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생활 물가 상승세, 방심은 금물

[경제 돋보기]



한국은행이 3월 1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 신용 정책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억눌렸던 수요 분출, 기저 효과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에 대체로 견해가 일치하지만 중·장기 시계에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면서도 “급격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 농수축산물 또한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 가고 있고 뒤이어 식음료품 가격 인상도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세계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을 이유로 주요 식음료품뿐만 아니라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외식업계 또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이러한 농수축산물과 식음료품의 가격 상승과 이들이 저소득 가구의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물가 관리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지난 2월 소비자 물가 동향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했고 생활물가지수는 1.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선식품지수는 18.9%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중에 지난 4분기부터 소비자 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식품 소비가 크게 증가했고 가계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높아졌기 때문에 식품 물가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20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소득 증가는 근로나 사업소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전소득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근로소득은 마이너스 0.5%, 사업소득은 마이너스 5.1%로 감소했지만 생산 활동에 공헌한 대가로 지불된 소득이 아니라 정부 또는 비영리단체, 다른 가구가 반대급부 없이 무상으로 지불하는 소득인 이전소득은 2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1분위 가구의 가계 수지가 월평균 소득 164만원에 지출 189만원으로 24만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분위 가구는 56만원의 흑자를 보이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가 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소비를 줄여 만들어 낸 결과다. 반면 5분위 가구는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지만 소비 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저소득 가구는 적자 가계를 보이고 있는 반면 고소득 가구는 소득이 증가했지만 소비 지출을 줄이면서 가계 흑자액이 증가하는 가계 수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에서 고소득 가구의 소득이 증가해 구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활동 위축 등으로 소비 지출을 줄이면서 흑자 폭을 넓혀 가고 있고 반면 저소득 가구는 소득이 증가하지 못했음에도 기본적인 소비 지출을 피할 수 없어 소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적자 폭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활 물가 상승은 소득이 늘지 않고 지출 여력이 없는 저소득 가구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1분위 가구의 소비 지출 구성에서 식음료품의 비율은 23.4%로 소비 지출 구성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또한 2분위 가구는 19.4%, 3분위 가구는 17.1%로 각각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반면 4분위 이상에서는 식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지면서 전체 소비 지출에서도 교통비 지출에 뒤로 밀리면서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결국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신선식품 가격이 증가하면 저소득 가구에는 큰 부담이 되지만 고소득 가구에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소득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중에 농축산물과 식음료품을 중심으로 한 생활 물가의 상승은 저소득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작용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변화에서도 가장 크게 증가한 품목 중 하나가 식품류인데 이러한 수요 증가와 함께 가격이 상승하고 또한 외식업의 식재료 상승으로 외식비 또한 상승하게 되면 서민들의 소비 지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기에 그동안 정부는 소비 진작에 집중하며 물가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농수축산물발 물가 상승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서민층에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물가 관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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