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값진 여행기…3개월 동안 남미 8개국 누벼
[서평]조헌주·이명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5800원
저자는 20대부터 여행을 즐겨 다니곤 했다. 20대의 여행엔 항상 동행자가 있었다. 각자의 삶이 바빠지는 30대에 들어서면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됐다. 물론 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문득 느껴지는 허전함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엄마’였다.
생각해 보니 그토록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간 적이 없었다. 주위를 보니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 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막연히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 생각하며 시간이 흐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저자 역시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계속 미루던 ‘언젠가’는 본인이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엄마와 단둘이 가는 여행을 하게 됐다. 여행지로 가까운 동남아나 우아하게 다녀올 수 있는 유럽 등 많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엄마의 의견에 따라 조금은 난도가 있는 남미를 선택하게 됐다.
사실 엄마와 저자는 팔짱을 서슴없이 끼고 함께 쇼핑하러 다니며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말하며 대화하는 그런 모녀 관계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빠듯한 살림에 4남매를 키우느라 바쁘게 살아온 엄마와 저자는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저자는 말수가 적은 아이였다. 마음속의 생각을 풀어 놓기보다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서먹한 관계인 엄마와 24시간을 붙어 있어야 한다니 처음엔 여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브라질·파라과이·칠레 등 남미 8개국을 여행한 후 어색했던 모녀 관계가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가 돼 있었다. 이 책은 3개월 동안 함께 남미를 누비며 다녔던 엄마와 딸의 여행기이자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다.
존재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
외국이란 곳이 주는 낯섦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남미는 유독 색다른 곳이다. 그중에서도 볼리비아에는 우유니 소금사막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는데 저자의 엄마는 이곳에서 하늘과 땅이 이어져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되지 않는 투명하고도 찬란한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을 볼 수 있어 너무 행운이라면서 말갛게 웃음 지었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양한 포즈를 지으며 사진을 촬영하는 엄마를 보면서 남미에 오지 않았더라면 엄마의 소녀 같은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그리고 파라과이에서는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이구아수폭포를 방문했다. 이구아수는 원주민어로 ‘큰 물’ 혹은 ‘위대한 물’이라는 뜻이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승용차로 6시간 그리고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쉽지 않은 코스였지만 엄마는 장엄한 폭포를 꼭 보고 싶다면서 연세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이구아수폭포는 이름 그대로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엄마는 폭포수에 옷이 젖어도 상관없다면서 온몸으로 폭포를 마주했다. 엄마의 용기에 저자는 또다시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들을 빼놓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개월간의 남미 여행. 엄마는 불평 한 번 없이 자신이 짊어야 할 짐을 지고 아픈 무릎에도 아프다고 내색하지 않으며 끝까지 딸을 인정해 주면서 그 험한 여행을 다 마쳤다. 실로 그 마음 깊이를 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엄마라는 존재. 그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사람이 바로 ‘엄마’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살아온 방식이 달라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딸로서는 엄마의 방법이 답답하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엄마와 3개월간 함께하면서 저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를 이해하게 됐고 사랑하게 됐다. 남미 여행을 끝낸 후 저자는 말한다. 더 늦기 전에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보길, 그리고 엄마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길…. 그녀는 오늘도 다른 여행지로 엄마와 함께 떠나기를 꿈꾸고 있다.
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 이 주의 책
부의 대전환 코인전쟁
박성준·김승주·한대훈·임동민·홍익희 지음 | 한스미디어 | 1만7000원
최근 들어 전 세계 주가의 흐름이 잠잠한 국면에 접어들자 넘쳐나는 유동성이 이른바 암호화폐, 속칭 ‘코인(coin)’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에 관한 관심은 남녀노소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것은 4년 전의 충격파보다 훨씬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의 아버지 격인 비트코인은 화폐 발행 권한의 탈중앙화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힘입어 탄생했다. 발권력을 독점한 중앙은행의 강력한 자장에서 자유롭다는 것이야말로 기존의 화폐와 비트코인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금이나 은, 석유나 달러 같은 화폐 혹은 화폐에 준하는 자산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화폐의 출현은 과연 우리의 미래를 어디로 이끌게 될까. 경제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하고 개인의 자산과 부의 구조는 또 어떻게 바뀌게 될까.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
최형욱 지음 | 한스미디어 | 1만7000원
메타버스는 비즈니스와 산업은 물론 교육·건강·여가 등 일상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우리가 꿈꿔 왔던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를 모르고서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메타버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개발된 시뮬레이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다. 한 예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0년 선거 유세 때 Z세대와 만나기 위해 ‘모여봐요 동물의 숲’ 안에서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이는 젊은층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치에 메타버스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 책은 메타버스란 무엇이고 현재 어느 시점까지 실생활과 경제에 접목돼 있는지 서술한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즈니스의 핵심인 ‘가상 경제(버추얼 이코노미)’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린이 첫 투자 수업
다일린 레들링 지음 | 강동혁 역 | 주니어김영사 | 1만2800원
부동산·주식·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지난 1년 사이 미성년자들의 주식 계좌 개설이 열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이제 금융과 투자 교육 열풍이 청소년 심지어 아이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이런 열풍에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금융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제 막 금융 교육의 중요함을 깨달은 몇몇 초등학교들이 자체적으로 금융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수는 미미하다. 심지어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금융 기초 지식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기만 하다. 이 책은 어린이 도서 시장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어린이 ‘첫 투자 도서’로 쉽고 재미있게 아이들에게 금융과 투자 상식을 전달한다.
선택 설계자들
올리비에 시보니 지음 | 안종희 역 | 인플루엔셜 | 1만9800원
이 책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벌어진 의사 결정의 치명적 실수를 35가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스토어의 성공 신화를 쓴 론 존슨이 JC페니에서 크게 실패한 사건을 들 수 있다. 2011년 당시 1100개의 체인을 보유한 대형 백화점 JC페니는 론 존슨을 영입한다. 론 존슨이 노쇠한 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론 존슨은 기존 JC페니의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애플스토어에서의 성공 전략을 모두 적용하지만 이는 곧 무참한 실패로 끝이 났다. 결국 존슨은 JC페니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지 1년 반 만에 해임된다. 이사회는 챔피언을 믿었고 그 챔피언은 자신의 경험을 신뢰했다. 저자는 이들의 확증 편향과 스토리텔링이 경계심과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 것이라고 말한다.
부의 시나리오
오건영 지음 | 페이지2북스 | 1만8000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전 국민 주식 시대가 열렸다. 용돈을 모아 주식 투자를 시작한 10대부터 은퇴 자금으로 투자하는 60대까지 너도나도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빨갛게 과열됐던 주식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를 만난 직후 급격히 빠른 속도로 부의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주식을 시작한 동학개미군단은 지금 첫째 변곡점을 맞이했다. ‘곧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공포가 본격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 것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 직후였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투자를 해야 한다며 마이너스 통장까지 뚫어 투자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1년 전 수익률을 높여 줄 기업을 찾으며 종목 선정에 시간을 쏟았다면 지금은 다가올 인플레이션을 대비할 때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