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론’ 소신 … 관철여부는 미지수

박상호하이닉스 반도체 사장박상호 하이닉스반도체 신임 사장(55) ‘죽느냐 사느냐 ’는 갈림길에 놓인 ‘하이닉스호’를 살릴 수 있을까.박사장은 지휘봉을 잡은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나는 회사를 이렇게 경영 한다’는 식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자간담회는 물론이고 직원들에게 그 흔한 이메일 한통 보내지 않았을 정도다.“아직 (방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사실 그는 박종섭 전 사장이 사표를 낸지 3일 만에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 이전까지 박 전 사장이 회사를 대표하는 바깥 업무를, 박 사장은 안에서 연구와 생산부문을 맡는 등 역할분담을 통해 회사를 운영해왔다.따라서 매각 실패로 정부와 채권단에 ‘미운털’이 박힌 박 전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그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박사장은 오래전부터 ‘블루칩’(미세공정기술을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개선하는 기술)을 무기로 ‘독자생존론’을 앞장서 주창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매각’과 ‘독자생존’이 첨예하게 맞붙을 때마다 그는 “기술은 삼성이나 마이크론보다 1분기(3개월) 가량 뒤져 있지만 공정방법의 차이로 비용이 이들의 30%밖에 들지 않는다”며 독자생존론을 강하게 주장해왔다.박사장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신임 사장에 오르면서 각 언론사에 보낸 프로필도 무척 간단하다. 미국 ‘뉴헤븐’ 대학을 나왔고 휴렛패커드와 IBM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것이 전부다.그가 이민으로 태평양을 건넌 것은 고등학교(서울 용산고)를 졸업하고서다. 79년 미국 휴렛팩커드에 입사해 95년 그만둘 때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마케팅이사까지 지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97년 미국 IBM에 구매부문 기술담당 부사장으로 스카웃됐다.박 사장이 하이닉스에 합류한 것은 지난 99년 7월께다. 정부의 빅딜 정책에 따라 당시 현대전자산업이 LG반도체와 합병한 직후의 일이다. 평소 안면이 있던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산업 회장의 지시로 김영환 당시 사장이 영입작전에 나섰다.하이닉스 사람들에게 ‘박사장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을 하면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탁월하다”는 답변을 자주 듣게 된다. “(그의 설명이) 굉장히 논리정연하고 기승전결이 완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그러나 그가 오랫동안 주창해온 ‘독자생존론’의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당장 ‘하이닉스호’가 풍전등화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5월말 CB(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74%의 지분을 획득하면 이사회를 전원 교체할 방침이라는 소문도 들린다.당장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야하는 부담감도 크다. 거함 ‘하이닉스호’의 선장이 됐지만 그가 가야할 항로의 기상예보는 ‘태풍경보’상태다. 그의 ‘지혜’가 태풍경보를 피해나갈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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