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란 말처럼 아이러니한 말이 또 있을까. 이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혼 시 직면하는 현실 속 진짜 ‘이별 공식’은 무엇일까.
#1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전 남편 왕진진과의 이혼소송에서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그는 한 기자간담회에서 “서류상으로 3년 만에 이혼 결정이 났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지만, 이혼이 되고 나니 족쇄가 풀어진 기분”이라며 “그 사람(왕진진)이 요구해서 용산구청에 가서 10분 만에 혼인신고만 한 것인데, 그게 이혼을 할 때는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2 중견기업의 박 모(60) 대표는 석 달 전 아들을 결혼시키고 최근 아내와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다. 25년 넘게 동고동락한 아내가 이제는 “독립된 삶을 살고 싶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이별선언에 마음도 쓰리지만, 그보다 아내와 재산 분할 문제로 얼굴을 붉히게 될 것을 생각하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별의 순간,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는 호소가 연애의 맛이라면, 이혼의 맛은 근본적으로 그 차원이 다르다. 이혼은 가상의 멜로가 아닌 쓰디 쓴 현실이다. 재산 분할과 위자료, 자녀들의 양육비 등이 얽혀 있는 이른바 ‘돈의 전쟁’이다.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모두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2019년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19’에 따르면 한국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율)은 2016년 기준 2.1명으로 1990년(1.1명)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으며, OECD 평균(1.9명)도 넘어섰다. 아시아 국가 중 이혼율이 1위이며, 하루에 300쌍 정도의 부부가 남남이 되는 셈이다.또한 법률구조법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면접 상담 중 이혼 상담이 차지하는 비율은 29.0%로, 2018년(22.4%), 2019년(25.3%)보다 늘었다.
여성의 이혼 상담 사유로는 폭력 등 남편의 부당 대우가 48.3%로 가장 많았는데, 2019년(31.9%)에 비해 2020년 16.4%포인트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실업과 폐업 등 경제적 갈등의 씨앗이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남성의 경우 장기 별거와 아내의 가출, 아내의 부당 대우 등을 상담하는 비율이 높았다. 상담에선 외도나 불성실한 결혼생활, 과도한 빚 등 배우자의 가출 이전에 다른 문제들이 먼저 갈등의 요인이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과거에는 자녀나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통념에 참고 사는 경우도 많았지만 점차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젊은 층으로 갈수록 성격 차이에 따른 이혼도 급격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단연 황혼이혼(결혼생활을 20년 이상 한 노부부들의 이혼)의 증가다. 지난해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된 부부의 이혼은 1년 전보다 3.2% 더 늘어 전체 이혼의 37.2%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3월 18일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7000건으로 전년 대비 4000건(3.9%포인트) 감소했지만,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 이혼은 2010년 2만7800건에서 지난해 3만9700건으로 크게 늘었다.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 이혼 건수는 2012년 3만200건으로 처음으로 4년 이하 이혼 건수(2만8200건)를 앞지른 이후 줄곧 가장 많은 비중을 기록 중이다. 혼인 지속 기간 30년 이상 이혼도 지난해 1만6600건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해 10년 전보다 2.2배나 많았다. 이처럼 이혼의 유형도 각양각색이고, 그 수도 늘어나면서 이혼 시 직면하는 세법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통상 이혼 시 재산이 상대방에게 이전되는 경우는 크게 위자료와 재산 분할로 나뉘는데, 법률혼뿐만 아니라 사실혼인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재산분할제도는 본질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 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에,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성격이 보충적으로 가미된 제도다.
위자료는 이혼 등에 의해 정신적 또는 재산상 손해배상의 대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이혼 시 일방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하게 된 경우 이에 대한 정신적 고통의 위로라는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법률적 제도 외에 이혼 전과 후에 당사자가 합의에 따라 일정 재산을 지급하기도 한다.
가령, 일방 배우자의 유책 사유로 이혼할 경우, 그 유책 배우자에게 재산의 분할 또는 위자료 지급을 요청할 수 있다.
