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비해 15년은 뒤처져 있다는 척박한 한국 공연시장에서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 는 ‘희망의 증거’로 통한다.1997년 10월 초연 이후 6년 동안 150만명의 내외국인이 관람한데다 지난 2000년 7월 국내 최초로 상설 전용극장을 마련한 뒤로 매년 두 배의 매출을 올리며 공연산업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 올린 입장료수입은 263억원에 달한다.게다가 지난 7월1일에는 540석 규모의 새 전용극장을 개관, 바야흐로 브로드웨이식 장기공연의 시대를 열었다. 새 난타 전용극장은 정동 A&C극장을 통째 임대해 건물 전체를 ‘난타스럽게’ 꾸미고, 층별로 플라잉 스피커 시스템을 구축해 타악의 전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조명과 무대 역시 새롭게 단장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수준을 갖췄다. 객석도 이전보다 250석이 늘어나 더 많은 관객을 들일 수 있게 됐다.현재 를 관람하는 관객 가운데 80%는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관광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입국한 이들로, 이 가운데 80~90%는 일본인이다. 개중에는 100번 가까이 관람했다는 마니아와 한국에 올 때마다 들른다는 호주출신의 50대 사업가도 있다.일본 야쿠자,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 프랑스 월드컵응원단도 를 보고 간 관객들이다.국적과 계층에 관계없이 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대사가 거의 없는 퍼포먼스라는 특징 덕분이다. 도마와 칼, 냄비, 물통 등을 사정없이 두드려 리듬을 만들어내고 오이, 당근, 양배추, 양파 등 갖가지 야채를 난도질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한 것이 ‘설명이 필요 없는’ 다국적 공연상품이 된 비결이다.의 목표는 세계로 향해 있다. 궁극적으로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난타 전용극장을 세우는 것. 물론 나 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의 공연으로 키운다는 전제가 있다.이미 오사카, 상하이,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전용극장 설립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전망은 밝다. “못할 것 없다”는 게 를 이끄는 송승환 대표의 자신감이다.팝콘하우스중소형 뮤지컬 전용극장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중가요 그룹 god의 공연장소로만 알려져 왔던 서울 정동의 팝콘하우스. 최근 이곳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 이들이 뮤지컬산업 종사자들이다.팝콘하우스에서는 지난 6월5일부터 뮤지컬 (Singin’ in the Rain)이 공연되고 있다. 그리고 팝콘하우스라는 이름 앞에 항상 따라붙는 새로운 수식어가 ‘뮤지컬 전용극장’이다.이 공연의 제작사인 SJ엔터테인먼트는 세종증권 계열의 공연 전문기업으로 뮤지컬 제작발표회를 통해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알리는 데 온힘을 기울였다. 1,200석 규모로 기존 시설을 장기 임대해 뮤지컬을 하기에 편리하도록 개조한 팝콘하우스 외에도 이 회사는 서울 강남에도 뮤지컬 전용극장을 세울 계획이다.막을 올리기 전부터 전용극장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시끌벅적했던 이번 공연과 또 뮤지컬 전용극장 운영에 대한 평가는 현재 엇갈린다. 공연이 한 달 이상 진행된 현시점에서 각각의 장단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장기공연이 가능하고 무대세팅이 자유롭다는 것이 전용극장의 장점이다. 기존에 대형 콘서트홀을 대관해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경우 대관기간에 제약이 있고 무대를 함부로 개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처음 뮤지컬 전용극장에 대해 논의되던 시점에서 이것이 국내 뮤지컬산업을 부흥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그러나 전용극장이라는 용어의 생소함에서 나온 문제점들도 지적된다. 전용극장이라는 용어가 배우나 스태프의 입장에서는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관객에게는 오히려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영국이나 미국처럼 고정적인 뮤지컬 인구가 보장되지 않는 국내 뮤지컬산업의 특성상 전용극장이 관객의 편의를 완벽히 충족시켜 줄 정도의 경제적 여건을 갖추기가 어렵다.뮤지컬산업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인프라의 삼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SJ엔터테인먼트는 아직 초기단계인 전용극장의 인프라 수준에 맞는 중소형 공연 중심으로 이 극장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박용호 S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3팀장은 “뮤지컬이 모든 공연 장르 중 각광을 받으리라는 점은 의심치 않는다”며 “다만 자금력 있는 회사가 일관성 있게 투자하고 지나치게 인프라상의 발전만 추구하는 과당경쟁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델라구아다지난해 여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뮤지컬 퍼포먼스 는 사실상 국내 최초의 전용극장 건립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공연의 특이성만큼이나 전용관 건립을 위한 과감한 투자 등으로 숱한 화제를 불러모았다.좌석도 무대도 없고 80분간 스탠딩 공연으로 이어지는 공연 특성상 특별한 공연장이 필요해 미국 브로드웨이의 경우 낡은 은행빌딩을 개조한 전용관이 마련됐다.우리나라에서는 전용관을 아예 새로 지었다. 세종문화회관 옥외주차장에 최대 800명이관람할 수 있는 ‘델라구아다홀’이 세워졌다. 건축ㆍ디자인 등 건축비용이 16억원, 전기ㆍ상하수도 등의 설비시설비가 약 3억원 등으로 총 21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이처럼 전용관 건립비를 포함해 1년 공연비용으로 약 90억원이 쓰인 공연은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에 다소 못미치고 있다는 게 공연 관계자들의 말이다.