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 시스템 ‘포스피아’ 성공적 가동, 원가절감 … 경쟁력 강화 플랜 지속 추진
세계 모든 철강사들에게 있어 2001년은 위협적인 한 해였다. 200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 철강경기의 위축으로 가격이 큰 폭 하락했고, 최대 수요처인 미국이 자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통상 압력 등으로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지난해 이같은 분위기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5% 감소한 11조086억원에 그쳤지만 당기 순이익은 8,193억원으로 무려 5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에따라 포스코는 2001년 한국 100대기업 순위 3위에서 2002년 100대 기업 5위로 두 단계 밀려났다.하지만 이같은 포스코의 성과는 세계적인 경쟁사 일본의 신일철, 프랑스의 유지노사에 비하면 엄청난 것이다. 신일철 및 유지노사는 지난해 순손실이 각 280억엔, 7억2,000만유로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포스코가 이처럼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부터 새롭게 추진한 3가지 경영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먼저 지난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온라인 경영시스템인 포스피아. 이의 실시로 물류와 원가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가능해져 판매생산 계획의 수립기간이 60일에서 15일로 단축됐고 월 결산도 하루 만에 끝내는 등 경영 스피드가 대폭 빨라졌다.경영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이로인해 지난해 3,800억원의 비용을 줄였다.고객만족 경영으로 체질도 개선지속적인 투자도 경영에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투자는 전년보다 60%이상 늘어난 1조9,300억원에 달했다.마지막으로 세계 철강 업계의 통합화 추세에 대응한 전략적 제휴도 더욱 공고히 했다. 포스코는 2000년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일본의 신일철과 지난해 R&D(연구개발)를 공동으로 하는 등 제휴영역을 넓혔다.이와함께 포스코는 지난해 초부터 고객만족(CS)경영활동을 도입하면서 근본적으로 변했다. 철강제품을 고객들에게 얼마나 ‘공정하게 공급했느냐’였던 고객만족의 척도가 지금은 고객들에게 얼마나 ‘만족스럽게 공급했느냐’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예전에 공급자 중심이었던 용어도 고객 중심으로 바꿨다.‘수요’를 ‘고객’으로, ‘통보’를 ‘알림’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고객중심의 경영체제를 위한 포스피아와 같은 경영혁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포스코 관계자는 “포스피아는 공급사, 고객사, 회사 모두가 윈-윈 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며, “민간기업으로의 체질개선을 위해 인사체계를 기존 서열 중심에서 성과 위주로 개편, 연봉제를 도입한 것도 경영효율을 제고했다”고 덧붙였다.포스코 경영연구소는 2002년에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서 주요 철강 수요산업의 생산 활동도 회복, 철강재 내수가 8%를 상회하는 빠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호조세는 200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 특히 부동산 경기의 호황에 따른 건축 붐으로 봉형강류의 내수증가 속도가 판재류를 크게 앞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굿모닝증권 철강담당 김미영 애널리스트는 “건설, 자동차, 조선업에서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미국 철강사들의 파산 신청이 늘어 철강 공급이 줄고 있기 때문에 철강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때마침 원화도 절상되고 있어 포스코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고 전망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1분기중 순이익이 전년동기 보다 11% 증가한 1,910억원을 기록했다.하지만 포스코는 단기적인 실적증가보다도 장기적인 철강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산업 역량을 기반으로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우량기업이 되기 위해 중기적인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이의 기본방향은 경영혁신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경쟁력 강화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5년 간 총 10조 7,000억원을 투자하고 기업가치를 2006년까지 35조원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CEO 탐구 유상부 대표이사 회장경쟁과 조화로 1등 견인한 ‘주역’요즘 유상부 포스코 회장은 괴롭다. 정치권에 폭풍을 몰고온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에 뜻하지 않게 얽혀 검찰의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일각에선 유회장이 정치권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회장을 아는 재계사람들은 ‘(외압에 굴하지 않는) 소신이 강한 CEO’라며 유회장을 두둔하고 있다.유회장은 토목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70년 포스코에 입사, 최고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유회장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스코를 떠나 삼성에 잠시 있다가 98년 현정부 출범과 함께 복귀했다.유회장은 삼성에서 배운 민간 경영기법을 포스코에 이식, 민영화를 제대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유회장의 야심작이랄 수 있는 전사적 업무혁신(PI: Process Innovation) 시스템 ‘포스피아’(POSPIA)는 포스코가 전통 굴뚝기업에서 디지털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해 전 세계 철강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유회장은 임원회의에서 곧잘 ‘코피티션(Coopetition)’을 강조하곤 한다. 21세기를 선도하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경쟁과 협력의 조화’를 꾀해야만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유회장은 가수 인순이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노래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