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닥칠 위기 ‘잘 알고 있다’

기업들은 위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까.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해나가고 있을까. 특히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직원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이 문제는 위기관리의 출발점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기본개념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올바른 위기관리는 바로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위기이해 부문은 크게 15가지 항목에 걸쳐 조사를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위기개념에 대한 것을 비롯해 위기유형, 위기단계, 위기공중 등으로 나눠 답변을 들었다. 그결과 위기이해 전체평균(위기이해지수)은 3.68로 위기관리 전체지수(3.70)와 거의 비슷했다.위기개념여기서 가장 관심을 끈 질문은 ‘우리 조직은 위기관리를 위해서 조직의 이익보다 대외적으로 호의적인 명성과 신뢰를 얻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가’에 대한 것. 하지만 아쉽게도 이에 대해 응답자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평점은 3개의 위기개념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3.26점. 위기관리가 장기적으로 추진되기보다 단기적 이익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반면 ‘우리 조직의 위기관리는 독립적인 활동이 아니라 조직경영과 함께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상당수 기업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4.02점이 나왔다. 위기관리를 기업경영 전반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조직의 위기관리는 사후약방문이 돼서는 안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봤자 이미 소는 사라진 상태다. 이런 점에서 위기를 막기 위한 사전활동은 의미가 남다르다. 기업의 위기관리 역시 이 점에 소홀해서는 소기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이번 조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우리 조직의 위기관리는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뿐만 아니라 평소 조직의 예방활동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경영활동인가’)을 했다. 결과는 비교적 희망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기업들이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고, 평점도 전체평균은 훨씬 웃도는 3.91로 나왔다.위기유형모두 4개의 질문을 던졌다. 위기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고,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가를 묻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위기관리지수 전체평균보다 다소 높은 3.86이라는 점수가 나왔다. 비교적 위기유형에 대한 인식도가 높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상식적인 얘기지만 위기에 대한 마인드가 없으면 대응 자체도 불가능하다. 자연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는 나타날 것이고, 그대로 기업체 치명상을 입힐 것은 뻔하다. 그런 점에서 위기유형을 제대로 파악해두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의미가 중요하다.먼저 ‘우리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기가 어떤 것들인지 잘 알고 있는가’에 관해 파악해봤다. 업종마다 또는 기업마다 위기상황이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평점은 4.1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각 기업들이 자신들의 특성을 나름대로 잘 파악하고 있고, 어떤 위기가 닥칠 수 있는가에 대한 인식도 비교적 높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예방활동도 비교적 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평점 4.01). 사후적이 아니라 사전적 예방조치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데 적잖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름대로 이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위기유형은 잘 알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조직에서 일어나는 위기들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평점이 3.64에 머무른 것이다.구체적인 분류기준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일이 터진 후 대응하는 데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체계적인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연장선상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해서 집중 관리해야 하는 위기와 그렇지 않은 위기를 구분하고 있느냐’는 항목에 대한 응답 역시 3.66으로 평균치를 밑돈다.위기단계위기는 정도에 따라 세분화가 가능하다. 아울러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기의 단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필수다. 위기가 최고치에 달했는데 초기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위기단계 항목의 평균치는 3.74로 전체지수를 약간 상회했다.4개의 각 항목별 평균치 역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3.56에서 3.89에 걸쳐 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 가운데 그래도 가장 평균치가 높은 것은 ‘위기단계의 어떤 부분이 우리 조직에 가장 중요한지 잘 알고 준비하고 있다’(3.89)는 부분이다. ‘각각의 위기단계별로 위기관리 활동을 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고 있는가’는 항목이 3.80으로 그 뒤를 잇는다.이밖에 ‘위기단계별로 관리방법이나 담당자, 업무가 각각 정해져 있는가’(3.70)와 ‘위기단계 중 위기관리 활동이 부족한 단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3.56)를 묻는 항목에 대한 답변도 눈길을 끈다. 평균치는 전체지수와 비슷한데, 다만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마인드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점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위기공중공중(Public)에 대한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공중은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개인, 단체, 소비자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기업이야말로 공중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성장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는 느낌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위기관리에서도 공중을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상인 셈이다.