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 당국 제동으로 엔트그룹 상장 중단…플랫폼 타깃으로 반독점법도 개정
[글로벌 현장]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핵심 테크핀 계열사 앤트그룹은 지난해 11월 상장을 전격 중단했다. 중국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건 것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점을 상장 중단 조치의 이유로 제시했다.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중국 정부의 주요 타깃이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 창업자와 알리바바그룹이고 이걸 하기 위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규제를 들고나왔다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빅테크의 영향력 축소가 주된 목적이고 마윈 창업자와 알리바바는 시범 케이스로 걸렸다는 진단이다. 초기에는 마윈 창업자가 앤트그룹 상장을 앞두고 했던 금융 정책 비판 발언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이면서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자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상당 기간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금융업 규제로 수익원 조여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점유율은 59%에 달한다. 2위 징둥도 26%다. 온라인 거래가 전체 소매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이들의 시장 지배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음식 배달 시장에선 메이퇀이 65%, 알리바바 계열 어러머가 27%를 차지하고 있다.
텐센트의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사용자는 12억 명으로 아이와 노인 빼면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한다. 텐센트는 전자 상거래 2위 징둥, 3위 핀둬둬와 지분 제휴 관계를 맺고 이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에선 위챗페이가 8억 명, 알리페이가 7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당산 1당 체제를 위협할 잠재 리스크 요인이기도 하다.
중국은 빅테크의 주요 수익원인 소액 대출 등 금융업을 적극 규제하고 나섰다. 중국 모바일 결제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소비자가 각자의 계정에 넣어둔 돈으로 대출 사업을 벌여 왔다. 메이퇀과 징둥 등도 고객 예치금으로 금융업을 해왔다. 은행과 공동 대출 상품을 선보일 때도 자사 돈은 10%도 넣지 않았다.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대출 상품을 제시하기도 한다.
중국 당국은 빅테크들에 금융업 자회사들을 일괄 관리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 자산 1000억 위안(약 17조5000억원) 이상인 비은행 금융사에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고 지주사 면허를 받지 못하면 금융회사 지분을 팔거나 경영권을 포기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금융지주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산하 금융 자회사의 자본금 50% 이상을 출자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또 소액 대출 사업에서 대출금의 30% 이상을 자기 자본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기존에 등록한 지방자치단체 외의 지역에서 영업하려면 새 지역에서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전국 영업을 하려면 31개 성·시(省·市)에서 모두 면허를 따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 금융 당국은 이 규제를 알리바바그룹 계열 테크핀 업체인 앤트그룹에 처음 적용했고 텐센트를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앤트그룹은 현재 금융지주회사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말에는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텐센트 등 금융업을 하는 13개 기업을 소환해 금융 사업을 전면 재점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빅테크들이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게 되면 막대한 자본금을 납입해야 하며 각종 신사업을 할 때도 금융 당국의 까다로운 감독을 받아야 한다. 수익과 성장이 제한돼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빅테크 보유 정보 공유도 요구
중국 정부가 빅테크를 규제하는 또 다른 수단은 반독점 규제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독과점이나 문어발식 확장을 묵인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플랫폼 경제 분야 반독점 지침’을 내놓고 각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빅테크들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지침의 핵심은 독점적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지난해 12월 알리바바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알리바바는 2015년부터 타오바오나 티몰같은 자사 플랫폼 내 입점 업체들에 ‘이선일’, 즉 ‘양자 택일’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에서 물건을 팔려면 다른 플랫폼에서는 장사하지 말라고 강제했다는 얘기다.
알리바바는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 맞춤형 가격 정책을 세운 뒤 입점 업체들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시장감독총국은 이런 조사 끝에 지난 4월 알리바바에 182억2800만 위안(약 3조1100억원)의 벌금과 함께 행정지도서를 보내 경영진의 책임 이행, 내부 통제 강화, 입점 업체와 소비자 권익 보호 방안 개선 등을 요구했다.
3조원대의 벌금 규모는 반독점법 관련 역대 최대다. 2015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퀄컴에 부과했던 역대 최고액인 60억8800만 위안(약 1조400억원)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중국 시장감독총국이 텐센트에 반독점법 위반 등을 이유로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 이상의 벌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텐센트는 시가 총액 기준 중국 최대 기업이다. 사업 영역은 게임, 소셜 미디어, 클라우드 등 인터넷 분야 전반을 아우른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 왔다.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업체 메이퇀뎬핑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중국은 반독점법 제정 13년 만에 전면적인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법에서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됐던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중국의 최고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올 연말 상무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그동안 느슨한 감독 속에 빠르게 성장한 플랫폼 경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플랫폼 기업이 얼마나 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그 정보를 기반으로 업을 확대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고 있는지도 시장 지배적 지위를 판단할 때 반영하기로 했다.
중국은 빅테크들이 각자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확보한 소비자 정보를 통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중국이 구축하고 있는 ‘사회 신용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사회 신용 시스템은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도를 금전 거래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전 영역에서 수집한 정보로 평가하는 것이다. 치안·사법·금융·세무 등 44개 중국 국가 기관이 기업과 관련해 쌓아 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은 빅테크들에 소비자 정보를 내놓으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빅테크들에 출자를 받아 이런 정보를 관리하는 합작사를 만들 계획이다. 소비자 정보를 정부에 다 내놓고 또 공유도 하게 되면 플랫폼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빅테크들은 경쟁 우위가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앤트그룹은 모기업 알리바바 고객들의 소비 성향과 10억 명이 사용하는 알리페이 결제 정보 등을 활용해 독자적인 신용 등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신용 정보를 활용해 소액 대출, 보험, 자산 관리 등 금융업을 벌여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다른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부당한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게 중국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중국 시장감독총국과 교통부 등 8개 정부 기구는 최근 디디추싱과 메이퇀 등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10곳을 소환해 운송 데이터를 부당하게 독점하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