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맛·구수한 맛 국민 심판 받겠다”

최기섭해찬들 이사‘그 집 음식맛은 장맛을 보면 안다’. 그러면 기업을 평가할 땐 어떤 맛을 봐야 할까. 적어도 장류제조 업체라면 그 회사 장맛이야말로 알파와 오메가다.‘태양초 고추장’으로 유명한 해찬들의 최기섭(50) 마케팅 이사는 요즘 전국민을 대상으로 장맛을 보여주겠다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31일까지 계속되는 이른바 ‘맛대맛 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100만명에게 무료로 ‘태양초 고추장’과 ‘메주뚝배기 된장’의 샘플을 나눠주고, 우편엽서로 접수한 평가를 취합해 이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이미 전쟁은 시작됐습니다. 해찬들 고추장과 된장의 맵고 구수한 맛을 직접 보여드리고, 오직 ‘맛’으로 승부를 내겠습니다.”이번 이벤트에 투입된 100g짜리 시식용 된장과 고추장을 계획대로 100만명에게 모두 나눠주면, 그 무게만 100t이나 된다. 장류 샘플 제조비와 각종 우편요금, 시식과 통계 작업에 드는 비용을 다 합하면 수억원은 족히 되는 대규모 행사다.돈도 돈이지만, 리스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자청해서 거액을 들여 시험에 응하고도 좋지 않은 반응이 나오기라도 하는 날엔 ‘돈 버리고 망신만 당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그 혼자 다 맞아야 할 판이다.그런데도 최이사가 이런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는 데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해찬들이 국내 장류 시장에서 3년 연속 고추장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해 온데다, 최근엔 42.9%까지 점유율이 올라간 것이 무엇보다 자신감을 심어 줬다.여기에 그 동안 자체 실시한 10여 차례의 소비자 조사 결과, 맛과 품질에서 타사 제품보다 훨씬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 또한 그의 승리에 대한 예감을 확신으로 굳혀줬다.지난 2000년 3월 해찬들 마케팅 이사로 부임한 그는 20년 동안 제일제당 식품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영업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제일제당 시절 육가공 파트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상은 지금도 구전될 정도다.88서울올림픽 당시 경기장과 선수촌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소시지와 햄을 팔아 특수를 잡는데 성공했다.당시 제일제당의 육가공 제품이 전무했던 육군PX를 개척한 것도 바로 그였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기순대’와 군부대에선 보기 힘든 청바지 디자인 포장에 담은 햄 제품 ‘미스진’으로 단번에 육군 PX 내 육가공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해찬들은 고추값 파동 때도 원가인상을 감수하고 양질의 고추로 고추장 맛을 지켜왔고, 콩을 속성시키는 것이 아닌 메주를 숙성시켜 된장을 담그고 있습니다. 이번 맛대맛 페스티벌에서 소비자들의 엄중한 심판을 달게 받을 생각입니다.”고추장 만큼 매운 그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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