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큰손 ‘레너드 김’의 ‘Buy Kor ea’ 리스트

레너드 김(36, Leonard Kim)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캐피털인터내셔널(Capital International)의 부사장이다. 주로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이 투자회사가 국내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지난 98년 하이트맥주의 외자유치가 발표되면서부터.당시 하이트맥주가 3,000만달러를 유치한 곳이 캐피탈인터내셔널이었고, 담당자가 레너드였다.국내 증권업계에선 처음으로 발행된 신형우선주(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우선주)여서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투자 전문가들은 캐피털인터내셔널과 레너드 김이란 인물에 주목했다. IMF 직후 불투명한 한국시장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한 회사여서 그런지 회사의 실체와 핵심 인물의 정체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지난 1931년 설립된 캐피탈인터내셔널은 세계적으로 4,000억∼5,000억달러를 운용하는 전문투자그룹이다. 미국 시민들의 자금을 모아 투자하기도 하고, 때론 종교단체의 기금을 받아 운용하기도 한다. 투자 회수 기간은 대략 3년. 하이트맥주의 경우 투자한 뒤 3년 뒤부터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했다.하이트맥주 고위 관계자는 “2001년부터 레너드 김은 주당 44달러에 캐피털이 보유한 지분을 하이트가 되사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당시 레너드는 하이트맥주측에 “만약 인수하지 않는다면 2002년엔 주당 52달러까지 인수가격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동양제과에 5천만달러 투자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이 그의 요구를 수용했던 이유는 1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율 차이가 적어서다. 박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과 2대주주인 칼스버그가 보유한 지분이 엇비슷하더니 2002년 초 한때 칼스버그의 지분이 박회장 지분을 앞질렀다. 이 때문에 당시 박회장은 은행에 급하게 300억원을 빌려 레너드가 확보한 160만주를 매입했다.하이트맥주의 2대주주인 칼스버그 역시 같은 요구를 받고 250만주를 레너드로부터 사들였다. 이를 통해 레너드는 무려 투자 원금의 9배에 달하는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상대가 지분인수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레너드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하이트맥주에 첫 투자를 시작한 레너드는 곧이어 동양제과로 관심을 돌렸다. 2000년6월 동양제과가 엔터테인먼트 관련 계열사를 온 미디어(On Media)라는 지주회사로 묶을 때, 레너드가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동양제과는 투니버스 바둑TV OCN 등 국내 최다의 케이블 채널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런 점이 레너드의 눈에 들어왔다.박환승 온 미디어 기획재경본부장은 “당시 외국계 투자자들이 동양제과에 찾아와 투자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레너드 김이 동양제과의 투자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레너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부장은 “그가 한국 시장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서, 일이 빨리 진행됐다”며 “상대방의 의중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고,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한국시장의 사정까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LG카드 구씨일가 지분 1억달러에 사들여온 미디어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레너드가 투자한 5,000만달러는 현재 8,000만달러를 호가하고 있으며 향후 상당한 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영화채널인 OCN에서 매출이 늘고 있는 등 온 미디어의 매출액이 지난해 650억원에서 올해는 820억원을 예상할 정도로 좋아지고 있어서다.또 온 미디어는 현재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를 포함해 2003년까지 전국에 1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할 계획이다. 온 미디어 관계자는 “회사의 매출액 평균 성장률이 해마다 20%씩 높아지고 있으며, 올해는 설립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서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레너드는 다시 LG카드로 투자처를 옮겼다. 그는 지난 1월 노무라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구본무 LG 회장의 직계 사촌들 23명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349만주(4.99%)를 인수했다. 투자금액은 1억달러, 주당 3만5,000∼4만원대에 인수한 셈이다. 5% 미만의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공개된 주주 명단에는 올라있지 않다.당시 LG카드는 상장을 앞두고 장외시장에서 주당 7만∼8만원대에 거래됐다. 따라서 그는 시가의 절반가격에 인수한 셈. 이에 대해 LG카드 관계자는 “왜 구씨 일가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했는지 알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어쨌든 레너드는 확보한 지분을 배경으로 사외이사에 등재됐다. 담당업무는 경영 관리로 돼 있지만, LG카드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참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맥주에 투자했을 때에도 사외이사 직함을 갖고 있었지만, 경영에 간섭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회사를 방문, 분기별 또는 매월 재무상태를 체크해 본사에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레너드 김이 투자에 처음으로 실패한 기업은 메디슨이다. 하이트맥주가 레너드의 첫 투자처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메디슨이 하이트맥주보다 1주일 앞서 투자된 곳이다. 뒤늦게 알려진 얘기지만, 하이트맥주에 투자할 때 자금의 주인은 미국 종교단체의 기금이었다. 이 기금에서 하이트맥주가 술 제조업체인줄 알고는 거절했다는 것.결국 이 자금은 메디슨 투자로 연결됐고, 3,000만달러의 투자원금을 날리는 비극으로 끝났다. 