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가락·녹차향 은은한 ‘예향’

서편제의 고향, 차밭의 고장,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산·바다·호수가 어우러진 마을. 이 모두가 전남 보성을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서편제 소리가락에 이끌려, 녹차의 향기를 맡으며 보성으로 가는 길.광주를 지나고 화순 땅도 밟아야 하는 먼 길이지만 마침내 봇재를 넘어 율포 바닷가나 벌교를 지나서 대포리 혹은 장암리 갯벌에 서면 여행자들의 가슴은 청춘일기를 쓰고 난 뒤처럼 마냥 울렁거린다.전남 보성 땅은 5월이면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보성읍을 거쳐 율포 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다보면 8km쯤에 다향각이 서있는 봇재(해발 2백10m)가 나온다. 이 일대의 보성읍 봉산리와 회천면 영천리가 맞물려서 양쪽으로 차밭이 녹색융단처럼 펼쳐져 있다.보성다원은 1940년에 조성되기 시작해 지금은 3백여 정보의 면적에 6백만 그루 가까운 차나무가 자라고 있어 우리나라 녹차 생산량의 40%를 점유하고 있다.보성이 차의 산지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신라 시대 보성 대원사에서 차를 재배하면서부터라고 전해진다. 이를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확산시켰다. 이 일대에서 가장 큰 차밭을 경영하고 있는 곳은 관광농원도 겸하고 있는 대한다업의 보성다원이다.보성읍내에서 봇재를 넘기 직전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실 입구까지 들어가는 길이 너무도 인상적이다.백m쯤 되는 진입로 양편으로 수백 그루의 삼나무가 줄을 선 모습은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사무실 한 켠에는 녹차를 마시기도 하고 구입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이영애, 이정재, 장서희의 사인을 구경하고 따스한 녹차 한 잔으로 숨을 달랜 다음 산비탈에 조성된 제1차밭으로 가본다. 늘 사진 속에서만 보던 녹색 비단 물결이 구비구비 물결친다. 제2차밭은 봇재 넘어 율포 해수욕장으로 가다 오른편 평지에 들어서있다.보성의 많은 차밭 가운데 대한다업 차밭이 유명한 것은 차밭 규모뿐만 아니라 삼나무 진입로의 운치가 인상적인 탓이다. KBS드라마 온달왕자들의 셋째 아들이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간 장면이 촬영됐고 SK텔레콤의 수녀님과 스님이 출연하는 011 CF 촬영 무대로도 등장했다.그밖에 ‘체험 삶의 현장’이란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여운계씨가 이곳에 와서 찻잎을 따는 장면이 촬영됐는가 하면 전도연씨가 주연한 베스트극장 ‘기억되는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도 바로 이 차밭에서 한 장면이 촬영됐다.소설 태백산맥 무대, 벌교 여행도 ‘그만’보성읍내에서 고속도로 수준으로 잘 닦인 2번 국도를 타고 순천 방면으로 가자면 벌교읍이 나온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탐방길은 벌교역 에서부터 시작된다.지금은 번듯한 건물로 치장돼 소설 속의 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의 벌교역사는 허름한 일제시대 건물에 역전의 북적거리는 장터 분위기가 어우러져 꽤 향수를 자극하는 풍광을 보여주었다.벌교역사 안에는 이 지방 특산물인 꼬막을 채취하는 도구 몇 점, 꼬막과 짱뚱어의 유래를 설명한 안내문이 전시돼있어 여행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보성읍내에서 대산리 방면으로 11km를 내려가면 제암산 자락에 조성된 제암산자연휴양림이 있다. 제암산은 해발 807m로 정상에 3층으로 이루어진 높이 30m짜리 기암괴석이 놓여있다. 바위는 둥글고 평탄해서 1백여 명이 함께 어깨동무를 해도 좁지가 않다.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올리는 영산이다.제암산휴양림(061-852-4434)은 1996년 보성군이 조성했다. 아직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까닭에 조용히 삼림욕과 숲속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1930년대부터 개장한 율포해수욕장은 송림과 은빛모래사장을 자랑한다. 여름을 제외한계절에는 고깃배들이 정박하는 포구로도 쓰인다. 한여름이면 바닷물을 끌어다 쓰는 해수풀장이 문을 열기도 한다.해변 송림 초입에 들어선 해수·녹차탕(061-853-4566)은 보성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보성만의 바다를 내다보면서 목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해수탕과 보성녹차를 원료로 한 녹차탕은 피로회복, 동맥경화, 고혈압, 건성피부 보호, 피부병 예방, 관절염, 신경통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보성의 특산물로는 미력옹기, 징광옹기, 녹차잎을 사료로 먹인 녹돈 등이 있다. 미력면 도개리의 미력옹기는 채바퀴타래기법을 이용해서 제작한다. 이 기법은 그릇벽을 세우는 흙덩어리를 방망이로 쳐대면서 넓은 판을 만들기 때문에 ‘판장질’이라고도 한다.미력의 옹기는 재래식 잿물 유약을 사용하며 뻘불통가마에서 구워 완성한다.맛집 웅치관광농원녹돈 삼겹살 숯불구이 ‘일품’보성군 웅치면 강산리의 웅치관광농원은 규모가 3만5천평이다. 이 농원에는 다양한 작목시설과 레저시설이 들어서 자녀들과 함께 방문하기에 좋은 곳이다.송림 속에서는 표고버섯이 약 5만본 자라고 있으며 2천7백평의 민물새우(토하)양식장에서는 토하젓으로 담글 민물새우가 무럭무럭 자란다.또 하나 눈길을 끄는 시설은 사슴방목장이다. 1만3천여평의 잘 가꾸어진 초지를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사슴망으로 막아 겨울 한철을 제외하고는 꽃사슴 60여두를 연중 방목하고 있다.숙박시설은 방이 12개. 농원식당에서 손님들에게 내는 메뉴는 오리숯불구이, 장어구이, 녹돈삼겹살 숯불구이 등이다. 서너 사람이 함께 먹기에 좋은 오리숯불구이는 1마리당 2만8천원이고 공기밥을 추가하면 된장국이 나오며 밑반찬 너댓 가지가 딸린다.신용카드 사용 가능. 보성읍에서 장흥쪽으로 2번 국도를 따라 1km를 가면 농원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 좌회전, 웅치면 쪽으로 8km를 가면 농원에 도착한다. (061)852-6300● 여행메모 :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벌교행 버스가 하루 2회 운행된다. 광주에서는 보성행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다닌다.승용차로는 호남고속도로 동광주나들목->너릿재터널->화순->29번 국도->쌍봉사 입구->보성 코스.벌교의 맛집으로는 역전식당(짱뚱어탕과 전골, 061-857-2073), 율포해변의 맛집으로는 갯마을횟집(회와 매운탕, 852-8103) 등이 있다.숙박시설로는 보성읍에 귀빈장(852-2131), 광일장(852-6661), 나인(852-5695) 등이, 벌교읍에는 중앙여관(857-0891), 세운장(857-2121), 매일장(858-204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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