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는 CJ ENM과 이를 저지하는 통신사 IPTV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CJ ENM과의 재계약 기한으로 알려진 오는 11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CJ ENM과의 재계약 기한인 오는 11일부터 자사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U+모바일TV에서 제공 중인 TvN, 엠넷, 투니버스 등 CJ ENM이 제공하는 10개 채널의 실시간 방송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KT의 OTT인 시즌(seezn)도 LG유플러스처럼 별도 공지를 하지 않았지만 11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CJ ENM과 케이블˙IPTV업계는 매년마다 프로그램 사용료를 두고 옥신각신해 왔다. 지난해 케이블TV사업자인 딜라이브와 IPTV업체인 LG유플러스는 CJ ENM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었으며 CJ ENM 측에서 프로그램 공급중단 공문을 발송하는 등 블랙아웃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결국 협상이 타결되며 블랙아웃은 면했지만, 각사간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ENM은 자사가 공급하는 콘텐츠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매년 전체 채널에 대해 약 25% 수준의 인상을 요구해오고 있다. 특히 CJ ENM 측은 IPTV사가 콘텐츠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음원, 웹툰, 극장 플랫폼 등이 고객들의 콘텐츠 이용료 가운데 약 50~70% 가량을 콘텐츠 제공사에 배분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현재 유료방송 플랫폼사가 챙겨가는 몫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CJ ENM 측은 IPTV 3사는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위성 플랫폼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의 프로그램 사용료율을 책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IPTV사가 홈쇼핑채널에서 받는 송출수수료는 지난 5년간 연평균 39.3%씩 인상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저지하려는 IPTV업계는 도저히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콘텐츠 사업자들이 자사 콘텐츠 공급 중단을 볼모로 과도한 사용료 인상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2019년 기준 CJ ENM이 전체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지급받은 프로그램 사용료는 2210억 원으로, 150여개 콘텐츠 사업자의 방송 프로그램 제공 매출액 중 3분의 1에 가까운 압도적인 규모라는 점에서다.
특히 IPTV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이번에 OTT와 IPTV에 대한 사용계약을 별도로 하는 인상안을 요구했다. IPTV업계는 LG유플러스에는 2~3배, KT에는 10배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IPTV협회는 “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자사 OTT사업의 성장을 위해 유료방송에서는 실시간 채널을 통해서만 방영하고, VOD는 자사 OTT에서만 볼 수 있도록 서비스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라며 “더욱이 유료방송 사업자의 모바일TV에는 콘텐츠 공급 대가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으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콘텐츠 공급 정책은 방송산업 생태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라며 “유료방송 가입자의 시청권을 볼모로 한 불공정 행위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CJ ENM은 이에 대해 “IPTV협회가 현재 협상 중인 내용을 오픈해 당황스럽다”라며 “그동안 OTT와 관련해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았고, OTT는 IPTV와 달리 셋톱박스 가입 유무와 상관없이 하는 휴대폰서비스이기 때문에 별도의 계약을 하자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입자 기준으로 환산해서 요구하기 위해 KT의 시즌과 LG의 모바일TV에 이용자 수 알려달라고 연초부터 요구를 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계약협상에 응하려는 의지 없이 여론플레이로 몰아가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사용료 싸움은 지난달 20일 IPTV협회가 콘텐츠 업계가 지나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다며 성명서를 내면서 촉발됐다. 사건이 더 커진 건 지난달 31일 CJ ENM 기자간담회에서 강호성 대표이사가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서 IPTV업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부터다.
강 대표는 “현재 SO들은 수익의 절반 이상을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SO들도 전향적인 상황인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IPTV사들이 인색한 것 같다”라며 “특히 선공급 후계약 시스템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CJ ENM측은 입장을 정리해 IPTV협회가 내놓은 성명문에 반박한 바 있다. 이후 IPTV협회는 CJ ENM 측의 논리를 재반박하는 입장문과 설명자료를 한 차례 더 배포하며 정면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