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PB시장 본격 진출 … 대금업 진출도 암중 모색중
“가계 대출은 여전히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나도 문제가 없다.”최근 가계대출 증가와 부실화가 한참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금융사들의 가계대출 확대 전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우세했고, 감독기관도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었다.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을 때,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4월 29일 ‘문제 없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논란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시장 선도자로서 국민은행의 지위와 역할을 상징하는 일화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국민은행은 2001년 10월31일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신설합병 형태로 합치면서, 초대형 은행이 됐다. 2001년말 기준 총자산 157조로 세계 60위권에 드는 규모다. 국내시장에서 수신시장 점유율 28%이상, 운용시장 점유율 33~60%를 점해 사실상 독점기업이다.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이었다면 이처럼 거대한 은행이 합병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분명 문제가 됐을 텐데, 한국적 상황이라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일단 합치기는 했지만, 실제 통합 작업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두 은행의 합병을 추진한 실무자들은 “합병한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이후 통합 과정에서 고객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지상 과제”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경영진이 채택한 전략이 ‘조용하고 점진적인’ 통합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두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거래 고객들은 양 은행이 합병을 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합병은행의 공식 명칭은 ‘국민은행’이지만 영업점 간판은 주택은행, 국민은행 그대로 붙어 있고, 양 은행 점포가 합쳐지거나 사라진 곳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김정태 행장은 오히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에 예금이 많은 동 단위 지역을 대상으로 지점을 대폭 늘릴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점포 재조정 계획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예금규모 상위 20%인 동(洞)지역을 대상으로 지점을 2배로 늘려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일부 업무를 제외하고는 전산통합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은행 측은 올해 하반기 전산 통합 작업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올해 전산투자비용만 4,9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구체적인 숫자로 언급하는 것은 2003년께나 가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합병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대신경제연구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낙관론자에 속한다. 그가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세가지다.첫째, 합병 이후에도 자금이 국민은행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뜻이다.둘째, 현재 국민은행은 두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상호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경쟁이 효율성을 높여 줄 것이다.마지막으로, 국민은행에는 대규모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부가서비스 능력이 있다. 이에 적극적인 고객관리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합병후 고객이탈 및 수신시장 점유율감소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국민은행은 올해에도 안정적인 자산 증가와 예대마진이 유지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영업이 호조를 보인데 이어 올 1/4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6,7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가계대출금의 경우 63조4239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이 38.5%에 달한다.장기적으로는 비이자부문 이익을 증가시키고, 개인소매금융 분야에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민은행은 고객 특성에 따라 각기 특색있는 영업 방식을 택하는 전략을 택하기로 했다.우선 개인 금융 시장, 그중에서도 PB(프라이빗 뱅킹. 고액 자산관리)업무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6월에 PB시범점포를 개설한 뒤 분기마다 1,2개의 PB전문 점포 문을 연다는 것. 김정태 행장은 통합은행장 선임 초기부터 소매금융시장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이에 더해 최근에는 대금업에도 진출할 뜻을 밝히고 있다. 제도권 금융사와 고리사채업 사이의 중간 수요층을 수용할 만한 마땅한 금융사가 없다는게 김행장의 설명이다. 대금업은 최근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다. 외국계 은행들도 속속 진출 계획을 밝히고 있다.한편으로는 기업금융과 자영업자·소호 분야 영업을 전문화하기 위해 7월부터 기업금융(RM)전문점포를 176개 개설할 예정이다.국민은행은 2004년말까지 시가총액 21조원(2001년말 14조9천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가총액 21조원이 되려면 발행주식수 약 3억주를 기준으로 주당 7만원이 돼야 한다. 최근 주가 6만원대).실적 면에서는 2004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25%(2001년 말18.16%), 총자산이익률(ROA)1.5%(0.98%)를 달성한다는 목표다.CEO 탐구 김정태 행장시장·주주, 왕으로 모시는 ‘장사꾼 행장’‘장사꾼’이라는 표현은 다소 비하의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김정태 행장은 스스로를 장사꾼으로 칭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오히려 이런 표현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일개 증권사’ 사장 출신으로 98년 주택은행장에 취임하면서부터 그는 ‘은행장’의 개념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월급을 1원만 받겠으니 스톡옵션을 달라’를 필두로, ‘김정태식’파격에 관한 일화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은행식 연공서열과 상명하복 관행을 파괴하고, 과감하게 적자를 발표하고, 이런 저런 눈치 보지 않고 부실여신을 회수해버리기도 했다.주택은행장에서 다시 합병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되기까지 김행장이 보여 온 경영 스타일과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던 많은 행동들은 모두, 시장을 왕으로 모시고 주주의 이익을 위한다는 원칙과 노선에서 나왔다.1998년 의 ‘아시아 위기를 극복할 스타 50인’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 CEO로서 온갖 화려한 타이틀을 다 가지고 있는 반면, 자연인으로는 매우 소박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평소 ‘나는 농군의 자식’이라고 되풀이해 말하며, 주말이면 경기도 화성에 있는 농장에 내려가 채소를 가꾸면서 영락없는 촌부로 변신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와인 같은 것과는 친근해지기 어렵다’면서 소주를 즐긴다.언론을 상대하는데 능수능란하고, 워낙 뉴스를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대중에게도 매우 익숙한 스타 CEO. 현직 행장 재임중에 평전이 출간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