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성공 마무리, 신용등급도 ‘상향’

업계 최고 순이자마진율, 은행계 카드사 시장 점유율 1위...올 1분기도 '순향'

지난해 조흥은행은 97년 IMF 이후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2002 한국 100대 기업’ 조사에서도 10위를 기록, 일년만에 열 계단이나 수직상승했다.조흥은행이 올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225억원. 98년 한해 1조 9,7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본 것에 비하면 가히 ‘뽕나무잎’이 ‘푸른 바다’가 된 셈이다.실적이 좋아지자 주가도 올랐다. 조흥은행 주가는 2000년말 주당 1,670원에서 지난 연말엔 147% 급등한 4,140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업종 지수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주가 상승은 올해도 이어져 4월 장중 한 때 연중 최고점인 7,780원을 찍기도 했다. 5월 8일 현재는 6,230원을 기록중이다.조흥은행은 지난 97년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며 부실채권이 다량 발생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위원회에 경영정상화방안 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98년엔 강원은행, 충북은행, 현대종금과 합병을 계기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2조 7,197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 받기도 했다.그런 조흥은행이 어떻게 5년 만에 한국100대 기업 10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을까. 해답은 부실여신 정리, 점포 및 인원 축소 등 구조조정에 있었다. 이를 통해 97년 이후 10조 7,000억원에 달하던 부실여신을 지난해 말 1조 2,0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또한 점포는 640개에서 446개로 축소하고 직원 또한 1만 1,261명에서 6,572명으로 거의반을 줄였다. 이로써 직원 일인당 영업이익을 98년 1억 1,200만원에서 지난해 2억 7,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최근엔 하이닉스 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비율을 70%까지 높여 잠재 부실에 대비하고 있다.자기자본비율도 10.43%로 높아져이런 구조조정 노력 덕분에 조흥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55조원), 예금 규모(37조원), 당기 순이익(5,225억원) 부문에서 8대 시중은행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도 98년 0.93%에서 지난해 말 10.43%로 높아졌다.조흥은행의 구조조정 노력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원관희 브릿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조흥은행은 부실 여신 문제 때문에 다른 은행보다 저평가될 수 밖에 없었다”며 “구조조정이 성공리에 마무리됐고 하이닉스 채권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등으로 부실 여신 부담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설명했다.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무디스는 올 4월 조흥은행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인 ‘Baa2’로 올렸다. 이는 98년 5월과 비교해 5단계 오른 등급이다.S&P는 부실여신감축, 한국 거시 경제지표 회복과 경영구조개선 등에 따른 영업력 신장등을 이유로 지난 1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신용등급이 가까운 시일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올해 조흥은행의 수익 전망은 밝은 편이다. 올 1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124억원 증가한 4,0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순이자마진(NIM) 향상, 카드 부문 수익 증가 덕분이었다.순이자마진이란 순이자이익을 운용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조흥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0.81%포인트 향상된 4.34%를 기록했다. 이는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즉, 요구불예금 등 수신금리가 낮은 예금이 전체에서 51%를 차지했고 마진율이 높은 신용카드 사업분야에서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수신금리가 인하되며 예대마진이 확대된 것도 도움이 됐다.조흥은행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예금보험공사 지분 매각과 카드사 분리매각이다. 80.1% 지분으로 조흥은행의 최대주주인 예보는 단계적으로 지분을 줄여나가 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예보는 1차적으로 5~6월에 걸쳐 5억달러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통해 조흥은행 지분율을 65%로 낮출 계획이다. 한편 조흥은행은 DR 발행과 전략적 제휴기관에 대한 주식 블록세일 등을 통해 올 연말까지 정부 지분을 50% 이하로 낮출 전망이다.아울러 내년 하반기에 다시 DR를 발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정부 지분을 33% 이내로 낮춰 민영화를 완성한다는 장기 전략을 세웠다.또한 카드 부문은 올 하반기 중 카드 전업사를 설립한 후, 외국계 투자자에 지분을 매각해 신용카드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시킬 방침이다.CEO 탐구 / 홍석주 행장업무 ‘호랑이’, 일상 ‘휴머니스트’…금융지주회사 설립 혼신홍석주(49) 조흥은행 행장은 지난 76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조흥은행에 입행,26년간 은행원으로 한 우물을 팠다. 그는 77년부터 97년까지 20년간 국제영업부와 런던 지점을 거친 외국통이다.97년 종합기획부 부부장을 지냈고 98년 리스크관리실장, 2000년 기획부장, 지난해 기획재무본부장등의 초고속 승진을 거쳐 지난 3월 105년 조흥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40대에 행장으로 선임됐다.홍 행장은 위성복 전 행장과 함께 지난 98년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강원은행, 충북은행, 현대종금등과 다자간 합병을 성공시킨 장본인. 또한 기획재무본부장시절에는 금융업계 최초로 해외 DR발행을 성공리에 마쳤다.홍 행장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얻은 두터운 신망으로 해외 IR을 할 때는 그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자 하는 요청을 받곤 한다. 행장 취임 후 두 달여가 지난 지금, 그는 시장, 인재, 현장 중심 경영을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쏟고 있다.그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금융지주회사 설립. 이를 통해 종합금융 서비스 제공 및 연계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소매영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 판단하고 있다.또한 생존력 확보 차원에서 대형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최근 몇몇 은행과 합병을 검토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홍 행장에 대한 은행내 평가는 업무에선 호랑이, 일상에선 휴머니스트다.그는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스타일이다. 부하 직원이 어려운 문제로 고민할 때는 명쾌한 논리로 방향을 제시하지만, 혼 낼때는 호랑이처럼 무섭게 다그치는 스타일이다. 또한 모두가 공감할 때까지 이해를 시키려 노력하고 결정된 사항은 깔끔하고 신속하게 처리해 낸다는게 주위의 평이다.홍 행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휴머니스트로 통한다. 일례로 지난해 13일간의 해외 로드쇼를 마치고 귀국하던 날 부하 직원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서 곧바로 강남의 예식장으로 달려간 일도 있다.취미는 시, 그림이다. 주말이면 직원들에게 시를 적어서 보내고 전시회를 소개해 준다. 충분한 휴식과 다양한 경험 없이는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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