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 주도 부동산 정책 또다시 실패 흐름…5월 분양 물량 4만8855가구, 집값 안정화 기대
[비즈니스 포커스]“시장이 되면 한 달 안에 초스피드로 신속한 주택 공급을 시작하겠습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당시 서울시장 후보, 3월 29일)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먼저 근절하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4월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 달 만에 변화된 방침이다. 수십 회에 달하는 정부 주도의 부동산 정책으로도 잡지 못한 집값을 서울시장 역시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와 서울시 주도의 집값 안정화 정책은 또다시 실패하는 모양새다.
단, 올해 들어 민간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집값 폭등세가 다소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집값 안정이 결국 민간 분양의 힘으로 안정화되는 셈이다. 특히 5월에는 역대급 규모의 신규 분양이 진행·예정돼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이달 분양 물량은 전국 59개 단지, 4만8855가구다. 지난해 5월 3만6337가구 분양과 비교하면 34% 늘어난 양이다. 수도권에는 2만5117가구가 공급된다. 서울은 3개 단지에서 4082가구가, 경기도에서는 17개 단지, 1만5838가구가 공급된다.
지방은 2만3738가구가 분양 중이다. 충남 4447가구, 대구 3436가구, 광주 2842가구 등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가 시장에 나온다.
분양 시장은 올해 초부터 꿈틀거렸다. 지난해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미뤄졌던 물량이 풀리면서 공급량이 대거 늘어났다. 1·2월 아파트 분양은 약 4만2000가구(1월 2만9000가구, 2월 1만3000가구)가 진행됐다. 200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5월에는 1~2월을 합친 물량보다 더 많은 가구가 분양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위해선 민간 주택 공급 확대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도 수요자는 여전히 많다. 이에 따라 대규모 신규 분양 단지에 수만 명의 청약자가 몰리는 현상은 더 이상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양 물량은 2018년 30만 가구, 2019년 33만 가구, 2020년 36만 가구 등에서 올해 43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이상 집값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주요 건설사, 창사 이후 최대 분양
올해 역대급 물량이 분양되는 만큼 주요 건설사도 창사 이후 최대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다. 주요 건설사의 올해 신규 분양 계획은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29% 늘었다. 또 4~5월이 분양 시장의 성수기인 만큼 이 시기에 물량이 대거 공급되고 있다.
GS건설은 1분기에 이미 5497가구를 분양해 올해 목표치인 2만8651가구의 19%를 달성했다. 또한 건설 현장의 준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급 계획이 3만1000가구 이상으로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만6616가구 분양을 목표했다가 2만6909가구로 물량을 늘린 바 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분양 목표치가 늘어날 것으로 확실시된다. 3만1000가구는 GS건설이 역대 최대로 분양했던 2015년을 넘어서는 것뿐만 아니라 창사 이후 최대 물량이기도 하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의 올해 분양 물량 중 1만6000가구가 2분기에 집중돼 있다”며 “서울·수도권 재건축 대기 물량은 8만 가구가 넘는다. 재건축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높은 GS건설의 향후 선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5월 등 올해 분양 물량이 대부분 ‘완판’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최대 10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률 역시 역대급 규모가 전망된다.
5월 분양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다.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로, 2990가구 중 224가구가 일반 분양(46~74㎡)으로 나온다. 강남권에서 요지로 꼽히는 지역이고 주변 시세와 비교해 40% 정도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3.3㎡당 분양가는 5669만원이다. 인근 지역의 시세가 3.3㎡당 1억원 전후에 형성돼 있는 만큼 청약에 성공하면 3,3㎡당 5000만원 이상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로또’ 물량이다.
경기 화성에선 시세 차익이 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가 분양된다. 분양가는 △84㎡ 3억8500만~4억8800만원 △102㎡ 4억6300만~5억8300만원 등이다.
최근 인접 지역 아파트인 동탄역 반도 유보라 아이파크 84㎡가 11억6500만원, 동탄역 롯데캐슬 102㎡가 13억8335만원에 실거래된 만큼 디에트르 퍼스티지 역시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주목 받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4월 분양 예정 물량 가운데 다수가 5월 이후로 연기됐다”며 “서울은 시장 선거 이슈로 분양이 지연되다가 인기 단지가 연이어 분양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크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