이와 관련, 이번 조사에서 특징적인 것은 다른 항목과 비교해 공중에 대한 평균치(3.43)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아직은 국내 기업들이 공중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그 가운데서도 ‘위기가 발생하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공중을 예상하고 미리 관리하느냐’(3.27)의 경우 가장 낮은 점수가 나왔다. 세부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미숙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위기가 발생하면 우리의 위기관리 활동에 장애가 되는 공중을 미리 예상하고 관리하느냐’(3.43) 역시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이에 비해 ‘우리조직의 위기와 관련되는 공중이 누구인지 미리 평가하여 관리한다’(3.52), ‘우리 조직은 정부 및 규제기관과의 갈등해소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갖추고 있다’(3.55)에 대한 응답은 상대적으로 좋게 나왔다.위기관리시스템 수준은기술적 측면 투자 ‘괄목상대’1982년 타이레놀을 생산하는 존슨앤드존슨은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시카고에서 독극물이 든 타이레놀을 먹은 시민들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며 해당제품의 안전성에 의혹이 불거진 것. 존슨앤드존슨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소비자 해명, 환불, 진상규명 등 가능한 모든 라인을 동원했다.또한 외부에서 이물질을 투입할 수 없는 삼중 포장법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얼마후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은 이전보다 높아지며 정상을 회복했다. 이 사건은 신속하고 능동적인 위기관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킨 대표적인 사례다.위기가 닥쳤을 때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기업이 있을까.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하고 싶은 것은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를 위해 효과적인 위기시스템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이번 조사에서 위기관리시스템지수 평균은 3.87로 전체 위기관리지수 평균인 3.7보다 높게 나와 국내 기업들 역시 위기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이 나타났다.위기관리시스템지수는 조직, 인적구성, 징후, 기술, 마인드, 문화 등 6개 항목군, 20개 항목에 걸쳐 조사됐다. 이 가운데 조직, 인적구성, 징후 항목은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특히 위기징후 항목의 평균은 3.6으로 최저치를 기록해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징후파악이나 쟁점관리 등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기술, 마인드, 문화는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위기관리기술위기관리시스템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평균 4.2를 기록한 위기관리기술분야였다. 존슨앤드존슨의 경우처럼 기업의 위기는 종종 비정상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지사.위기관리기술 가운데 내부 인트라넷 구축과 해킹 차단 시스템 등 IT분야에 대한 투자가 두드러졌다. 내부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트라넷 구축 항목이 4.39, 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과 해킹 차단 시스템 구축 항목이 4.47을 기록한 것.지난 1ㆍ25 인터넷 대란에서 드러났듯이 바이러스나 해킹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은 막대하다. 네트워크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이러한 사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위한 예산확보에 대한 항목의 평균은 3.45에 불과해 위기관리를 위한 투자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경영진 마인드위기관리는 전체적인 경영전략의 한축을 이룬다. 위기의 진단과 극복, 그리고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경영전략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마인드는 위기관리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 조사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진이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위기관리가 경영에 차지하는 중요성이 확인됐다.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4.05, 위기관리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3.95, 위기발생의 개연성에 대한 인지도가 4.04 등 모든 항목의 점수가 고르게 높아 주목된다.위기관리 문화위기관리에 대한 조직문화도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평균 3.92로 전체 위기관리지수 평균인 3.7을 앞섰다. 문화 항목군을 구성하는 네 가지 항목 중 위기관리와 내부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항목의 평균이 각각 3.99와 4.12를 기록하며 전체 평균이 높아졌다.반면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항목의 평균은 3.76에 머물렀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위기관리조직위기관리조직 항목의 평균은 3.72로 기술, 마인드, 문화 등에 비해 다소 낮았다. 조직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위기관리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평균 3.93으로 위기관리시스템 전체 평균을 앞섰다. 그러나 조직 차원의 통합적 위기관리능력과 부서간 상호작용을 묻는 항목의 점수는 낮았다.위기관리팀이 다양한 문제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종합해 조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고 답변한 항목의 평균이 3.61, 다른 부서와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응답한 점수의 평균은 3.62에 머물며 위기관리지수 전체 평균인 3.7에도 이르지 못했다.이는 위기를 관리할 팀은 있지만 조직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으로 평가된다.인적구성인적구성에서도 취약점이 드러났다. 평균이 3.69로 전체 위기관리지수 평균인 3.7보다 낮았다. ‘다른 구성원과 협력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항목의 평균은 3.84로 높은 반면, ‘위기가 닥쳤을 때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는 항목의 점수는 3.55로 저조했다.