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사람중심 새 노조 “성과급 불만이 ‘트리거’…사무직 목소리 내고 싶었죠”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 유준환 위원장·최대성 부위원장
“무분규 노조 32년, 임원은 업계 최고·직원은 최하위 대우 만들어”
“기존 노조 이미지 탈피…노사가 윈윈하는 소통·투명성 확보에 집중”

[인터뷰]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의 유준환 위원장(오른쪽)과 최대성 부위원장이 한경비즈니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LG전자에서는 최근 기존의 생산직 위주 노조와 별도로 화이트칼라(전문 사무직) 중심의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다. 이름은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이다. 노조 설립을 주도한 유준환 위원장은 30대 초반의 LG전자 4년 차 연구원이다. 최대성 부위원장을 비롯해 집행부 4명이 모두 MZ세대로 구성됐다.

LG전자 전체 직원 4만여 명 중 연구·개발·경영 등을 담당하는 사무직의 비율은 4분의 3에 달한다. 기존의 생산직 위주 노조에서는 사무직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워 별도의 사무직 중심 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3000명을 넘어섰고 연령대는 20·30·40·50대가 10 대 40 대 40 대 10의 비율이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해 생산직과 별도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추진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노조 설립 이유로 “매년 낮은 연봉 인상률이 반복되며 성과급 역시 명확한 지급 기준이 없어 직원들의 불만이 커졌고 생산직 위주로 구성된 기존 노조에서 사무직의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를 느껴 사무직 노조를 새로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유준환 “노동조합은 2인 이상이면 설립할 수 있고 설립 초기부터 노무법인의 자문도 계속 받아왔기 때문에 법률적인 부분 보다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지지받는 것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불합리함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의 생각과 같은지 확인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내가 노조를 만들면 가입할 의향이 있는지 익명으로 사전 조사를 했는데 일주일도 안돼 500명이 넘게 신청했고 일주일 째에는 800명 정도가 가입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나 혼자 문제라고 느꼈던 것이 아니라 많은 직원의 누적된 분노였구나’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노조 설립을 하겠다고 생각해왔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됐나.

최대성 “트리거는 결국 성과급이었다. SK하이닉스에서도 큰 이슈였는데 그동안 LG전자에서도 투명하지 않은 성과급 산정 기준 때문에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임원은 업계 최고의 대우, 직원은 업계 최하위의 대우를 받고 있어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유 위원장이 블라인드에서 본인의 실명을 내걸고 노조 설립에 대한 글을 올렸고 거기에 응원 댓글을 달면서 함께하게 됐다.”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뭔가.

최대성 “성과급 산정이나 임금 체계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인사 고과, 급여 산정 같은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인데 사무직들은 목소리를 낼 만한 소통 창구가 없었다. 올해 공지된 연봉 인상률이 9%인데 실제로 자기 연봉이 얼마나 오를지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괄 9% 인상이 아닌데도 그 숫자가 나오게 된 계산법을 알려주지 않고 답만 알려준 것이다. 연차별·직급별로 상세한 가이드를 주면 자신의 임금이 올해 어느 정도 오를지 예측할 수 있는데 그걸 아무도 모르니까 불만을 표시하기도, 만족하기도 아리송했던 것이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의 유준환 위원장(왼쪽)과 최대성 부위원장. /서범세 기자



-기존 노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유준환 “금성사 시절부터 있었던 생산직 위주의 교섭대표 노조가 가장 오래됐는데 32년 동안 무분규 노조였다.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해도 사측과 협상 과정이나 내용이 전혀 오픈되지 않고 늘 결과만 통보돼 왔다. 사무직과 생산직은 노동 환경, 연봉 체계, 직책 등이 모두 달라 교섭대표 노조가 사무직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드러눕고 강하게 투쟁하는 모습이 노조에 대한 이미지였다면 사무직 노조는 우선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우리는 기업 노조로 출범했기 때문에 기업을 벗어나는 활동은 아직 계획에 없다. 한노총이나 민노총 등의 상위 단체를 둘지에 대한 결정도 아직 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성 “사무직 노조 설립 추진하는 동안 생산직 직원들로부터 가입 범위를 늘려서 생산직의 가입도 받아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사무직 중심으로 조합원을 받고 있지만 노조 규모가 더 커지면 최대한 가입 범위 제한없이 받고 싶다.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조를 설립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무직 노조 출범 이후 달라진 점은 뭔가.

유준환 “사무직 노조가 생기면서 직원들이 이제 기존 노조에만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새로운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무직 노조 출범을 계기로 기존 노조도 더 소통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 같다.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그런 구도가 되길 바란다.”

-사무직 노조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유준환 “노조에 대한 틀에 박힌 이미지를 쇄신하고 싶다. 회사가 망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노동자는 없을 것이다. 회사가 잘 돼야 노동자도 잘되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조를 통해 회사와 동일한 레벨에서 소통하고 싶은 것이다. 기본적인 권리나 정당한 배분에 대해서 회사가 귀를 막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쟁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합리적이고 회사와 노동자가 서로의 사정을 생각하면서 소통해나가는 협의체를 지향한다.”

-MC사업부는 최근 사업 철수가 결정됐다.

유준환 “MC사업부에서 가입하는 직원들은 자신이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니까 두려움을 갖고 있다. 노조에 가입해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계열사 전적이나 지방으로 전배될 수도 있어 자신이 회사 방침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상담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혹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사례를 취합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유준환 “아직 초기여서 노조가 향하는 목표를 조금 더 명확하게 해야 할 시기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불통과 불투명함에 지쳐 노조에 가입한 것이기 때문에 소통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첫째 지향점이고 둘째는 상생이다. 회사가 있어야 노동자도 있고 노동자가 있어야 회사도 존재할 수 있다. 서로가 잘되는 것이 목표다.”

최대성 “노조를 통해 많은 분이 행복해질 수 있고 LG전자에 다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수 있는 그런 직장을 만들고 싶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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