물론 전용극장의 시발점으로서의 의미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뮤지컬 전용극장 붐 조성의 과도기를 이끈 선두주자로서 다만 국내에 익숙지 않은 퍼포먼스 장르를 도입한 것이 그 충격을 약화시켰던 것으로 평가된다.이 공연의 제작자인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당시 제미로 공동대표ㆍ44)는 “델라구아다홀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에서 장기 공연이 가능했다”며 “델라구아다홀 덕분에 공연장측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체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시도할 수 있었던 장점도 있다”고 자평했다.그는 또 “이 극장은 가 끝난 후에도 다른 퍼포먼스나 뮤지컬을 공연할 수 있는 전용극장으로 손색이 없게끔 지어졌다”며 “뮤지컬 전용극장은 뮤지컬산업이 발달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는 흔히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전용극장이 꾸준히 생겨나 정착되면 뮤지컬산업도 이에 걸맞게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역설했다.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도깨비스톰자본투자 본격화 “세계적 흥행작 만든다”와 함께 대표적인 창작 퍼포먼스로 꼽히는 도 최근 전용극장을 마련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본이 본격 투입돼 을 한국 대표 공연상품으로 키운다는 계획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에 손을 내민 투자가는 뮤지컬 으로 국내에 대형 공연 붐을 일으킨 롸이즈온.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와 뮤지컬 브랜드 ‘제미로’ ‘제투’를 운영하는 오리온그룹 계열 외식ㆍ공연 전문기업이다.롸이즈온은 지난 7월16일 미루스테이지로부터 의 저작권 및 판권을 인수하고 전용관사업 및 브로드웨이 진출과 관련한 사업비 전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목표는 “를 넘어 브로드웨이를 주름잡는 공연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것.롸이즈온의 인수 및 투자가 지니는 의미는 상당하다. 먼저 공연예술계에서 창작품에 대한 저작권 및 판권을 인수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외면 당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겨 실력 있는 제작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또 대형 제작사와 중소 예술단체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순수 창작 콘텐츠를 제작, 개발하는 효과도 크다.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에도 힘을 실을 수 있게 돼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특히 은 한국 전통의 소재인 ‘도깨비’가 주인공이어서 고유성과 성장가능성을 고루 지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영환 공연사업부장은 “현시점에서 브로드웨이를 논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2년 동안 상설공연을 통해 작품을 가다듬고, 전문컨설팅을 바탕으로 브로드웨이시장에 최적화된 공연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도깨비스톰 전용극장은 이전까지 난타 전용극장으로 사용되던 스타식스 정동 아트홀이다. 전용극장 유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는 한편, 극장을 도깨비 테마로 꾸며 공연과 함께 색다른 문화경험의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2년간 매출목표는 90억원선. 은 8월1일 전용극장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하며 장도의 첫발을 내딛는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돋보기 / 빅톱(Big Top)시어터이동식 가변 극장로 첫선서울, 그것도 웬만큼 대규모 공연장이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대형 뮤지컬공연이 지방도시를 돌며 열린다.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동식 가변극장 ‘빅톱(Big Top)’ 덕분이다. 내부구조나 음향, 설비 등이 첨단 공연장을 능가하는 빅톱시어터는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를 통해 첫선을 보인다. 7월31일 수원 경희대 캠퍼스를 시작으로 대구, 광주, 대전 등 4개 도시를 3개월 동안 순회한다.빅톱시어터는 호주에서 제작돼 지난 6월 국내에 공수됐다. 해외 기술 스태프 25명, 국내 스태프 35명, 호주 현지 작업자 25명 등 총 116명의 기술 및 운영 인력이 빅톱 설치에 동원됐다. 현재는 모든 제작을 완료하고 무대 리허설 및 세부점검에 들어간 상태.빅톱시어터의 장점은 관객의 4분의 3이 무대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잡아 공연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간 휴식시간에 전세계에서 뽑힌 오리지널팀 배우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국내에 처음 선보이지만 빅톱은 이미 미국, 호주 등 문화선진국에서 중소도시의 공연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움직이는 오페라하우스’라 불릴 만큼 최상의 시설과 환경을 갖춘 게 자랑이다.안락한 좌석은 물론 로비, 화장실, 판매시설 등 모든 부대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이동 극장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킨다는 설명이다. 안전이나 소방 등의 문제도 철저히 고려됐다고. 국내에 설치되는 빅톱시어터는 80m×120m의 공간에 1,800석으로 구성된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