특히, 황혼이혼의 경우 결혼생활이 길다 보니 각자의 특유 재산(재산 분할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며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한 경우가 많아 기여도를 명확히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과거에는 관리의 편의성을 고려해 재산을 부부 일방의 명의로 몰아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재산 분할을 진행할 때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법 전문가들은 이혼 시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 지급을 요청할 경우 △이혼 상대방 배우자의 재산을 파악 △파악된 재산의 이전 방식 △재산 이전 방식에 따른 과세 여부와 해당 재산 처분 시 세금 문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남수 민우세무법인 세무사는 “이혼 전에 미리 상대방의 재산을 파악해두면 이혼 시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를 지급받기 수월할 수 있다”며 “부동산의 경우, 해당 부동산의 주소를 파악해놓거나 관련 서류(매매계약서, 등기부등본 등)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금융재산의 경우 상대방이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알고 있다면 해당 법원을 통한 재산조회 요청을 통해 보다 쉽게 재산 분할의 대상 재산 내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방 배우자의 재산 파악은 ‘재산명시제도’나 ‘재산조회’ 같은 방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청구사건이나 부양료·양육비 청구사건에서는 당사자의 재산을 파악하는 것이 심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혼 과정에서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고, 그만큼 자신의 재산을 순순히 밝히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재산명시제도다.
배 세무사는 “재산명시제도를 법원에 신청하면, 법원에서는 상대방 배우자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할 것을 명하고, 재산명시 명령을 받은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된 재산목록을 제출한 경우 과태료(1000만 원 이하)를 부과하게 된다”며 “당사자가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는 사건의 해결이 곤란한 경우, 가정법원이 개인의 재산과 신용정보에 관한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공기관, 금융기관, 단체 등에 대한 당사자 명의의 재산조회를 통해 당사자의 자발적 협조 없이도 당사자의 재산 내역을 발견·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조회의 경우 부동산은 법원행정처, 국토교통부 등에 요청해 부동산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특허권·실용신안권은 특허청에, 자동차·건설기계 등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금융기관은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보험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여러 기관을 모아 한꺼번에 신청하거나 개별적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단, 이혼 상대방이 외국인이고, 외국에 재산을 보유 중이거나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해외 거래소를 통해 보유 중이라면 그 파악이 쉽지 않아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이혼 관련 재산 분할 시 세금 이슈
재산 분할도 이혼 부부들의 주요 이슈다.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 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 재산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없어 가장이혼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1996년 12월 31일 이전에는 증여세를 과세했으나, 1997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96헌바14, 1997. 10. 30.)에 따라 이혼으로 인한 재산 분할 상당액은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로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이혼자의 일방이 당초 취득 시부터 자기 지분인 재산을 환원받은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도 과세되지 않는다.
이혼에 따른 재산 이전 시 과세를 피하려면 재산 분할 증빙을 갖춰놓아야 유리하다. 배 세무사는 “이혼하면서 재산을 이전할 경우, 증여세나 양도세 이슈를 피하려면 단순한 증여가 아닌 재산 분할에 따른 재산 이전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판결문을 그 증빙으로 할 수 있고, 당사자 간 협의에 의해 이혼할 경우에는 이혼합의서에 재산분할청구로 소유권 이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해 단순 증여가 아님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위자료를 지급할 경우에는 부동산 등 양도세 과세대상 자산보다는 예금, 현금 등을 지급해야 이혼으로 인한 재산 이전 단계에서 양도세가 발생할 위험이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이혼을 하면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할 경우 위자료보다는 재산 분할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사자별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지급자는 부동산에 대한 양도세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산 분할이 유리하지만, 지급받는 자는 추후 해당 부동산을 양도할 때 재산 분할 시점의 가액이 아니라 지급자의 당초 부동산 취득 시점의 가액이 적용돼 양도 차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8년 전 2013년에 상가를 1억 원에 취득했고, 현재 시세가 6억 원이라고 하자. 이 상가를 이혼하면서 재산 분할로 이전해줄 경우 이전받은 배우자의 취득가액은 1억 원이 된다.
