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블록체인 기술의 만남…유일무이한 디지털 자산으로 각광
[지식재산권 산책]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을 구입했다고 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이와 함께 머스크 CEO의 부인이자 팝 아티스트인 그라임스의 ‘워 님프(War Nymph)’라는 제목의 디지털 그림 10점이 온라인 경매에서 20분 만에 580만 달러(약 65억원)에 완판돼 화제다.
디지털 아트는 더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라임스 작가의 ‘워 님프’는 기존의 디지털 아트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아트 중 현재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 예명)의 ‘매일 : 첫 5000일(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이라는 작품이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됐다. 크리스티에 따르면 현존하는 작가 중 비플이 제프 쿤스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서 셋째로 비싼 작가가 됐다.
뜨거운 NFT 아트 시장, 거품 논란도
NFT가 대체 무엇이기에 디지털 아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일까.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다. 결국 NFT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의 일종이지만 NFT가 비트코인과 다른 점은 ‘대체 불가능성’에 있다. A가 가진 비트코인과 B가 가진 비트코인은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서로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NFT는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가지고 있어 교환이 불가능하다. 즉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유일무이함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NFT의 시초는 2017년 대퍼 랩스(Dapper Labs)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로 알려져 있다. 교배를 통해 고양이를 만드는 게임인데 생김새 등이 희귀할수록 더 높은 금액에 거래된다. 가상 공간 속이기는 하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고양이’를 소유하는 것을 NFT가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본질적 특성에 고유한 인식 값이 더해진 결과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인 비플의 작품은 실상 JPG 파일이다.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다. 당장 스마트폰을 켜면 문제의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에서 경매된 비플의 작품(JPG 파일)은 NFT 기술을 통해 유일성을 갖고 또한 그 유일성을 증명할 수 있다. 낙찰자가 소유하는 JPG 파일과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JPG 파일은 다르다는 것이다. 비플은 인터뷰에서 “당신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카피를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은 사람들에게 당신이 ‘스릴러’의 마스터 음원을 소유하고 있다고 확신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안전하게 저작물을 등록, 판매할 수 있으므로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강하고 음악계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NFT는 여기에 원본 증명 기능을 더해 위작 논란을 원천 봉쇄할 수 있어 역시 저작권자 혹은 소유자의 권리 보호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NFT 작품의 판매가 소유권만이 아닌 저작권의 이전도 포함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NFT 작품이 거품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트위터의 창시자인 잭 도시의 첫 트윗 ‘나 지금 트위터 계정 만드는 중(just setting up my twitter)’이 약 32억원에 판매되기도 했지만 이를 구입한 사람은 암호화폐 기업의 대표다. 비플 작품의 낙찰자도 NFT 펀드 창업자다. 하지만 세계 3대 미술관인 에르미타주가 NFT 아트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은 NFT의 미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윤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