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4년 새 30배’…IPO·손보 진출 앞둔 카카오페이

마이데이터 심사도 재개돼 하반기 빅 이벤트 줄줄이 대기…‘종합 금융 플랫폼’ 공룡 될까

[비즈니스 포커스]

소비자가 카카오페이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하반기를 앞두고 카카오페이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기업공개(IPO)의 첫 관문인 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와 디지털 손해보험사(온라인 상품 판매) 예비 인가 승인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숙원 사업인 마이데이터(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 심사 중단의 족쇄도 풀렸다. 발목을 잡았던 중국계 대주주 리스크가 사실상 해결되면서다.

가입자 수는 3600만 명을 돌파했다. 3600만 명은 한국 인구(5200만 명)의 69%에 해당한다. 한국의 15~64세 인구수가 37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할 줄 아는 연령층 대부분이 카카오페이에 가입한 셈이다. 카카오페이가 영역 확장에 성공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발돋움할지 빅테크는 물론 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결제 패러다임 바꾼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는 2014년 9월 한국에서 최초로 간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이제는 ‘간편 결제’가 익숙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만 해도 모바일로 결제할 때는 각종 인증을 거치는 것이 당연했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되는 ‘간편 결제’ 시스템은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대중적 플랫폼인 카카오톡과 인기 콘텐츠인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해 소비자들을 무섭게 끌어당겼다. 출범한 지 1년 만인 2015년 사용자가 500만 명, 5년 만인 2019년 3000만 명을 넘으며 규모의 경제에 도달했다. 플랫폼 기업에 이용자 수는 성과로 직결된다.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와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어느 정도 플랫폼 생태계를 완성하고 나야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구조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2017년 카카오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는데, 첫해 매출은 100억원을 겨우 넘었다. 이후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2020년 매출이 2844억원으로 3년 만에 약 27배 뛰었다. 2018년 965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20년 179억원으로 급감했다. 2020년 당기순손실은 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정도 개선됐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과 지표 중 하나인 거래액도 빠른 속도로 늘었다. 2017년 3조8000억원이었던 연간 거래액은 2018년 20조원, 2019년 49조1000억원, 2020년 67조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17.6배 성장한 셈이다.

지난 1분기엔 모회사인 카카오의 실적도 견인했다. 카카오페이의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뛴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카카오의 매출(1조2580억원)과 영업이익(1575억원)도 전년과 비교해 각각 45%, 79% 급증했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이에 따라 경쟁사인 네이버와 격차도 대폭 줄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매출 1조4991억원, 영업이익 2888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지만 8조4000억원에 그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에 실적이 크게 뒤졌던 것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핀테크 공룡이냐, 속 빈 강정이냐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카카오페이는 플랫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제와 송금 등 지불 결제 관련 서비스를 비롯해 투자·보험·대출 등 생활 금융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주식 거래·디지털 손해보험·마이데이터 등으로 영토를 넓혀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질주 중이다.

증권가에선 카카오페이가 ‘핀테크 공룡’이 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카카오의 계열사라는 점과 사업 영역을 확대해 몸집을 불린 것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현재 카카오페이의 기업 가치는 최대 18조원까지 평가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8조원, SK증권·신한금융투자·메리츠증권은 10조원 안팎으로 평가하고 있다. 카카오에서 분사할 당시 기업 가치가 58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년 새 몸값이 최대 30배 정도 뛴 것이다.

올해 실적도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간편 결제와 투자를 엮은 서비스들이 미래에 주된 소비 계층으로 발돋움할 2030세대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제한 후 남은 동전을 알아서 계산해 미리 지정한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가 대표적이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결제 시 리워드를 제공하고 잔액을 자동으로 투자해 수익을 제공해 주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며 플랫폼으로 결제 이용자를 유인하고 있다”며 “올해 연간 거래액 10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증권·보험 등 카카오페이가 새롭게 시도하는 시장에는 이미 기존 금융사들이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다. 이들은 최근 애플리케이션(앱)을 간편하게 하는 등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자산 관리는 물론 공과금 납부 등 비금융 서비스를 금융 앱에 탑재하며 반격의 칼을 갈고 있다.

고평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카카오페이의 시장 가치는 10조원이 넘지 않았다. 또 망 분리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망 분리 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처분과 함께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핀테크업계에선 망 분리 의무를 따르면 시스템 개발자가 개발을 위해 정보 처리 시스템에 원격으로 접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개발’ 업무에 한해서만이라도 망 분리 규제를 예외로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보안성을 이유로 쉽사리 망 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는 “망 분리 등 규제는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문제다. 당장의 규제 완화보다 다른 방법으로 지원받는 방법을 검토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카카오페이가 처음부터 빅테크로 분류되지 않았다. 스타트업인 토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자리를 잡을 때 기존 사업이 방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장의 제한이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 당국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로 금융 혁신 이끈 류영준 대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2015년 다음카카오(카카오) 핀테크 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부터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컴퓨터공학 학사·정보통신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개발자 출신 경영자다. 카카오톡 음성 채팅 ‘보이스톡’ 개발에 참여한 인물로 유명하다. 한국 최초로 간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문제를 찾아 해결한다’는 개발자 정신에서 출발했다. 류 대표는 지난해 11월 콘퍼런스에서 “곧 카카오페이를 통해 개인 투자 성향을 분석한 상품 추천과 보험 보장 분석을 통한 보험 제안, 최적화된 대출 금리와 한도 제공 등 개인에 최적화 금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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