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한국 브랜드 아파트의 효시로 등장…유비쿼터스·IoT 이어 AI 전면 적용
[비즈니스 포커스]삼성물산의 래미안 아파트는 브랜드 아파트의 효시로 꼽힌다. 2000년 처음 등장해 한국에 브랜드 아파트라는 개념을 자리 잡게 했다. 브랜드 출시부터 20여 년이 흐른 현재, 래미안은 세 차례 브랜드 이미지(BI)를 수정했는데, 이 시점은 래미안의 건설·건축·재개발 전략 변경과 일치한다. 래미안의 BI 수정과 함께한 세 차례의 변곡점을 알아본다.
삼성물산은 2000년 입주자에게 새로운 주거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출시했다. 래미안은 최고의 기술로 꿈이 실현되는 앞선 미래의 공간 ‘래(來)’, 미래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주거 공간 ‘미(美)’, 최고의 안전성과 최상의 보안을 약속하는 편안한 생활 공간 ‘안(安)’ 등의 합성어다.
아파트 브랜드는 상당수가 영어나 프랑스어 등을 사용한다. 현재 한국에서 한자를 쓰는 아파트는 래미안이 유일하다. 쌍용건설의 ‘예가’가 있었지만 2019년 ‘더 플래티넘’이라는 브랜드로 통합돼 래미안은 한자를 쓰는 유일한 아파트가 됐다. 현재 전국에 총 173개 단지, 16만여 가구가 래미안의 이름을 달고 있다.
래미안, 브랜드 아파트란 신개념 전파 앞장
시장에선 래미안이 걸어온 길이 한국 아파트의 역사라고 평가한다. 국가고객만족도 23년 연속 1위를 차지할 만큼 오랜 기간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 왔다. 래미안 브랜드가 처음 사용된 아파트는 경기 용인 구성 1차였다. 친환경 아파트를 목표로 ‘건강한 집’이라는 콘셉트였다. 브랜드 출시 당시 사용한 첫 BI는 2003년까지 사용됐다. 이 기간 건설업계에 브랜드 아파트라는 신개념을 전파했다. 이때부터 삼성물산보다 래미안이란 이름이 더 유명해졌다.
첫 BI 교체는 2003년에 단행됐다. 다른 건설사도 래미안에 이어 속속 브랜드 아파트를 내놓기 시작하자 경쟁사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아파트에 처음 적용했다. 사람과 자연, 디지털 환경이 결합된 최첨단 주거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2005년에는 ‘래미안 U 플랜’을 발표하며 사용자의 편의성을 강조한 신개념 주거 공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입주민이 옷을 옷장에서 꺼내지 않아도 착용 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의상 코디 기능의 ‘매직 미러’와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된 ‘감성 정원’ 등이 대표적이다. 감성 정원에는 벤치에 앉으면 자동으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디지털 벤치 등이 설치됐다.
또 입주민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업계 최초로 서비스 브랜드 ‘헤스티아’를 출시하기도 했다. 헤스티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가정을 보호하는 여신이다. 현재도 이용할 수 있고 가구 내부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는 클린 서비스와 최신 트렌드에 맞는 문화 강좌 등이 제공된다.
“생활에 디지털을 담다” 래미안 스타일 확립
삼성물산은 2007년 둘째로 래미안의 BI를 교체했다. 입주민의 생활에 디지털을 담고 래미안 만의 첨단 스타일을 확립하겠다는 목표였다.
대표적으로 한국 아파트 브랜드 중 처음으로 사물인터넷(IoT)을 전면 적용했다. IoT와 주거 시스템을 결합한 ‘래미안 IoT 플랫폼’을 개발해 단지에 적용했다. 이 플랫폼은 무선 기기와 내부 시스템을 연동하고 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입주자의 주거 편의성을 높였다. 한국 건설사 최초로 개발된 자체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이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 저감 기술도 아파트에 적용했다. 래미안은 2008년 초저에너지 주거 공간이란 의미가 담긴 ‘E-큐빅’ 계획을 발표했다. E-큐빅은 다양한 기술과 설비로 에너지를 줄이고 자연 순환과 재활용을 극대화해 친환경을 일상생활에 유기적으로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큐빅은 2009년 11월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주택 ‘그린 투모로우’가 탄생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물산은 그린 투모로우로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친환경 기술의 효율성을 검증하고 기술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래미안에 접목했다.
셋째 BI 교체는 5월 초 이뤄졌다. 2007년 이후 14년 만이다.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넘어 입주민과 일상을 함께하는 ‘삶의 동반자(life companion)’가 새로운 콘셉트다.
기존에는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으로 인식됐다면 현재는 다양한 활동과 경험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의미가 넓어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은 학교나 사무 공간의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삶의 공간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래미안은 개인 맞춤형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새 BI는 올해 하반기에 입주하는 래미안 단지부터 적용된다.
백종탁 삼성물산 주택본부장은 “래미안의 새 비전 발표와 BI 리뉴얼은 주거 문화의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래미안은 앞으로도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 여러 주택 사업에 적극 참여해 입주자들에게 한 차원 높은 주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