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 향해 순항하는 현대차

제한적 차량용 반도체 이슈에 대한 우려보다 본질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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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 제공


자동차 산업에서 P와 Q의 재정의를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P는 차량의 판매 가격을, Q는 판매량을 의미했다. 이미 성숙한 시장에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점유율 경쟁에 집중했고 이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수익성 축소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면서 이제 시장은 전혀 다른 P와 Q에 대한 접근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테슬라는 차량을 판매함으로써 P의 인식을 끝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풀 셀프 드라이브, 데이터 기반의 보험 상품, 인포테인먼트, 차량 기능 개선 등을 위해 추가적 지출을 기꺼이 용인한다. 또한 자율주행 시스템의 고도화를 통해 등장할 로보 택시 기능은 라이드 셰어링, 배달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하며 추가적인 P 상승을 견인할 것이다.

이익 발생 시점이 차를 판매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 이윤 창출이 가능해지면서 Q 역시 누적 개념으로 전환된다. 판매 후 사용되고 있는 누적 디바이스의 총량에 대당 발생 가능한 P의 값을 곱하는 것이 새로운 매출 인식 방법이 될 것이다. P와 Q의 재정의로부터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제조 산업(연매출 2500조원 규모)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연매출 7000조원 규모)으로 확대될 수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투자 재원 확보·집행을 통해 관련 분야의 기술적 진전이 선행돼야 한다. 완성차 업체가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기존 자동차 판매 비즈니스이고 판매 역량 차이에 따른 실적 차별화는 궁극적으로 투자 재원 확보에서 큰 차이를 유발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는 준비를 위한 재원의 차이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비즈니스’ 개화 단계에서 유의미한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분기마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영업 실적을 기록하며 투자 재원 확보에 무리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올해 1분기 역시 원화 강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럭셔리 판매 비율 증가, 신차 옵션 믹스 개선, 가동률 상승, 재고 축소, 중고차 잔존 가치 상승 등 모든 영업 지표가 호조를 보여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리면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6%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

또한 지난 2월 공개한 아이오닉5는 기존 주력 전기차 모델인 코나 대비 코어 이피션시(동일 거리÷동일 무게 기준 전력 소비량)를 10% 개선하며 ‘MEB(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폭스바겐 모델들을 넘어 테슬라와 더욱 격차를 좁히면서 높은 효율성의 ‘배터리 전기차(BEV)’ 구축 능력을 입증했다. 에너지 효율은 단순히 주행 거리 향상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이 고도화될수록 높아질 요구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올 하반기에는 2세대 통합 제어기 장착 모델의 출시와 무선 펌웨어 업그레이드(FOTA) 기능 구현이 예고돼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품의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제너럴모터스(GM)·포드·테슬라·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과 생산 차질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완성차 업체 전반의 영업 실적 훼손으로 이어져 투자 가능 재원의 손실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번 반도체 이슈에 따른 현대차의 실적 우려는 경쟁사 대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차는 경쟁 업체와 달리 선제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을 예측해 지난해 10월부터 반도체 대량 구매 및 선도 계약을 한 바 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해 12월부터 발생한 생산 차질로 인해 올 1분기 실적 훼손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현대차는 4월 들어 처음으로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가동 중단을 발표했고 1분기 실적은 관련 이슈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우려와 달리 양호한 실적을 올리며 모빌리티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하기 위한 본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도약이 한 차례씩 이뤄지고 동시에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 가시성 역시 더욱 뚜렷해짐에 따라 현대차의 기업 가치가 단계적으로 재평가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2020 하반기 자동차·타이어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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