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도 ‘새벽 배송’이 되나요

마켓컬리·SSG닷컴, 세종·충청권 서비스 나서…롯데온은 부산 시작으로 북상 전략

[비즈니스 포커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온라인 배송이 확산되면서 전날 주문한 생필품을 다음 날 아침에 문 앞에서 받아볼 수 있는 ‘새벽 배송’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 여기에 주문한 상품을 그날 바로 받아 볼 수 있는 당일 배송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배송은 ‘수도권 거주자’들이 손쉽게 누릴 수 있는 서비스다. 배송의 인프라는 촘촘해졌지만 아직까지 비수도권에서는 수도권에서 누릴 수 있는 배송 서비스가 확산되지 않은 곳들이 많다.

기업의 고충도 있다.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비해 인구가 적기 때문에 수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마켓컬리와 SSG닷컴 등이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새벽 배송을 시작했다. 머지않아 전국 어디에서든 어떤 업체라도 새벽 배송을 주문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충청권으로 번진 새벽 배송 전쟁
‘샛별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새벽 배송의 확산을 주도한 마켓컬리는 최근 샛별배송을 충청권까지 확대했다. 마켓컬리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대전광역시(서구·유성구)와 세종특별자치시·천안·아산·청주시 등 충청권 5개 도시에 지난 5월 1일부터 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마켓컬리는 서울과 수도권(경기·인천)에서만 샛별배송을 운영했지만 충청권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영남과 호남 등 남부권까지 대상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마켓컬리가 수도권 지역 물류센터에서 신선 식품을 출고하면 CJ대한통운의 냉장 차량이 소비자의 집까지 상품 운송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마켓컬리의 충청권 새벽 배송에 SSG닷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은 수도권에서 시행해 오던 신선식품 새벽 배송을 7월부터 충청권으로 확대한다. SSG닷컴은 대전·세종·아산·천안·청주 등 충청 지역 5개 도시에서 새벽 배송을 시작한다. 충청 지역에서 주문한 새벽 배송 상품은 경기도 김포에 있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3’에서 충청 지역의 스포크센터로 옮겨진 후 주문자에게 전달된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생필품 새벽 배송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마켓컬리·SSG닷컴과 함께 쿠팡의 ‘로켓프레시’ 등 3사의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의 로켓프레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새벽 배송이 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새벽 배송의 니즈가 늘어난 상황에서 향후 각 사가 세울 전략은 ‘1인자’를 가려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와 SSG닷컴은 왜 충청권을 택했을까. 충청, 그중에서도 세종은 전국을 통틀어 인구 유입이 활발한 도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시도별 인구 이동에서 세종시는 4306명이 유입돼 경기 다음으로 많은 유입자 수를 기록했다. 행정 수도로 20~40대 청년층과 가족 단위의 인구가 많다는 특징도 있다. 이에 따라 새벽 배송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 관계자는 “충청권 지역에 새벽 배송에 대한 수요가 있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며 “향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확장을 추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보다 신선한 상품을 배송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포장한 상품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내려보내려면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지 않은 충청권이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온라인 유통을 확장하고 있는 롯데온의 선택은 부산이다. 롯데온은 지난해 12월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서부 지역에서만 가능했던 새벽 배송 ‘새벽에 ON’을 경기 남부와 서울·부산 전 권역으로 확대했다. 기존에 경기 김포에 있던 온라인 전용 센터를 통해 가능했지만 롯데슈퍼가 운영하던 경기 의왕과 부산의 오토프레시센터를 롯데마트가 운영하면서 새벽 배송 범위가 확대됐다. 롯데마트는 의왕·부산의 오토프레시센터를 일반 주간 배송이 아닌 새벽 배송을 위한 전용 센터로 운영한다.

맞벌이·1인 가구 덕분에 새벽 배송 니즈도 많아
최근 배송 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는 30분~1시간 이내의 속도로 상품을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로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은 너도나도 퀵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물류 인프라를 투자하지 않아도 물류 전문 기업에 위탁할 수 있어 확산세가 빠르다.

이러한 혁신적인 배송 서비스는 아직까지 수도권 소비자들의 몫이다.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는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내에 배달해 주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다. 식재료부터 기본 생활용품까지 7만여 개의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B마트는 서울·경기·인천 등지에서 30여 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물류센터가 ‘거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에서만 B마트를 운영 중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서비스 확장보다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교보문고는 고객이 ‘바로드림’ 서비스로 책을 주문하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당일 배송하는 ‘바로드림 오늘배송’ 서비스를 지난 2월부터 시작했다.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배달 대행 업체 ‘부릉’의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 서울 광화문점과 잠실점·강남점 등 3개 지점 인근 5km에 있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점차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왜 혁신적 배송 서비스는 수도권이 먼저일까. 이는 물류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더 많은 상품을 배송할 때 비용이 감소해 지속적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인구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새로운 형식의 배송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과 수도권은 한국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모여 있어 밀집도가 높다. 또 새벽 배송을 주로 이용하는 맞벌이 가구나 1인 가구도 많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은 주문량이 많고 배송 운전사가 커버해야 할 구역이 좁다”며 “한정된 시간 내 많은 주문과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어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안정적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물류업계는 잠재 고객이 많은 ‘광역시’를 시작으로 비수도권역의 혁신적 배송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온이 새벽 배송을 시작한 부산에 이어 향후 꼽히는 곳은 대구·광주 등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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