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10 조치로 아파트 임대 사업 방해
조치 후에도 아파트 값 상승 지속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 임대 사업자에 떠밀려는 의도로 풀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자 일부 정치권에서 주택 임대 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과연 임대 사업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인지 사실 여부를 알아 보자.
아래 표는 ‘7·10 조치’가 있던 지난해 7월 전후 9개월의 집값 상승률을 비교한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집값 상승률과 7·10 조치 직전 9개월(2019년 10월~2020년 7월)을 나타냈다. 기준 시점을 지난해 7월로 설정한 이유는 주택 임대 사업자는 7·10 조치 후 더 이상 아파트를 매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다가구 주택을 포함한 단독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빌라)이 포함된 연립 주택은 7·10 조치에 따른 주택 임대 사업 금지와는 상관이 없다. 다시 말해 지난해 7월 10일 이후 아파트를 주택 임대 사업에 포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단독·연립 주택은 임대 사업자가 매수해 임대 물건에 포함해도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단독 주택은 7월 10일 이전 9개월간 1.7% 올랐던 것이 조치 이후 3.7%나 올랐다. 7·10 조치 전후로 집값 상승률 차이가 2.18배나 된 셈이다. 이런 현상은 연립 주택에도 나타나고 있다. 7·10 조치 이전 9개월 동안 2.3% 올랐던 것이 이후 9개월 동안 7.0%나 올라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조치 이전과 비교해 연립 주택의 집값 상승률 차이가 3.03배나 된다.
단독·연립 주택은 7·10 조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주택 임대 사업의 시각에서 보면 조치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단독·연립 주택을 매수해 임대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수요가 줄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7·10 조치 후에도 아파트 값 상승 여전
문제는 아파트 시장이다. 아파트는 7월 10일 이전 9개월 동안 4.2% 올랐던 것이 7·10 조치 후 12.8% 상승했다. 집값 상승률 차이가 3.08배다.
아파트 시장을 7·10 조치 전후로 살펴보자. 조치 이전에는 주택 임대 사업자가 아파트를 살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살 수 없다. 살 수 없다는 것보다 임대 등록을 할 수 없어 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매매가는 조치 이전보다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
일부 정치권의 주장대로 집값 상승의 주범이 주택 임대 사업이라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예를 들어 7·10 조치를 계기로 임대 등록이 가능한 단독·연립 주택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임대 등록이 불가능한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면 주택 임대 사업에 집값 상승의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단독·연립 주택 시장으로도 임대 사업자 매수 금지 조치를 확대한다면 해당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임대 사업자가 매수하지 않았음에도 아파트 값은 조치 이전보다 크게 올랐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수요나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 등으로 상승 흐름이 계속되는 중이다.
현재 주택 임대 시장에는 세 가지의 가격대가 존재한다. 가장 높은 가격대에 거래되는 신규 물량이 첫째다. 둘째는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임대인과 기존 임차인 간에만 거래되는 물건으로 상당히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전자와 후자의 가격 차이는 약 50%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사용된 계약이 4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신규 입주 계약은 6억원 정도 된다.
그런데 둘째 가격대보다 더 낮은 가격대의 매물이 간혹 시장에 등장한다. 주택 임대 사업자의 임대 물건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돼 그 이후 계약분에 대해서만 가격 차가 존재한다. 반면 임대 사업은 훨씬 이전부터 진행돼 예전부터 시작한 사업자의 매물일수록 시장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신규 계약을 해도 5% 인상 제한에 해당된다.
실제 사례를 보자. 어떤 단지의 1층 월세 매물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80만원에 나왔다. 그런데 같은 동의 로열층이라고 할 수 있는 12층 임대 매물은 보증금 4800만원, 월세 70만원에 거래됐다. 시세의 40%도 되지 않는 임대료다. 전자는 일반 매물이고 후자는 임대 사업자의 매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임대 사업자의 물건을 구해 달라는 세입자의 요구가 넘쳐나는 모양새다.
문제는 7·10 조치로 임대 의무 기간이 끝나면 주택 임대 사업 등록이 자동으로 말소된다는 점이다. 임대인에게는 더 이상 싸게 임대를 줄 이유가 없어지고 임차인에게는 싸게 월세를 내던 혜택이 사라진다.
정치권의 부동산 실패, 세입자에게 불똥
앞선 통계가 증명한 것처럼 주택 임대 사업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에서 주택 임대 사업 제도를 없애자고 외치는 것은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도와 부동산 정책의 실패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이 불똥을 주택 임대 사업자의 세입자가 맞는다. 한 달에 70만원의 월세를 내던 세입자가 180만원을 내야 하는 피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많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양질의 주거 공간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민간 주택 임대 사업이 활성화됐던 것이다.
정치권은 본인의 지역구나 관할 구역에 사는 세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월세 70만원을 내며 생활하던 이들을 180만원으로 내몰려는 사람이 옳은지, 180만원의 물건을 70만원에 제공하는 사람이 옳은지 세입자와 시장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