그러나 이혼 전 배우자 간 증여재산 공제 범위(6억 원)를 이용하면 증여세 부담 없이(10년 내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이 없다는 가정) 이혼 전 6억 원에 해당 상가를 취득하게 되므로, 향후 양도 시 취득가액이 높아져 처분 시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1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전 남편 왕진진과의 이혼소송에서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그는 한 기자간담회에서 “서류상으로 3년 만에 이혼 결정이 났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지만, 이혼이 되고 나니 족쇄가 풀어진 기분”이라며 “그 사람(왕진진)이 요구해서 용산구청에 가서 10분 만에 혼인신고만 한 것인데, 그게 이혼을 할 때는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2 중견기업의 박 모(60) 대표는 석 달 전 아들을 결혼시키고 최근 아내와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다. 25년 넘게 동고동락한 아내가 이제는 “독립된 삶을 살고 싶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이별선언에 마음도 쓰리지만, 그보다 아내와 재산 분할 문제로 얼굴을 붉히게 될 것을 생각하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별의 순간,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는 호소가 연애의 맛이라면, 이혼의 맛은 근본적으로 그 차원이 다르다. 이혼은 가상의 멜로가 아닌 쓰디 쓴 현실이다. 재산 분할과 위자료, 자녀들의 양육비 등이 얽혀 있는 이른바 ‘돈의 전쟁’이다.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모두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2019년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19’에 따르면 한국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율)은 2016년 기준 2.1명으로 1990년(1.1명)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으며, OECD 평균(1.9명)도 넘어섰다. 아시아 국가 중 이혼율이 1위이며, 하루에 300쌍 정도의 부부가 남남이 되는 셈이다.또한 법률구조법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면접 상담 중 이혼 상담이 차지하는 비율은 29.0%로, 2018년(22.4%), 2019년(25.3%)보다 늘었다.
여성의 이혼 상담 사유로는 폭력 등 남편의 부당 대우가 48.3%로 가장 많았는데, 2019년(31.9%)에 비해 2020년 16.4%포인트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실업과 폐업 등 경제적 갈등의 씨앗이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남성의 경우 장기 별거와 아내의 가출, 아내의 부당 대우 등을 상담하는 비율이 높았다. 상담에선 외도나 불성실한 결혼생활, 과도한 빚 등 배우자의 가출 이전에 다른 문제들이 먼저 갈등의 요인이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과거에는 자녀나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통념에 참고 사는 경우도 많았지만 점차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젊은 층으로 갈수록 성격 차이에 따른 이혼도 급격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단연 황혼이혼(결혼생활을 20년 이상 한 노부부들의 이혼)의 증가다. 지난해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된 부부의 이혼은 1년 전보다 3.2% 더 늘어 전체 이혼의 37.2%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3월 18일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7000건으로 전년 대비 4000건(3.9%포인트) 감소했지만,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 이혼은 2010년 2만7800건에서 지난해 3만9700건으로 크게 늘었다.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 이혼 건수는 2012년 3만200건으로 처음으로 4년 이하 이혼 건수(2만8200건)를 앞지른 이후 줄곧 가장 많은 비중을 기록 중이다. 혼인 지속 기간 30년 이상 이혼도 지난해 1만6600건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해 10년 전보다 2.2배나 많았다. 이처럼 이혼의 유형도 각양각색이고, 그 수도 늘어나면서 이혼 시 직면하는 세법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통상 이혼 시 재산이 상대방에게 이전되는 경우는 크게 위자료와 재산 분할로 나뉘는데, 법률혼뿐만 아니라 사실혼인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재산분할제도는 본질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 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에,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성격이 보충적으로 가미된 제도다.
위자료는 이혼 등에 의해 정신적 또는 재산상 손해배상의 대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이혼 시 일방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하게 된 경우 이에 대한 정신적 고통의 위로라는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법률적 제도 외에 이혼 전과 후에 당사자가 합의에 따라 일정 재산을 지급하기도 한다.
가령, 일방 배우자의 유책 사유로 이혼할 경우, 그 유책 배우자에게 재산의 분할 또는 위자료 지급을 요청할 수 있다.