이미 시장에 알려진 대로 메디슨은 지난 1월 67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맞았고, 현재 법정관리 신청중이다. 레너드와 친분이 있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1년 전부터 메디슨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메디슨의 투자가 실패로 귀결됐다면, 대구은행은 투자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기업으로 남았다. 레너드가 지난 2000년 대구은행의 실사를 끝내고 8,000만∼1억달러의 투자를 막 집행하기 직전 대구은행 경영진의 반대로 무산됐다.무산된 이유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당시 시가는 주당 1,200원대였지만, 자산가치로 따지면 액면가(5,000원) 이하로는 도저히 투자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액면가에 대한 할인발행을 요구한 레너드와 액면가 이하로는 발행할 수 없다는 은행측 요구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이런 이유로 투자가 무산됐고, 훗날 레너드는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주당 1,200원 하던 주가가 최근 6,000∼7,000원대로 올랐던 것을 보면 그의 아쉬움도 이해가 된다.이 때문에 레너드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종종 대구은행 투자건에 대해 언급하며 입맛을 다셨다고 전해졌다. 이밖에 그는 삼성 계열사에 투자하려다 그룹 회장실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도 갖고 있다.지난해 레너드는 지역 케이블TV 방송국(SO)을 인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물로 나온 SO들은 직접 가서 보고 수익성을 검토했다. 이유는 국내 홈쇼핑산업의 성장 가능성 때문.홈쇼핑업체들이 호황을 맞이하면 덩달아 춤을 추는 곳이 지역 케이블 방송국들이다. 예컨대 LG홈쇼핑이나 CJ39쇼핑은 황금채널(8번과 10번)을 확보하기 위해 연간 매출의 2%(1,500억∼2,000억원)를 SO에게 광고비 형태로 지급한다.최근 일본 돌며 투자기업 탐색하지만 올해 들어 레너드는 SO 인수에 심드렁해졌다는 것이 주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케이블TV의 수익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레너드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 투자가 아니다. 아시아 지역 투자 전문가인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일본.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을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하이트맥주 관계자는 “레너드가 일본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그는 일본에 관해 다섯 가지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데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좋은 것은 한국처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금융위기가 있는 곳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구미에 맞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국의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요즘 외국인들은 더 이상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최근까지 레너드의 투자 성적표는 ‘A’를 받아도 좋을 만큼 성공적이었다. 메디슨에 투자한 3,000만달러를 제외하고는 다른 기업의 투자건은 수익률이 좋다. 3,000만달러를 투자한 하이트맥주는 9배를 남겼으니, 메디슨 실패는 크게 염려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그가 앞으로 국내 투자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 등 다른 나라로 옮겨갈 것인지는 궁금한 점이다.돋보기 / 레너드 김은 누구?일급호텔 머물며 모범택시 타고 투자처 물색레너드 김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연락처를 기자에게 가르쳐 주길 거절했다. 레너드의 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기자에게 연락처를 건넬 수 없다는 것이 이유. 이들의 말을 곰곰이 분석해보면 레너드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눈치챌 수 있다.우선 이들은 레너드와 계약관계가 끝났을지라도 그와 계속 접촉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레너드가 우리에게 해외 투자의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며 “앞으로 그와 함께 투자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그가 손 털고 나가도 투자를 받은 회사측은 그를 만나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 셈이다. 온 미디어 관계자는 “비즈니스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소주 한 잔 마시고 싶은 사람”이라고 그를 평가하기도 했다.레너드의 개인 이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재미교포인 그는 미국서 컴퓨터공학과 졸업, MBA 그리고 홍콩 페레그린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회계분야의 전문가이고 숫자에 밝다는 점을 인정한다.또 술을 많이 마셔도 실수를 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다고 한다. 그는 싱가포르 아시아 지역본부에 머물면서, 서울에 올 때는 강남의 일급 호텔에 거처를 두고 모범택시를 타며 투자처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레너드는 맥주회사 전문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그와 함께 일했던 한 관계자는 “레너드는 브라질 맥주회사에 투자해 20배를 남겼으며, 러시아 맥주회사 투자에서는 10배의 차익을 남겼다”고 말했다.투자패턴은 하이트맥주와 비슷한데 2대주주나 3대주주로 참여, 1대주주나 회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제3자에 판매한다. 러시아 맥주회사의 경우 남아공 맥주회사인 SAB에 지분을 매각했다.레너드 김이 재직하는 캐피털인터내셔널에는 재미있는 사내 규정이 있다. 총 투자금액의 10%는 투자처를 물색한 회사의 애널리스트들에게 할당해준다는 점이다. 돈이 없다면 회사에서 대출도 해준다. 예컨대 1억달러를 투자하면 1,000만달러는 애널리스트의 몫이다. 책임을 부여하면서 대박이 터지면 파이를 함께 나누는 시스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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