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웨이크메이크’ 이마트 ‘스톤브릭’ 등 인기…유통망 확보 쉽고, 고객 데이터 강점
[비즈니스 포커스]이제 화장품은 뷰티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업과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브랜드들까지 화장품 사업의 플레이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타고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이른바 ‘자체 브랜드(PB) 화장품’을 론칭해 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프라인 매장과 그간 축적해 온 고객의 데이터는 PB 화장품 론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시장은 아니다. 최근 뷰티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브랜드들은 퇴출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PB 화장품’ 강자된 올리브영2007년부터 PB를 운영해 온 올리브영은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미용 소품 등 카테고리별로 특화한 10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상품 소싱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데이터가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 PB 브랜드로는 바이오힐보(스킨케어), 웨이크메이크(메이크업), 필리밀리(미용 소품) 등이 있다.
이 중 2015년 론칭된 자체 색조 브랜드 ‘웨이크메이크’는 론칭 이후 6년여간 연평균 4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액 기준 올리브영 색조 화장품 인기 브랜드 톱2에 오르며 카테고리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3월부터 웨이크메이크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브랜드 콘셉트와 디자인을 개편했다. 웨이크메이크는 이번 봄여름(SS) 시즌부터 ‘모두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아티스틱 메이크업 브랜드’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자유롭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더한 새로운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새로 단장했다. 2030세대가 주목하는 메이크업 트렌드 선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웨이크메이크의 인기 상품은 ‘비타민 수분톡 틴트 립밥’이다. 비타민 나무 오일과 비타민C·비타민E·히알루론산 등을 함유해 입술에 생기를 부여하고 촉촉하게 가꿔 주는 틴트 립밤으로 수채화같은 발색이 특징이다. ‘소프트 블러링 아이팔레트’는 음영 메이크업에 필요한 12가지 톤온톤 컬러가 돋보이는 아이섀도 팔레트로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루 날림이 적고 밀착력이 좋아 눈가에 자연스럽게 발색된다.
비교적 일찌감치 PB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올리브영의 가장 큰 무기는 한국 최대 헬스&뷰티(H&B) 스토어인 ‘올리브영’이다. H&B스토어는 MZ세대가 화장품을 구매하는 대표하는 오프라인 채널로 자리 잡았다. 중소 화장품사들의 최대 목표가 ‘올리브영 입점’일 정도다. 이러한 점에서 올리브영의 PB 화장품들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은 PB 사업 기반을 다져간 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올리브영은 브랜드별 자생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K뷰티를 대표하는 히트 브랜드’로 육성한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핵심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재정립하고 제품 기능과 라인업, 디자인 등을 순차적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지난 2월 7년여간 운영해 온 ‘보타닉힐 보’를 고기능성 안티에이징 더마 스킨케어 브랜드 ‘바이오힐 보’로 새 단장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글로벌에서 통하는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명확한 타깃 층 정해야 성공할 수 있어
2019년 출시된 이마트의 ‘스톤브릭’은 색의 본질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브랜드다. 출시 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에 스톤브릭 출시를 암시하는 게시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록 완구를 닮은 디자인과 파스텔톤의 색감을 통해 소비자 층의 감성을 채우고 있다. 핵심 타깃은 20대 초·중반 여성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스톤브릭 홍대점을 시작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타필드 코엑스몰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입점해 있다. 이마트의 자사몰은 물론 SSG닷컴과 네이버·시코르·무신사·쿠팡·29CM·서울스토어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색감을 강조한 브랜드인 덕분인지 립 제품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스톤브릭을 대표하는 상품 중 하나는 ‘워터 클리어 틴트’다. 착색은 선명하지만 묻어나지 않는 이중 레이어 구조의 클리어 틴트다. 2월 출시 이후 2차 리오더까지 완판됐고 현재 3차 리오더 생산 중이다.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은 ‘블러핑 립스틱’으로, 마치 포토샵의 블러링 효과를 준 듯 입술의 결점을 커버하는 무광 립스틱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두 제품 모두 한국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 이후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스톤브릭 전체 브랜드의 성장도 좋은 편이다. 2021년 들어 스톤브릭은 현재까지(1~4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0% 정도 늘었다. 다만 가격대는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로드숍 브랜드에 익숙해진 소비자 층을 사로잡기엔 다소 비싸다는 평가다. 블록 이미지로 20대 초반 층을 공략한 것을 고려하면 고가의 가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신세계백화점이 출시한 스킨케어 전용 브랜드 ‘오노마’는 브랜드 기획부터 제조까지 신세계가 직접 준비한 첫 K뷰티 브랜드다. 고대 그리스어로 이름과 명성을 뜻하는 ‘오노마’는 개인의 타고난 아름다움을 빛나게 해 주는 에센셜 스킨케어 화장품이다. 수분·보습·미백·탄력 등 고민에 따라 맞춤형으로 골라 쓸 수 있는 6종류의 에센스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탄생한 것이 오노마의 장점이다. 신세계가 백화점을 운영하며 오랜 시간 패션·뷰티 시장을 선도한 것과 편집숍 시코르를 통해 쌓아 온 노하우를 토대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했다. 다만 기초 화장품은 색조보다 까다롭게 따지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해외와 한국 뷰티 기업들의 고가 브랜드처럼 ‘충성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다.
PB 화장품의 이점은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성민 리이치24시 코리아 지사장은 “화장품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조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 수 있다”며 “특히 대형 유통 기업들은 제조사의 이미지나 레퍼런스에도 도움이 되고 발주를 큰 단위로 하기 때문에 OEM사엔 매력적인 고객사”라고 말했다. 또 직접 유통 채널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중간 유통 과정을 줄일 수 있어 마진을 크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한 PB 화장품들도 다수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들은 고가의 명품 화장품이나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화장품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 속에서 자리잡지 못한 브랜드들은 타깃 층의 설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지사장은 “기능적인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겐 유통사가 판매하는 PB 제품이 대안 소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품목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한 가지 주력 상품을 통해 온라인 중심으로 마케팅을 이어 나가는 것도 전략이다. 해외 유통 채널을 활용해 해외 시장 공략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