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이젠 집에서 하세요’…통신사와 손잡은 바이오 업체
입력 2021-05-08 07:05:01
수정 2021-05-08 07:05:01
SK텔레콤 이어 KT·LG유플러스도 제휴…모바일로 결과 확인하고 맞춤형 건강 코칭도
[비즈니스 포커스]40대 직장인 A 씨는 해마다 얇아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고민이다. 머리숱도 부쩍 줄어 보인다.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유전체 바이오 기업들이 통신사와 제휴해 소비자 직접 의뢰(DTC)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가 의료 기관을 거치지 않고 집에서 간편하게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형태다.
마크로젠이 SK텔레콤과 손잡고 ‘DTC 유전자 검사 기반 구독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엔젠바이오와 KT, 테라젠바이오와 LG유플러스가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마크로젠 이어 테라젠바이오도 출시 예정
SK텔레콤과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 마크로젠은 지난해 9월 DTC 유전자 검사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 ‘케어에이트(care8) DNA’를 선보였다. 유전자 검사와 개인 맞춤형 건강 코칭을 집에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편하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DTC 유전자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집으로 배송된 검사 키트에 검체(침)를 채취해 보내면 약 2주 뒤 유전자 검사 결과와 이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건강 코칭을 케어에이트 DNA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운동 상담사, 영양사, 유전자 분석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가 개별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은 남성형 탈모, 모발 굵기, 피부 노화, 알코올 대사, 근육 발달 능력, 운동 후 회복 능력 등 총 60개다. 마크로젠 등은 서비스 초기 29개였던 검사 항목을 최근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케어에이트 DNA 서비스는 만 19세 이상 SK텔레콤 고객이면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대리점이나 T월드 홈페이지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 가격은 총 9만9000원으로 월 8250원을 12개월간 납부하면 되고 12개월 후 자동 해지된다”며 “60개 항목에 대한 DTC 검사의 시중가가 약 35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편리하면서도 저렴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테라젠바이오와 엔젠바이오 등의 유전체 분석 기업들도 연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엔젠바이오는 KT와 손잡았다. KT 사내벤처 1호로 시작한 엔젠바이오는 유전체 분야 연구·개발(R&D)과 정밀 진단 시약을 제조하는 곳이다. 아시아 최초로 유방암·난소암 정밀 진단 시약에 대해 유럽 내 판매 인증(CE-IVD)을 받았다.
엔젠바이오는 중성지방·혈당·혈압 등 건강 관리에 필요한 유전자를 분석하는 서비스인 ‘지노리듬’을 활용한 DTC 유전자 검사 기반 맞춤형 건강 관리 코칭 서비스를 KT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테라젠바이오는 DTC 유전자 검사 기반의 구독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LG유플러스와 협업하고 있다. 개인 유전자 검사는 물론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검사 항목도 서비스에 추가할 계획이다.
테라젠바이오는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진스타일’을 운영하고 있다. 영양소·운동·피부·모발·다이어트 등 웰니스(웰빙+피트니스) 분야 70개 항목, 78개 세부 영역에 대해 검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장내 미생물 검사 ‘테라바이옴’을 통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과 군집 비율, 주요 프로바이오틱스 19종과 병원균 5종 유무 등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장 건강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황태순 테라젠바이오 대표는 “LG유플러스의 통신 서비스 기반의 플랫폼은 DTC 유전자 검사 외에 걸음 수, 심박 수, 혈압, 체중 등 각종 건강·생활 정보 등과 결합해 소비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용이하다”며 “개인이 영양·운동·피부·모발·식습관 등 웰니스 분야의 유전적 특성을 확인한 뒤 수시로 영양제·식단·생활습관과 적합한 운동 등의 관련 솔루션 콘텐츠를 제공받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팽창하는 DTC 유전자 검사 시장
시장 조사 기관 BIS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2019년 약 9800억원에서 2028년 약 7조6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체 분석 기업들이 통신사와 제휴해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병 테라젠바이오 상무는 “지난해 12월부터 유전자 검사에 대한 정부 규제가 일부 완화돼 70개 웰니스 항목에 대해선 병원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 등으로 검사 받을 수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아직 생소하다”며 “통신사의 모바일 및 홈 통신 서비스와 DTC 유전자 검사가 연계되면서 소비자들이 더 쉽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됐고 솔루션과 가격 등 관련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DTC 인증제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유전자 검사 기관 숙련도 평가 의무화와 DTC 유전자 검사 기관 인증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올해 말부터 ‘DTC 유전자 검사 인증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이 정기적으로 인증을 받고 별도의 항목 검토 위원회에서 검사 항목을 확대하면 이를 서비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개별 기업이 각 검사 항목별로 승인받도록 돼 있다. 인증제를 준비하기 위한 마지막 ‘제3차 시범 사업’은 4월 8일 사업 설명회를 시작으로 진행 중이다.
장민후 테라젠바이오 이사는 “업계에서는 웰니스 분야에 한해서라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오랫동안 요청해 왔다”며 “이를 위해 한국바이오협회 산하에 유전체기업협의회를 조직해 한국 유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두 차례 ‘시범 사업’에서 DTC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와 안전성, 소비자 만족도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인증을 획득한 9곳에만 최대 70개 웰니스 항목에 대한 검사를 허용하고 있다.
복지부의 1, 2차 시범 사업을 모두 통과한 기업은 테라젠바이오(70개 항목, 78개 세부 항목), 마크로젠(70개 항목, 73개 세부 항목), 랩지노믹스(승인 64개 항목+기본 5개 항목) 등 3개 기업이다. 1차 시범 사업만 통과한 곳은 EDGC(54개 항목) 1개 업체다. 2차만 통과한 기업은 SCL헬스케어(61개 항목), 디엔에이링크(58개 항목), 지니너스(57개 항목), 엔젠바이오(46개 항목), 메디젠휴먼케어(43개 항목) 등 5곳이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