이는 평소에 위기관리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2001년 미국 9ㆍ11테러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모건스탠리의 몰락을 예상했다.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에 수천명의 직원과 핵심 데이터베이스가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사망한 직원은 15명에 불과했고, 데이터베이스 역시 얼마후 복구됐다. 이는 사고 당시 각 직원이 자신의 할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대피훈련 역시 평상시에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평소 위기관리교육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이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위기관리 징후위기관리는 예방적 차원과 사후처리 차원으로 나뉜다. 예방적 차원의 위기관리는 위기의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위기를 사전에 막는 것이다.사고가 터진 후에 처리하는 것보다 당연히 효과적이다. 그러나 위기의 징후에 대한 항목의 점수가 위기관리시스템 항목 가운데 가장 낮아 예방적 차원의 위기관리에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잠재적 위험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공중의 의견을 조사하느냐’는 항목의 점수는 3.21로 위기관리시스템지수를 구성하는 20개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그에 비해 ‘미디어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신호를 감지하느냐’는 항목의 점수는 3.67로 다소 높았다.부족하기는 해도 최고경영자들은 위기징후와 관련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3.96으로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 이는 위기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마인드 점수가 높게 나타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는위기 시뮬레이션 실시 여부 ‘낙제점’요즘은 커뮤니케이션시대다. 그 중요성이 크게 늘었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는 조직이 성공하기는 극히 어렵다. 경영자들이 스스로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에 적극 나서거나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하지만 의욕만큼 국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회사경영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부분에 대한 것은 더욱 그렇다. 방법상의 허점, 시스템상의 문제 등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번 조사에서도 위기커뮤니케이션의 부재현상은 그대로 드러났다. 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의 경우 위기관리 전체지수보다 낮은 3.53을 기록해 보완할 점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응답기업들이 위기에 대한 이해나 위기관리시스템 측면에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높은 반면, 실제적으로 위기를 구분하고 관리하며 훈련하는 과정이 다른 측면보다 낮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조사는 크게 위기관리계획, 위기통합관리, 위기관리훈련, 미디어관리 등의 항목으로 나눠 실시됐다.위기관리훈련여기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위기관리훈련 부문이다. 평균치가 3.07점으로 다른 항목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기관리훈련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극히 형식적임을 알 수 있다.아무리 시스템을 잘 만들고, 내용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를 평소에 실전처럼 익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돼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진짜 위기가 찾아올 경우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위기관리훈련 항목에서 ‘위기시 조직원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는가’의 경우 낙제점이라 할 만한 2.96이 나왔다. 국내 기업들에 실제로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아무리 좋게 봐도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없다.또 ‘위기관리 훈련이나 워크숍이 정기적으로 개발, 수행되고 있느냐’는 항목 역시 3.17로 극히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많은 기업들이 워크숍 등을 제대로 열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데 상당히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빠른 대책이 절실히 요청된다.위기관리계획이어 위기관리계획 항목은 평균치가 3.54로 나타났다. 다소 미흡한 수준이다. 그 가운데 ‘위기관리 계획 또는 매뉴얼을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평균치(3.28)가 유독 낮았다. 단적으로 말하면 매뉴얼이 변변치 않다는 얘기다. 역시 프로세스 측면에서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이에 비해 ‘위기시 조직 내 비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3.74)는 비교적 점수가 높게 기록됐다. 역시 국내 기업들은 시스템 측면에서는 비교적 양호하다. 그렇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관리하고 수행해 나가는 데는 약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외형적인 조건을 나름대로 갖추고 있지만 다른 부분은 부족하다는 의미로 보인다.위기통합관리위기통합관리(3.65)에 대한 정도는 전체지수와 비슷하다. 응답자들은 ‘조직 내외부의 사전경고 신호에 대해 취합하고 관리하는 팀이 존재한다’(3.59)와 ‘위기관리팀 역할은 조직 전체의 전략적인 경영과정에 포함돼 있다’(3.59)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상당수 기업들이 아직은 경영전략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반면 ‘위기시 광범위한 위기관리팀이 신속하게 구성된다’(3.78)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앞에서 말한 대로 시스템상의 문제는 많이 개선됐음을 엿볼 수 있다. 다만 다른 조사결과와 연결시켜 생각해 볼 때 위기관리팀은 구성하고 있으면서도 예방적, 전략적 활동은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미디어 관리위기관리에서 최근 들어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미디어다. 언론매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위기관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나올 정도다.물론 미디어 관리는 사후 조치다. 