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부활한 마지막 슈퍼 히어로

만화 을 광적으로 좋아하던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나중에 , 등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가득 찬 영화들을 만들면서 괴짜 감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소년에게 평생의 소원을 이룰만한 일이 생겼다. 소년은 어린 시절 그렇게도 좋아했던 을 스크린으로 불러오는 작업을 맡게 된 것이다.어쩌면 샘 레이미에게 있어 프로젝트는 평생 원해왔던 일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엄청난 부담감을 안겨주었음이 틀림없다. 우선 원작인 만화 의 수많은 팬들이 문제였다. 작년 와 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었듯, 원작의 팬들은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엄청난 ‘세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스파이더 맨의 할리우드 입성은 같은 처지의 동료들인 슈퍼맨, 배트맨, X맨 등에 비해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곳에서 등장했다. 작년 뉴욕을 강타했던 9.11 테러는 에게 최고의 악재로 작용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미 샘 레이미는 이제는 사라지고 없어진 세계 무역 센터를 거미줄로 이동하는 기가 막힌 액션을 촬영해 놓은 상태였다. 결국 샘 레이미는 올해 처음으로 등장하는 할리우드 메가버스터이자, 늦깎이 스크린 데뷔를 치르는 슈퍼 히어로 영화, 그리고 국민 정서까지 고려해야 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중 압박에 시달린 셈이다.그래서인지, 영화 에서 눈에 띄는 것은 초인간적인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의 현란한 액션이 아니라 그 힘에 대한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이다. 유전자 변형된 슈퍼 거미에게 물린 평범한 왕따 소년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돈을 벌기 위해 레슬링 대회에 참가하거나, 평소에 자신을 괴롭혔던 심술궂은 친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초능력을 사용한다. “내게 저런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까?”를 공상하는 관객들의 심리를 이해한다는 듯 말이다.하지만 단지 초능력을 가진 소년 피터는 강도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삼촌의 한마디에 의해 악의 퇴치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의 힘을 이용하는 스파이더 맨으로 변모하게 된다. “힘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삼촌의 말은 그동안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한는 영화들을 관통하는 주제다. 그러나 은 초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주제를 어떤 영화보다도 강하게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을 보는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초인간적인 슈퍼 히어로가 단지 만화책에서만 볼 수 있는 허무맹랑한 존재가 아니라, 바로 영화를 보고 있는 나와 똑같이 욕심과 갈등과 외로움을 가진 존재라는 점. 이렇게 옆집 소년 같은 스파이더 맨의 친숙함과 인간적인 면모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현란한 고공 비행장면 만큼이나 매력적이다.만화 - 쿠니미츠의 정치서민들 공감할 소재 담은 정치 만화텔레비전을 켜니 토론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패널들이 침을 튀기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데 주제가 대통령 아들의 비리쯤 되는 모양이다. 마침, 모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대통령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 제도 아래에서라면 그 주변의 비리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는 참이다. 거 참, 이상한 말이다. 대통령제 아래에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그 당연한 것을 왜 문제라 할까. 그렇다고 내각제로 바꾸자는 말도 아닐 것이다. 내각제도 의회와 국회의원들에게로 권력이 집중되기는 마찬가지니까. 결국, 제도도 제도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뭐, 하나마나한 소리이긴 마찬가지지만. 이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만화가 있다.아사키 마사시가 그림을 그리고 안도 유마가 스토리를 쓴 가 그것이다. 쿠니미츠는 ‘장차 일본을 바꿀 사나이’라 자처하며 정치계에 입문한다. 처음으로 선택한 곳은 전(前) 현의원 사카가미. 쿠니미츠는 2개월 후에 있을 시장 선거에서 부패한 현 시장 진영의 후보를 물리치고 청렴결백한 사카가미를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의 스토리라인이 다분히 ‘뻔하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믿는 것은 정열 하나뿐인 ‘무대뽀’ 주인공, 너무 이상적이어서 차라리 비현실적일 정도인 사카가미, 그의 아름답고 지혜로운 딸, 그리고 혜성처럼 나타나는 천재 소년 선거 참모 미츠아키 등 캐릭터부터 뻔할 뻔자다.하지만, 지방 자체 단체가 차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할 필요도 없는 공사를 벌인다거나 객관적으로 실패가 분명한 공공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혈세를 낭비하는 이야기 등 보다 서민들과 가까운 소재들을 중점적으로 다룬 것은 이 만화가 가지는 최강의 장점이다. 미츠아키가 선거 참모로 가세하게 되는 에피소드는 특히 흥미진진하다. 미츠아키는 ‘전설적인 선거 참모’의 아들로,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쿠니미츠는 그에게 사카가미 진영으로 들어올 것을 부탁하지만 미츠아키는 조건을 내건다.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한 후보를 당선시켜 보라는 것이다. 물론 겉보기로는 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전무하다. 쿠니미츠는 정열 하나를 무기로 보란 듯이 그 후보를 당선시키고 결국 미츠아키는 사카가미의 선거 참모가 된다.이처럼 가 보여주는 결말은 더 이상이 없을 정도로 뻔하지만 그 과정만큼은 흥미진진하며 묘한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일본 만화 특유의 깔끔한 펜 터치와 배꼽을 잡게 하는 코미디 릴리프가 더해져 있으니, 가 시간을 들여 한번쯤 볼 만한 만화라 해도 지나칠 건 없겠다.그 밖에도 볼 만한 정치 만화는 수두룩하다. 히로카네 겐시의 은 가장 유명한 정치 만화 가운데 하나며, 가와구치 가이지의 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한 일본계 미국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케가미 료이치의 도 정치 세계를 배경에 깐 흥미진진한 오락 만화. 국내 최고의 만화가인 허영만도 와 같은 정치 만화를 그린 바 있다.김유준 에스콰이어 기자 yjkim@kayamedia.com이주의 문화행사시크릿 가든 내한공연5월 19일/오후 3시, 7시30분/예술의전당 콘서트홀/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B석 2만원‘2002 서울 월드 뮤직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의 공연이 펼쳐진다. 노르웨이 출신 작곡가이자 건반주자인 롤프 러블랜드와 아일랜드 태생 바이올리니스트 피오뉼라 쉐리가 주멤버. 자신의 음반에서 시크릿 가든의 음악에 가사를 붙여 노래했던 바리톤 김동규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오보에, 만돌린, 휘슬, 윌리언 파이프 등의 악기를 이용해 신비롭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들의 특징. 히트곡 ‘Songs From a Secret Garden’이 KBS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이후, 다수의 드라마와 광고에 이들의 연주곡이 쓰였다. (02)599-5743쟈끄 루시에 트리오 내한공연 = 5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클래식을 재즈로 편곡, 연주한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의 절묘한 조화를 즐길 수 있다.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협연. (02)599-5743애랑연가 = 6월 30일까지 삼청각 일화당. 전통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삼청각에 오른 가무악극. 공연과 함께 한식과 전통문화 이벤트 등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 티켓이 마련. (02)3676-3456로미오와 줄리엣 = 5월 18일~2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모스크바 국립 클래시컬 발레단의 공연. 러시아 고전 발레를 감상할 기회. (02)2274-3507‘동화, 동화’전 = 5월 13일까지 인사갤러리. 동심이 담긴 회화작품들 전시. 출품작가는 김영환, 김용철, 이홍원, 이흥덕, 최석운 등. (02)735-2655‘난지도’전 = 6월 9일까지 서울 난지도. 바깥미술회 소속 작가 9명이 난지도 하늘공원에서 여는 설치작품전. 예술언어로 생태계 치유와 복원을 시도. (031)772-5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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