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다임러’ 견제하며 아시아 전진기지로 활용

2000년 들어 GM은 국내 자동차업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도 그럴 것이 그해 5월 세계 9위 현대자동차가 세계 3위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지분제휴를 통한 전략적 관계를 맺은데 이어 6월 세계 2위 포드가 대우자동차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것이다.98년부터 대우자동차와의 제휴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노려왔던 GM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GM은 98년 2월 대우차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의향서를 교환한데 이어 이듬해 MOU를 작성하는 등 대우차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특히 GM을 잔뜩 긴장시킨 것은 현대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전략적 제휴였다. 향후 세계 자동차시장에 대변화를 예고하는 사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국내시장은 지난해 자동차 생산 세계 5위(295만대), 판매 7위(145만대, 아시아 2위)를 기록한데 이어 판매가 급속하게 늘어 세계 유명메이커들이 군침을 삼켜왔다. 더욱이 향후 발생할 자동차 신규 수요 1000만대중 50~60%가 아시아에서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 자동차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면서 국내시장은 아시아의 전진기지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잡아왔다.이런 즈음에 중소형 승용차에 비교우위가 큰 현대자동차와 고급승용차를 선점하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제휴는 GM을 긴장시킬만한 것이었다.GM은 포드가 대우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대우차 인수를 위한 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GM이 포드의 인수협상 과정을 상세하게 파악했던 것으로 안다”며 “특히 GM은 국내 지인들을 총동원해 정부 고위층과 접촉을 시도하는 등 오히려 협상자로 선정된 포드보다 상당히 적극적이었다”고 귀띔했다.GM은 세계 2위업체인 포드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중형과 소형부문에서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대우차 인수를 통해 2006년께 유럽과 북미지역을 합한 규모를 넘어설 아시아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을 가져왔다. 따라서 포드에게 대우차를 넘겨줬다간 향후 최대 격전지인 아시아에서 GM이 밀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그동안 GM의 아시아시장 점유율은 4%에도 못미쳤다. 이를 해결하고자 GM은 일본 스즈키(지분 20% 경차) 상하이GM(중형차) 후지중공업(20% 상용차) 이쓰즈(49%)를 GM의 울타리안으로 끌어들여 경차 중형차 상용차의 라인업을 갖췄다.하지만 아시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중소형 부문의 라인업은 빈약하다는 게 자동차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GM은 경차에서 중소형까지 경쟁력을 갖춘 대우차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다.특히 현대차-다임러크라이슬러를 방어하기 위해선 대우차가 최후의 방안이었을 것이란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해석이다.현대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지분제휴 관계를 맺은데 이어 상용차 및 중소형 승용차 엔진을 합작으로 만들기로 아시아시장은 물론 세계 최대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중소형 승용차 시장 장악에 나섰다.더욱이 현대차는 미국 앨러배머주에 자동차공장을 설립키로 하는 등 은근히 GM의 신경을 건드려왔다. 따라서 GM으로선 대우차 인수를 통해 미국의 중소형 승용차 시장 방어는 물론 판매호황을 맞고 있는 한국시장에서의 판매증대, 아시아전진기지 마련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렸을 것이란 얘기다.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정보조사팀 부장은 “GM이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국내 자동차세제를 문제삼을 공산이 크다”며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바뀔 경우 국내 자동차판매는 당분간 큰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점에서 재계 일각에서는 GM이 대우차를 아시아 전진기지가 아닌 단순 판매 증대를 위한 현지공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예컨대 대우차 수출의 3분의 2 가량이 유럽에 집중된데다 GM이 인수한 대우차 판매법인이 유럽지역에 몰려있어 ‘아시아 거점론’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또 GM이 대우차를 하청기지가 아닌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신차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대우차를 단순 하청기지 정도로 활용하기위해 인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돋보기/ GMAC진출 추진 여파할부금융업 진출 … 자동차 판매보다 금융 노린다GM의 금융부문 자회사이자 세계 최대 자동차할부 금융회사인 GMAC(GM Acceptance Corporation)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국내 할부금융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자금력과 낮은 금리로 국내시장을 공략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최근 한 할부금융사는 대우차의 본계약 체결소식이 전해지자 대우자동차판매에 동태를 파악하기도 했다. 이 할부금융사의 관계자는 “GMAC는 당장 전국적인 영업조직망이 없어 시장확대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할부금융의 대부분이 자동차에서 일어나고 있는데다 다양한 금융기법을 선보일 경우 국내 할부금융시장의 점유율 확대는 시간문제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실제 자동차할부금융은 지난해 전체 할부신규취급액 9조5968억원중 80%가 넘는 7조835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자동차 전문가들은 “해외 유명자동차 메이커들이 자동차판매 자체보다 할부금융을 통한 금융부문으로 상당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며 “채무상환의무가 있는 신설법인 ‘GM 대우오토 앤드 테크놀로지 컴퍼니’보다 상환의무가 없는 할부금융사인 ‘GMAC’가 먼저 수익을 낼 가능성 크다”는 시각이다.한편 르노삼성자동차는 자동차할부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국민 및 신한은행 등과 접촉, 할부금융사 설립을 위한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