특히, 황혼이혼의 경우 결혼생활이 길다 보니 각자의 특유 재산(재산 분할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며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한 경우가 많아 기여도를 명확히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과거에는 관리의 편의성을 고려해 재산을 부부 일방의 명의로 몰아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재산 분할을 진행할 때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법 전문가들은 이혼 시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 지급을 요청할 경우 △이혼 상대방 배우자의 재산을 파악 △파악된 재산의 이전 방식 △재산 이전 방식에 따른 과세 여부와 해당 재산 처분 시 세금 문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남수 민우세무법인 세무사는 “이혼 전에 미리 상대방의 재산을 파악해두면 이혼 시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를 지급받기 수월할 수 있다”며 “부동산의 경우, 해당 부동산의 주소를 파악해놓거나 관련 서류(매매계약서, 등기부등본 등)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금융재산의 경우 상대방이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알고 있다면 해당 법원을 통한 재산조회 요청을 통해 보다 쉽게 재산 분할의 대상 재산 내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방 배우자의 재산 파악은 ‘재산명시제도’나 ‘재산조회’ 같은 방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청구사건이나 부양료·양육비 청구사건에서는 당사자의 재산을 파악하는 것이 심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혼 과정에서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고, 그만큼 자신의 재산을 순순히 밝히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재산명시제도다.
배 세무사는 “재산명시제도를 법원에 신청하면, 법원에서는 상대방 배우자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할 것을 명하고, 재산명시 명령을 받은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된 재산목록을 제출한 경우 과태료(1000만 원 이하)를 부과하게 된다”며 “당사자가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는 사건의 해결이 곤란한 경우, 가정법원이 개인의 재산과 신용정보에 관한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공기관, 금융기관, 단체 등에 대한 당사자 명의의 재산조회를 통해 당사자의 자발적 협조 없이도 당사자의 재산 내역을 발견·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조회의 경우 부동산은 법원행정처, 국토교통부 등에 요청해 부동산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특허권·실용신안권은 특허청에, 자동차·건설기계 등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금융기관은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보험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여러 기관을 모아 한꺼번에 신청하거나 개별적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단, 이혼 상대방이 외국인이고, 외국에 재산을 보유 중이거나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해외 거래소를 통해 보유 중이라면 그 파악이 쉽지 않아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이혼 관련 재산 분할 시 세금 이슈
재산 분할도 이혼 부부들의 주요 이슈다.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 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 재산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없어 가장이혼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1996년 12월 31일 이전에는 증여세를 과세했으나, 1997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96헌바14, 1997. 10. 30.)에 따라 이혼으로 인한 재산 분할 상당액은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로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이혼자의 일방이 당초 취득 시부터 자기 지분인 재산을 환원받은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도 과세되지 않는다.
이혼에 따른 재산 이전 시 과세를 피하려면 재산 분할 증빙을 갖춰놓아야 유리하다. 배 세무사는 “이혼하면서 재산을 이전할 경우, 증여세나 양도세 이슈를 피하려면 단순한 증여가 아닌 재산 분할에 따른 재산 이전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판결문을 그 증빙으로 할 수 있고, 당사자 간 협의에 의해 이혼할 경우에는 이혼합의서에 재산분할청구로 소유권 이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해 단순 증여가 아님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위자료를 지급할 경우에는 부동산 등 양도세 과세대상 자산보다는 예금, 현금 등을 지급해야 이혼으로 인한 재산 이전 단계에서 양도세가 발생할 위험이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이혼을 하면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할 경우 위자료보다는 재산 분할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사자별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지급자는 부동산에 대한 양도세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산 분할이 유리하지만, 지급받는 자는 추후 해당 부동산을 양도할 때 재산 분할 시점의 가액이 아니라 지급자의 당초 부동산 취득 시점의 가액이 적용돼 양도 차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8년 전 2013년에 상가를 1억 원에 취득했고, 현재 시세가 6억 원이라고 하자. 이 상가를 이혼하면서 재산 분할로 이전해줄 경우 이전받은 배우자의 취득가액은 1억 원이 된다.
그러나 이혼 전 배우자 간 증여재산 공제 범위(6억 원)를 이용하면 증여세 부담 없이(10년 내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이 없다는 가정) 이혼 전 6억 원에 해당 상가를 취득하게 되므로, 향후 양도 시 취득가액이 높아져 처분 시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