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참여로 기우는 민심[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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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협의체 ‘쿼드’를 만들어 중국을 견제한다. 미국은 한국에 쿼드 참여를, 중국은 쿼드 거부를 요청하는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한국의 경제와 안보는 격랑을 만난다. 정부는 중국을 배척하는데 반대하면서 참여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보다 중국에 더 강경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예정된 한·미 정상 회담에서 결론을 내려고 할 것이다.

쿼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작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강화하고 있다. 쿼드를 통해 5세대 이동통신(5G)은 물론 희토류 등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정하고 신기술 시대의 세계 경제 질서도 만들겠다고 한다. 이런 기류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다고 삼성과 대만의 TSMC까지 백악관 회의에 불렀고 LG와 SK의 2차전지 분쟁을 해결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이끌어 낸 데서도 보인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 의존도가, 미국에 대해선 기술 의존도가 높다. 쿼드에 참여하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처럼 중국은 공산주의식으로 대놓고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거부하면 미국은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첨단 기술 통제로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높고 한국이 방침을 바꾼다고 해도 통제 조치 해제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쿼드 참여든 거부든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이 쿼드를 만들고 한국에 참여를 요청하는 데는 한국인의 의식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해 9월 13개국을 대상으로 미국에 대한 호감을 조사했는데 한국이 59%로 가장 높았다. 독일은 24%로 가장 낮았고 일본도 41%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 경제 강국이 미국’이라는 응답도 유럽(40~50%)과 일본(54%)에 비해 한국(77%)이 가장 높았다. 한국 정부는 쿼드에 반대해도 국민은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0월 14개국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호감을 조사했는데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일본(86%)이 최고로 높았고 이탈리아(62%)가 가장 낮았다. 또한 30세 이하보다 50세 이상의 비호감이 컸다. 한국은 비호감이 75%로 평균(73%)보다 조금 높았지만 다른 나라와 반대로 30세 이하에서는 비호감이 80%로 50세 이상(68%)보다 컸다. 만약 현재 같은 조사를 하면 비호감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주권 침해 우려를 일으킨 데 이어 한국의 정체성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이 6·25전쟁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중국은 한국 기업 불매 운동을 벌였고 중국이 조선을 도와 미국에 저항한(항미원조) 전쟁이라고 선전했다. 또한 한복은 중국 옷이고 김치도 중국 음식이라며 문화와 역사도 왜곡했다. 중국 스스로 한국이 쿼드 참여로 기울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쿼드 참여 쪽으로 민심이 향하게 하고 있다. 강원도가 추진하는 중국복합문화타운은 차이나타운 건설 철회를 요청하는 청와대 반대 청원으로 번졌다. 기공식에 참석한 중국 인사는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수출하는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로 문화 교류 협력의 플랫폼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산 알몸 김치 사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은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며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했다. 중국에 굽신거리는 문재인 정부의 모화주의(慕華主義) 행태도 쿼드 참여로 기울어지게 만든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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