위기가 나타난 다음에야 비로소 관리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미디어의 특성상 전파력이 워낙 센 만큼 효과적으로 관리할 경우 위기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더 나아가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미디어 관리(3.67) 정도는 전체지수나 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미디어 관리에 있어서 기자들을 응대하는 방법은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나 언론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자들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소 혼란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냈다. 아울러 기업이 주도적으로 미디어를 관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이를 구체적인 질문사례를 들어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평소 기자나 언론의 특성을 이해하고 실제상황에 활용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평균치는 3.62로 거의 전체평균치에 육박했다.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위기시 기자를 응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3.73이 나왔다. 평균치를 상회하는 비교적 무난한 수치다. ‘위기시 기자를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3.68) 역시 평균치와 비슷하다.미디어 관리는 자칫하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로비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미디어 관리는 이와는 다른 것이다.위기시 자사의 입장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아닌 것을 사실처럼 알리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돋보기 / 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연구소실무와 이론을 접목해 PR컨설팅 영역 개척지난 3월 설립된 PR컨설팅 전문연구소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PR 컨설팅 서비스 제공과 한국형 PR 솔루션 개발에 활동의 중점을 두고 있다. 국내 최초의 PR박사로 유명한 차희원 소장을 중심으로 연구원 전원이 석ㆍ박사급으로 구성돼 있다.코콤포터노벨리측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포터노벨리(PorterNovelli)의 네트워크와 체계화된 솔루션 등 선진기법을 도입하면서 이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 한계를 느껴 국내 환경에 맞는 한국형 PR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연구소는 최근 지난 1년간의 활동을 토대로 위기관리, PR조직 운영관리, 온라인 PR 등 PR 솔루션을 개발해 발표했다. 아울러 PR 전략서 시리즈를 발간하는 등 컨설팅조직으로서 공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또한 각종 지수(index)를 이용한 검증된 평가방법과 체계적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특히 이번에 학계와 연계해 5단계의 철저한 연구를 거쳐 신뢰성과 타당성을 동시에 갖춘 위기관리 측정도구로 개발된 KCMI(코콤포터노벨리 위기관리지수)의 경우, 그동안 국내에서 언론대응에만 치우친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본질적 조사와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적인 위기관리 PR활동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차희원 소장은 “선진 실무기법과 이론을 통해 우리 조직에 적합한 한국형 PR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공기관이나 주요 기업체들의 PR활동을 과학화하고 전문화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예방차원 위기관리 강화해야”“대구지하철 참사는 위기관리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계획에 따른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났습니다.”이번 ‘기업의 위기관리 실태조사’를 지휘한 이화여대 김영욱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예방적 차원의 위기관리에 소홀한 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평상시에 위기 대처 훈련이 부족한 것도 위기예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위기관리는 예방과 사후처리로 구분됩니다. 세계적인 추세는 예방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위기의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그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사후처리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김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실행적인 측면보다 추상적으로 위기관리에 접근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추상적인 접근으로 인해 위기관리 유형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 위기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은데 대처방안은 획일적이라는 평가다.“위기의 종류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해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집니다.위기관리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위기관리는 경영전략의 중심요소가 돼야 한다고 김교수는 강조한다.“위기관리를 더 이상 사후처리로 축소하지 말고 전체 경영전략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의 관심이 필수적이지요. 또한 전담부서를 마련하는 등 시스템도 개선해야 합니다.”김교수는 기업의 홍보부서가 위기관리부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공중과의 관계가 중심업무인 만큼 위기관리의 실무부서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물론 홍보부서가 모든 위기관리 업무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해당부서와 협력해 위기의 징후를 감지하고 그에 따른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공중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등 중심통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지요.”외부전문가집단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김교수는 제안한다. 외부인의 눈으로 볼 때 문제가 더 명확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현재 각 기업은 나름대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도입시기가 늦은 만큼 전문적이지 않습니다. 외부전문가에 의뢰해 좀더 전문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필요가 있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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