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의 금리 인상 발언, 고도의 계산 깔린 ‘묘수’

Fed 권한인 금리 인상 언급은 ‘초보자 실수’…포스트 코로나 앞서 인플레이션 막으려는 의도 해석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경제 컨트롤 타워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 발언과 관련된 논쟁이 거세다. 단순한 초보자의 실수라는 의견과 고도의 계산이 깔린 묘수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4월 고용 통계가 종전과 달리 노동 수급상 미스 매치로 부진하게 나옴에 따라 옐런 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옐런 장관의 발언 이후 가장 큰 비난의 목소리는 ‘초보자의 실수’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2014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취임할 당시에도 같은 비난을 받았다. 옐런 장관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과 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에 오른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인물이다.

노동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인 동시에 모형을 통해 예측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실무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노련하다. Fed 의장 취임 이후 금융 위기 극복의 최대 난제로 평가 받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를 무난하게 해결해 재임 기간의 평가가 역대 Fed 의장 중 가장 높은 ‘A’를 받았다.

그런데 Fed 의장을 역임한 옐런 장관이 1913년 Fed 창립 후 지켜져 온 금기를 깨고 금리를 인상할지 의문점이 커진다. 옐런은 재무장관이다. 금리 인상은 Fed가 독립적으로 진행해 온 사안인데 옐런 장관이 금리 인상을 언급해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인상에 관해 누구나 언급할 수는 있다. 옐런 장관처럼 재정 정책의 수장이 금리 인상과 관련된 의견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 발언에 영향을 받느냐 여부는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체 판단이 가능한 Fed의 몫이다.

옐런 장관, 내년에 미국 고용 목표 달성 주장

4월 고용 통계가 부진하게 나온 만큼 통화 정책 추진으로 일자리를 늘리려고 한다면 옐런 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2023년까지 고용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과 달리 옐런 장관은 내년에 완전 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4월 고용 부진의 양대 요인인 영구적 실업자와 전문 직종의 노동력 공급 부족은 경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보고 있다.

케인지언의 전달 경로(유동성 혹은 기준 금리 변경→총수요 변화→실물 경제 영향)상 통화 정책의 시차가 1년 내외라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 완전 고용이 가능하다면 지금 시점에서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 옐런 장관의 정책 처방 근거인 ‘예일 거시 경제 패러다임’은 케인지언의 총수요 이론에 가깝다.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옐런 장관이 처음부터 금리 인상을 언급할 정도로 출구 전략 순서를 몰랐겠느냐 하는 의문도 있다. 금융 위기 직후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대변되는 금융 완화와 2010년부터 추진된 출구 전략을 옐런 장관은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이다.

옐런 장관은 출구 전략과 같은 대변화를 모색할 때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기준을 명확하게 예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Fed도 이러한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몰 조항 중심 △조건 충족 중심 △경제 지표 중심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고 이 순서대로 출구 전략을 추진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선언한 이후 1년 뒤인 지난 3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연구소 소장은 팬데믹 종료 가능성을 밝혔다. 지난 1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부를 만큼 모든 세계인이 겪은 고통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그 누구나 가장 기다렸던 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파우치 소장의 발언으로 세계 경제와 증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뛰어넘는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너무 많은 돈이 풀린 여건에서 백신 보급으로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절연’에서 ‘연계’ 체제로 이행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속도를 감안해 지난 3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예측 기관이 내놓은 수정 전망을 보면 올해 세계 경제는 5.9%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평균치 4.2%와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1.7%포인트를 상향 조정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으로 경제 피해가 컸던 미국 경제는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백신 보급이 빨라지며 올해 1분기 성장률 6.5%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은 최대 13%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숙취 현상 해결 위해 금리 인상 시사

문제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많이 풀어 놓은 유동성을 흡수하지 못한 여건에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경우 나타날 ‘숙취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표적 숙취 현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을 비롯한 각국 국채 금리의 상승 문제가 있다.

옐런 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은 ‘실수’가 아니라 고도의 계산이 깔린 ‘묘수’로 판단된다. Fed의 무제한 통화 공급으로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 동시에 제기되는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자신의 주 책무인 경기 부양책과 인프라 확충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숙취 현상을 극복하고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까. 월가에서는 ‘트리플 Re’가 확인돼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 트리플 Re는 △경기 회복(Reflation) △보상 소비(Revenge consumption) △재고 축적(Restocking) 등이다.

트리플 Re 중 유일하게 통화 정책 처방과 관련된 리플레이션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경기 국면을 뜻한다. 너무 뜨거우면 ‘테이퍼링’ 우려가, 너무 차가우면 ‘통화 정책의 무력화’ 명제가 불거진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 목표는 2~3년 이후에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는 파월 의장이 6월 Fed 회의에서 어떤 방침과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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