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경영실적 지난해 기록 경신… 미국 독일 중국 등 해외 현지법인 가동 본격화
현대차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또 다시 창사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미국, 독일 등지에 현지법인 신축 기공식을 잇따라 갖는 등 세계 명문자동차 그룹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다.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내수 73만4,313대, 수출 85만175대 등 총 158만4,488대를 판매해 22조5,0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 23.4%가 증가, 3년 연속 20%이상 증가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1,654억원으로 이 역시 창사이래 최대치다.특히 매출액은 자동차 판매대수 증가율에 비하면 큰 폭의 신장세다. 이는 수출에서 힘을 얻은 결과로, 수치상으로는 수출량이 3.5% 증가했지만 매출액 규모는 7조7,628억원에서 10조4,002억원으로 무려 34%가 증가했다.그랜저XG, EF쏘나타 등 중대형 승용차와 RV 같은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가 크게 늘어났고 세계적인 브랜드인지도 역시 눈에 띄게 높아진 덕분으로 풀이된다.올해도 현대차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지난 4월 한 달만 해도 내수 7만3,278대, 수출 8만3,770대를 판매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수실적의 경우 지난 96년 12월 이후 월간 최다 판매실적이기도 하다.한 증권사는 현대차의 지난 1·4분기 순이익을 5,500억원대로 추정, 지난해에 비해 1조 이상 늘어난 2조2,000억원대의 순이익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도 이대로라면 못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싼타페·EF쏘나타, 미국 소비자 만족도 1위현대차의 명성과 그에 따른 상승세는 해외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횡행했던 ‘싸구려 자동차’라는 선입견을 벗고 ‘잘 만든 차,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다.실제로 최근 발표된 미국 자동차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EF쏘나타가 각각 1위 항목을 차지해 인기를 증명했다. 미국 자동차 부문 컨설팅업체인 오토퍼시픽사가 지난해 9~11월 새 차를 구입한 3만4,0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EF쏘나타와 싼타페는 중형 승용차 및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부문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또 그랜저XG는 고급 중형 승용차 부문에서 5위, 아반떼XD(수출명 엘란트라)는 소형차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현대차는 여세를 몰아 해외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속적인 판매 성장을 위해서는 브랜드 이미지 향상이 필수라는 판단 아래, 차량 품질 및 AS 부문을 집중관리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소비자 만족지수를 도요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현지 법인 설립·투자도 활발하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현대-기아 디자인센터 착공에 이어 지난 4월16일에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 미국 현지공장 기공식을 가졌다.‘현대 모터 앨라배마 공장(HMMA)’으로 명명된 이 공장은 미화 10억불(약 1조 3,000억원)을 투자해 196만평 규모로 세워지며 2005년 상반기부터 연간 3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유럽시장도 저가 소형차 위주 판매에서 탈피해 중대형 승용차와 RV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초 독일 뤼셀스하임시 1만평 부지에 유럽법인 신축 기공식을 갖는 등 전초기지 마련에 나섰다.중국도 빼 놓을 수 없는 거대 시장. 현대차는 지난 4월 ‘북경기차공업공고유한책임공사’와 합자회사 ‘(가칭)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 설립을 위한 전략합자협의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6월부터 승용차공장 건설에 착수해 올 연말 시험생산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년간 20만대, 2010년까지 5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GM의 대우차 인수 등으로 내수시장이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시장 ‘수성’ 전략도 비중있게 추진중이다.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월드컵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 공식 후원사로서 전세계를 상대로 격조있는 스포츠마케팅을 전개, 브랜드 파워를 키운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월드컵 기간 중 노출될 경기장 광고 등을 통해 50억불 이상의 광고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또 새로운 개념의 소형차 ‘클릭’을 5월 22일 출시, 젊은층 공략에 가속도를 붙일 계획이다.현대자동차의 올해 매출 목표는 23조5,400억원, 내수와 수출을 합친 완성차 판매량은 168만대 수준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연구 개발 투자에 1조3,300억원을 투자, 2010년 글로벌 5대 메이커 진입을 대비하고있다.CEO 탐구 김동진 총괄 사장정통 엔지니어 출신 '테크노 CEO'지난해 7월부터 현대자동차 총괄 사장으로 35만명의 직원(협력업체 포함)을 이끌고 있는 김동진 사장(52)은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타고난 ‘강골’로 알려졌다.매일 새벽 5시30분에 출근, 6시에 아침 회의를 주재하는 데다 평균 4시간 정도의 수면시간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하기 때문. 직원들은 그런 그를 ‘철인’이라고 표현하며 혀를 내두른다.그러나 김사장을 만나 본 사람들은 그가 엔지니어 특유의 순수함을 가졌다고 말한다. 자신을 꾸밀 줄 모르고 생각을 숨길 줄 모르는 면모가 딱 ‘기름밥 먹는 사람’이라는 것.김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핀레이공대 산업관리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정공 기술연구소 시절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전차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이 현재의 ‘MK라인’ 선두자리로 이어졌다.지난해 상반기까지 3명의 사장을 뒀던 현대차가 김동진 사장 1인 체제로 바뀐 것을 두고 사실상 정몽구 회장과 김사장의 ‘2인 경영 시스템’ 출발로 보는 쪽이 많았다.현대정공에서 국내 최초의 탱크를 개발했던 김사장은 이후 현대우주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비행기 만드는 일을 맡았다. 2000년 현대자동차 사장이 되면서 자동차까지 섭렵하게 돼 명실공히 ‘탈 것 전문가’가 된 셈이다.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론을 자신의 신념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