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은 지금”…몸값 뛰는 대우건설에 마음 급한 인수 후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예상 매각가 2조원…주가·실적 상승세에 더 오를 가능성

[비즈니스 포커스]


대우건설의 매각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체 건설 사업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주택 부문에서 매출 증가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실적이 늘어나면 몸값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인수 후보들은 매각가가 더 높아지는 것을 두려워해 현재를 ‘골든타임’으로 보고 급하게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당초 내년께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업황이 크게 개선된 현재를 적기라고 보고 계획을 앞당긴 상황이다. 대주주로선 실적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는 지금 시점을, 인수 후보 측에선 가격이 더 높아지기 전에 작업을 진행하려고 해 수요와 공급이 적절하게 맞은 셈이다.


예상 매각가 2조원, 상승세에 오를 가능성 높아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의 매각 자문사로 KDB산업은행 M&A실 및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을, 회계 자문사로는 EY한영을 선정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KDB인베스트먼트의 보유 지분 50.75%다. 예상 매각가는 2조원 안팎이다. 대우건설의 시가 총액(6월 8일 기준 3조8736억원)을 고려한 것인데 현재 상승세를 탄 주가를 고려하면 2조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도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대우건설 실적이 되살아나면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며 “현재 시기가 매각 적기라고 판단해 가격이 맞거나 좋은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3% 늘어난 5583억원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2294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7%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2~4분기 실적도 기대된다. 대우건설은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분양 물량 증가 규모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이 회사의 주택 신규 분양 물량은 2018년 1만4000호, 2019년 2만1000호, 2020년 3만4000호, 2021년 3만~3만5000호 등이다. 계속된 분양 물량 증가는 곧바로 실적 향상으로 연결된다.

최대 주주가 매각 방침을 정하자 대우건설도 조직 개편에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업 담당 김형 대표와 재무 담당 정항기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사업과 재무로 조직을 이원화해 본격적인 매각 대응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형 대표는 토목·주택건축·플랜트·신사업 등 사업본부와 인사관리지원본부·경영지원실·품질안전실 등을 담당한다. 정항기 대표는 미래전략본부와 재무관리본부 등을 맡는다.

정 대표는 KDB산업은행이 2019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추천한 인물이다.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가 된 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다.

그는 현대차 재경본부와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증권 등에서 기획본부장을 거쳐 한국 사모펀드 운용사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부사장을 역임했다. 여러 기업에서 재무 분야를 담당한 만큼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도 과거 경험치에 기초해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인수·합병(M&A)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동시에 수주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실적이 흔들리지 않도록 장기적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보 5곳 “몸값 더 높아지기 전에 사자”

대우건설의 주요 인수 후보는 현재 5곳이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 중흥그룹, 한앤컴퍼니, 중국건축정공사, UAE 아부다비투자청 등이다.

DS네트웍스는 한국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와 해외 인프라 투자회사 IPM 등을 끌어들여 대우건설 인수전에 나선다. DS네트웍스는 대우건설의 브랜드 아파트인 ‘푸르지오’ 사업장의 시행을 다수 맡아 온 실적이 있다. 인수 후 직접 시공까지 진행해 개발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중흥그룹은 이미 인수의향서(LOI)를 KDB인베스트먼트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사업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중흥은 해외 사업에 강점이 있는 대우건설 인수로 취약 사업 분야를 강화하려고 한다. 한앤컴퍼니는 인수전을 함께할 전략적 투자자(FI)를 찾아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건축정공사는 2017년 대우건설 매각 당시 중도하차한 바 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아부다비투자청은 앞서 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을 인수한 사례처럼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는 목표다.

인수 후보들은 대우건설의 몸값이 현재보다 더 높아지기 전에 인수 작업을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후보 집단에 이달 말까지 ‘법적 효력이 있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업계에선 이달 말 예비 입찰이 진행돼 다음 달 초 예비 후보 선정, 8월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역시 인수 후보가 써낼 ‘가격’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사모펀드나 컨소시엄, 해외 기업 등에 구애받지 않고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에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그 어느 때보다 대우건설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대우건설 매각이 진행될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4년 전과 달리 현재는 인수자 측이 급해진 상황으로 어느 후보가 끝까지 이 레이스를 완주할지는 미지수지만 인수 후 어떠한 시너지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 더 많은 기사가 궁금하시다면 네이버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다음 기사와 함께 더욱 다양한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