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위기관리 능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현실적으로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는 이를 과감하게 수치화해 국내 기업들의 위기관리 상태를 파악했다.이번 조사에서 위기관리 전체지수는 위기이해지수와 위기시스템지수, 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눠 살펴봤다. 먼저 결과를 보면 전체지수는 5점 만점에 3.70으로 나타났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74점인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위기이해지수 3.68, 위기시스템지수 3.87, 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 3.53 등이다.위기시스템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반대로 위기커뮤니케이션 부문은 가장 낮았다. 국내 기업들이 위기관리시스템에 큰 비중을 두고 위기를 관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커뮤니케이션 부문이 가장 낮은 점수를 보여준 것은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위기관리계획, 위기훈련 등 실질적인 실행 측면은 약한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각론으로 들어가면 업체 특성별 위기관리지수가 눈길을 끈다. 먼저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과 금융보험업의 위기관리지수가 각각 4.04와 4.03으로 다른 업종을 압도했다. 반면 제조업은 3.52로 전체평균(3.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결과를 나타냈다.외부환경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굴뚝산업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건설업과 서비스업은 각각 3.97과 3.74의 평균점수를 받아 중위권을 형성했다.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도소매업, 금융보험업, 건설업의 경우 제품안전성, 인터넷시스템 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요소 등의 위기시스템지수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금융보험업은 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위기관리 내용과 업종 특성이 그대로 부합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가 올해 선정한 한국대표기업(5월19일 발행, 제389호 참조) 가운데는 역시 톱10에 든 기업들의 평균점수가 가장 높았다. 이들 기업은 4.19의 점수를 얻어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이어 11~30위 기업들이 4.00으로 뒤를 이었고, 201~300위 기업들은 3.26으로 조사대상인 300위 이내 기업 가운데 가장 낮았다.매출액도 위기관리지수와 상관관계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연간 매출액 3조원 이상 기업들의 경우 평균이 3.92로 거의 4.0에 육박하며 가장 높았고, 이어 1조~3조원 기업이 3.75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전체적으로 1,000억원 미만의 업체를 제외하고 업체의 매출이 높을수록 위기관리지수도 상대적으로 높았다.업체의 직원수와 위기관리지수 간의 상관관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직원수가 많은 회사일수록 위기관리지수도 높은 성향을 보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1만명 이상의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사원수가 적은 업체보다 위기관리에 대한 이해, 시스템, 커뮤니케이션지수 면에서 모두 높게 나타났다.이런 경향은 중소기업보다 직원수가 많은 대기업이 각종 위기관리 훈련, 시스템 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