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의 부동산 성적표…인플레이션에 과도한 정책 남발로 ‘실패’
입력 2021-05-25 06:59:01
수정 2021-05-25 06:59:01
미국도 역대급 상승세지만 지역 편차 작아...
시장 파악 실패한 정부, 압박 가할수록 집값·지역격차 심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년이 지났다. 현 정부 들어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주택 시장 안정화 정책이 발표됐다. 해당 정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과거 정권과 비교해 보자.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시기인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3.0%다. 이명박 정부 초기 4년(2008년 2월~2012년 2월)의 16.8%나 박근혜 정부 초기 4년(2013년 2월~2017년 2월)의 9.8%보다 월등하게 높다.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나 높은 상승률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한 것에 비해선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물론 현 정부의 성적표를 모두 정부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집값이 치솟는 이유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크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과 전혀 상관 없는 미국의 집값 추이를 보면 이명박 정부 초기 4년 동안 현지 집값은 16.7% 하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사태의 후유증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박근혜 정부 초기 4년 때의 미국 집값은 22.0%나 올랐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의 집값을 완전히 회복한 셈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미국의 집값 흐름은 어떨까. 27.4% 올라 역대급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 전체 주택 매매가 상승률이 17.8%,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19.8%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상승률이다.
文 정부, 시장 경제 파악 미숙
결국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집값이 크게 오른 이유는 세계적 인플레이션, 다시 말해 돈의 가치가 하락해서다. 정부에서 어떠한 정책을 펼쳤더라도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 작게는 경제 현상을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알고도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졌다는 것이다. 둘째는 잘못된 정책 남발로 시장을 왜곡해서다.
첫째 실책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한마디로 정부가 집값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 자체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수많은 변수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나서면서 일이 꼬였다.
정부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전문가 흉내를 내는 이들이 던지는 발언과 무게감이 다르다. 후자를 믿어 재산에 손실을 보면 그 말을 믿은 사람도 책임이 있다. 시장에는 여러 의견이 공존한다.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택으로 취했기 때문에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것이다.
반면 공신력 있는 정부를 믿어 손해를 봤다면 100% 본인의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 신뢰 관계가 깨진다는 것은 부동산 정책 이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몇 년간 정부를 믿고 따른 사람은 재산상 손실을 보고 정부의 말과 반대로 움직인 이들은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
잘못된 정책 남발로 시장 왜곡
잘못된 정책으로 시장을 왜곡했다. 앞서 지난 몇 년간의 집값 상승은 현 정부의 집값 상승을 정부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집값이 더 오른 미국은 지역 간 차가 그다지 크지 않다. 지난 4년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인 중부와 적게 오른 지역인 서부의 상승률 차이는 2.7%포인트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이 미국 전 지역의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권역인 세종시와 가장 크게 줄어든 경상남도의 차이는 66.0%포인트에 달한다. 단일 경제권을 지향하는 작은 나라에서 세종시나 서울시는 인플레이션이 진행됐는데 경남과 충북에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리 만무하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지독한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정책에 따른 시장 왜곡화다.
지역별로 세부적으로 보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분당과 크게 하락한 거제 지역의 상승률 차이는 79.0%포인트다. 물론 거제의 집값이 하락한 이유를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억지스럽다. 마찬가지 논리로 분당이 가장 많이 오른 것도 정부의 혜택으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
오른 곳은 오를 만한 이유가 있고 내리는 곳은 내릴 만한 이유가 있다. 단, 정부가 비판 받는 이유는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 모두 규제가 집중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는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니라 8·2 조치를 포함해 정권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실시돼 왔다. 기존 정부 정책이 시장에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정책이 어떻게 시장을 왜곡하는지 예를 들어 보자. 입지가 좋은 A지역과 입지가 좋지 않은 B지역에 집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도록 정부가 압박한다면 어느 집을 팔까.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집을 먼저 처분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압박을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시장에서 입지가 좋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된다.
결론적으로 지난 몇 년간 그리고 현재 집값이 오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인 돈의 가치 하락,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계속 던지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또 이러한 현상을 완화하겠다고 내놓는 정책이 반시장적 정책이 대부분이어서 지역별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