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주체인 구성원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첫출발…‘일방적 지시’만 하면 반발에 부딪쳐
[경영전략]조직은 항상 ‘변화’를 요구 받는다. 새로운 제품은 없는지, 색다른 영업 전략을 세울 수 없는지, 혁신적인 마케팅 툴은 없는지 늘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실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 ‘조직 구성원들이 어떤 관계를 맺도록 할 것인가’ 등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인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너무 어렵다. 자신의 작은 습관 하나도 바꾸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여러 사람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리더의 스킬이 필요하다. 그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모든 게 문제인 조직은 없다
리더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고 할 때 아마 구성원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지금도 일하는 방식이 나쁘지 않은데’라고 말이다.
당연하다. 이 세상에 ‘모든 게 문제인 조직’은 없다. 그래서 조직 문화를 바꾸려고 하더라도 현재 갖고 있는 ‘유산’을 적절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달리 말하면 조직의 ‘강점’을 먼저 파악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당신이 동료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이 말을 달리 하면 각자의 역할에 너무 충실하다는 얘기일 수 있다.
회의를 하기만 하면 너무 길어지는 상황이 문제라고 생각된다면 이건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문화가 갖춰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해하지 말자. 나쁜 현상을 무시하고 좋게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상황이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긍정적 현상’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려고 할 때 긍정적 관점을 보는 게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변화 주체인 구성원들의 마음이 열리기 때문이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힘들다.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현재에 대한 ‘인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 ‘현재의 모습도 괜찮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밝혀야 한다. 어떻게 거짓말을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믿지 않는 것에 대해 억지로 인정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괜찮은 모습’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비록 그게 ‘최선’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강점에 대해 인정한 다음부터가 본 게임이다. 현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전제는 ‘함께’다. 변화 과제가 떨어졌을 때 어떤 리더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알았고 해결책이 보이니까 이렇게 하라고 지시만 명확하게 하면 되겠네.’
이런 지시를 통해 조직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효과적이지가 않다. 3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리더가 파악한 문제와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문제가 다를 수 있다.
‘실행 속도를 높이자’라는 과제에 대해 리더는 구성원 간 소통 부족을 원인으로 생각하는데 구성원들은 리더의 느린 의사 결정이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다. 원인이 다르면 그 뒤는 보나마나다. 그래서 리더의 직감이 아니라 정확한 원인 파악이 먼저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구성원의 생각을 들어봐야 한다. 현재 우리 조직이 처한 문제 상황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이유를 직접 들어야 한다.
물론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리더가 듣기에 다른 생각일 수도 있다. 얘기해 봐야 바꿀 수 없는 문제인 것도 있다. 그래도 일단 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리더의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야”라는 한마디가 구성원의 입을 닫아 버리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것이라도 리더부터 바뀌는 모습 보여야
그렇다면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충분히 들은 ‘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구성원의 머리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현재 불거진 문제들이 ‘사람’ 때문인지, ‘프로세스’의 문제인지 등 카테고리화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해결책을 찾도록 이끌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질이 아닌 양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다양한 얘기가 나오도록 ‘인내 비용’을 견뎌야 한다. 그게 변화를 이끄는 시작이다.
리더의 일방적 빠른 지시가 갖는 둘째 문제는 해결책의 적합성이다. 운 좋게 리더가 파악한 원인이 정확했더라도 답을 제시하는 것은 또 다른 역량이다.
‘리더의 의사 결정’을 느린 실행력의 원인으로 파악해 ‘일단 빠르게 결정해 준다’는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가정해 보자.
구성원들이 만족할까. 어쩌면 직원들은 ‘속도’가 아닌 ‘결정의 근거’를 보다 상세히 듣기를 원할 수도 있다. 혹은 회사 전체 차원의 보고 체계에 따라 결정이 지연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해결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문제의 해결책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해결책을 찾을 때는 그 아이디어가 실제 실현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단순한 ‘소원수리’가 아니라 진짜 변화를 이끌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시된 아이디어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이때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의도적 반대자’ 역할을 하는 사람 만들기다.
그의 역할은 아이디어에 대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다. 반대자의 질문을 듣고 다른 사람들은 애초에 제시된 아이디어의 당위성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반대자가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그 대신 ‘이런 상황엔 최소한 이렇게’라는 식으로 제안의 실행 조건을 구체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해결책을 찾는 이유는 이를 통해 ‘변화’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많은 방법보다 양은 적어도 ‘맞는’ 방법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해결책을 ‘함께’ 찾아내는 게 중요한 이유다.
리더의 일방적 메시지가 효과적이지 않은 마지막 이유는 지시의 함정이다. 리더가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면 메시지 전달은 빠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구성원들은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래서 시키기 전에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시키기만 하는 리더십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함께 바뀌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앞에서 만든 많은 아이디어들 중 ‘리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필요가 있다. 거창한 게 아니어도 상관없다. 구성원들을 통한 게 아니라 리더가 먼저 바뀐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큰 메시지는 없다. 바꾸라고 말하기 전에 ‘무엇을 바꿀까’를 먼저 고민해 보는 게 중요한 이유다.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친 짓’이다. 필자의 주장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이다. 조직 문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변화지만 ‘함께’ 바꾸려는 리더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