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미래 바꿀 북항 재개발 사업 본궤도 올라

2030년까지 6조8000억원 투입…세계박람회 유치 맞물려 친수 공간·국제 해양 관광 거점 육성

[컴퍼니]

부산항 북항 1단계 사업 조감도. 북항 통합개발추진단 제공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은 부산의 미래 발전을 좌우할 초대형 프로젝트다. 2030년까지 1, 2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북항 재개발 사업은 그 비용만 약 6조8000억원에 달해 ‘부산 대개조’ 사업으로 불린다. 지역에선 일자리 등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와도 맞물려 있다. 재개발 2단계 부지에 엑스포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뒷걸음치는 부산 경제 회생 돌파구 기대

북항은 1876년 개항 이후 2000년 전후까지 부산의 중심 항구 역할을 해 왔다. 경제적인 의미도 크지만 역사적으로도 뜻깊은 항구다. 6·25전쟁 당시 11만4000여 명의 피란민들이 자유를 찾아 이곳에 왔고 유엔군이 입항한 곳이기도 하다. 경제 개발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면서 늘어나는 항만 물동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항만 정비와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 적체 현상이 지속되자 김영삼 정부는 부산 강서구와 진해구 일대에 신항 개발 공사 프로젝트를 입안했다. 신항이 개발되고 북항의 물류 기능이 떨어지면서 북항을 시민들을 위한 친수 공간과 국제 해양 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북항 재개발이 갖는 의미는 크다. 부산 인구 및 소득 감소와 청년 유출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명맥을 잇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지역 소득과 인구 동향 결과 등을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부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평균 3721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2741만원에 불과했다.

1인당 개인 소득은 1968만원으로 7대 특별·광역시 중 셋째로 낮았다. 혼인율과 출생률은 전국 최하위였고 인구 순유출은 2만3354명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업률은 4.5%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비 침체까지 겹쳐 지난해 부산의 소비자 물가는 전년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전국 17개 시·도 중 둘째로 낮다. 북항 재개발 사업은 이렇게 점점 낙후돼 가는 부산 지역 경제 회생의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성기 단장(가운데)을 비롯한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 관계들이 사업지를 둘러보고 있다.

1단계, 고용 12만 개 창출·경제 파급효과 31조5000억원

재개발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됐지만 10년간 지지부진했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고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단장 정성기)이 2019년 출범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추진단은 북항 재개발 현장에서 시민 사회 의견 수렴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부산시·부산항만공사·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각종 사업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1단계 사업은 부산항 1~4부두·연안부두·국제여객부두·중앙부두 등 노후화된 항만 부지 154만㎡(약 46만 평)를 재개발하는 것이다. 추진단에 따르면 이곳엔 마리나 시설과 수변 공원, 경관 수로, 친수공원, 오페라하우스, 해양 레포츠 콤플렉스 등이 들어선다. 부산항 1, 2부두 사이는 윈드서핑과 카누 등 해양 레포츠 체험 공간으로 활용된다.

1단계 사업으로 약 12만 개의 고용 창출과 31조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추진단은 전망하고 있다. 항만 재개발을 성공시키려면 지역 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과 함께 안정적인 사업 기반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추진단의 판단이다.

추진단이 만들어진 뒤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추진단 구성 이전 11년간 공정률은 45%에 불과했다. 하지만 추진단 구성 이후 최근 2년간 77.8%(2월 기준)로 높아졌다. 오는 7월 부산역과 친수공원을 잇는 보행 데크도 완공된다.

올해부터 2단계 재개발 사업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2단계 사업은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 개최 전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1단계 사업이 항만에 국한된 개발사업이라면 2단계는 항만·철도·도심을 함께 발전시키는 228만㎡(약 69만 평) 규모의 복합 개발 사업이다.
추진단은 “2단계는 부산역 일원 철도 재배치와 자성대부두·양곡부두·5물양장 이전 배치, 배후 노후 공단 및 주거 지역 정비 등 부산 대개조 사업과 함께 유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고난도의 개발”이라며 “부산의 오랜 숙원이자 원도심의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에 부산 시민은 물론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으로 힘을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단계 사업의 첫 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9년 8월 사업 시행자를 공모했지만 항만·철도 이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난제와 불확실성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 위기 상황이 있었다고 추진단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추진단이 부산시와 관련 공기업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사업 설명회를 열고 투자 유치에 힘을 쏟아 부산시 컨소시엄의 참여를 끌어내면서 실타래를 풀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계획도

2단계, 원도심 연계 개발…“세계박람회 유치 힘 모아야”

1단계 사업은 부산항만공사 주도로 진행됐지만 2단계는 부산시가 대표 사업자로서 컨소시엄을 이끌어 원도심과 연계한 통합 개발을 추진해 나가게 된다. 컨소시엄엔 부산항만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부산도시공사·한국철도공사가 공동 참여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2030년까지 사업비 4조4008억원이 투입되고 지방 정부와 한국 최대 공기업이 사업에 참여함에 따라 난개발을 막고 공공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대규모의 재원 조달이 용이해져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단계는 재개발 사업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기반과 공공 시설 등에 재투자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공성 강화로 재개발 지역과 원도심이 상생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수용·사용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과제도 만만치 않다. 그 무엇보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가 최대 관건이다. 엑스포 예정 부지 상당수가 재개발 지역이다.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는 향후 부산의 100년 미래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국제 관광 도시 부산의 브랜드를 확립하는 데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부가 가치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기 위해선 2023년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장 실사단 방문 전까지 2단계 공사 착공을 신속히 해야 개최지 선정에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추진단의 판단이다.

정 단장은 “2단계 사업 부지 수요 예측 결과에 따르면 상업 업무 시설의 수요가 절반을 넘지 못해 장기간 나대지 상태로 방치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토지 수요를 증대할 수 있는 메가톤급 국제 행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에 차질이 없도록 2단계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항 북항 2단계 사업 내해 조감도. 북항 통합개발추진단 제공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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