자신 있게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