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UV 최장수 모델”…기아 스포티지가 달려온 30년 역사
입력 2021-06-16 06:22:01
수정 2021-06-16 06:22:01
풀 사이즈→도심형 SUV로 전환 이끈 혁신 모델, 글로벌 판매량 614만 대
기아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는 국산 SUV 중 최장수 모델이다. 또 기아 차량 중에서는 봉고에 이어 둘째로 장수하는 모델이다. 1991년 콘셉트 모델로 시장에 나온 이후 스포티지는 30년이 흐른 현재까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SUV 시장에서 ‘베스트 셀링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포티지는 기아가 독자 개발한 첫 4WD 차량이다. 1991년 도쿄 국제 모터쇼에서 콘셉트 모델로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도심형 콤팩트 SUV 차량인데다 한국에서 독자 개발한 SUV라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정식 출시돼 소비자를 만난 것은 1993년 7월이다. 당시 모델에는 2.2 디젤 엔진과 2.0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변속기는 자동 4단과 수동 5단 등을 사용했다.
SUV 시장에 새바람 일으킨 스포티지
1980년대 글로벌 SUV 시장은 각진 디자인과 집처럼 큰 덩치를 가진 ‘풀 사이즈’ SUV가 대부분이었다. 이때 기아산업(현 기아)과 소형차 공동 제작(1세대 프라이드)으로 제휴하고 있던 미국 포드가 콤팩트 SUV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도심에 어울리는 차량인 스포티지 1세대가 등장했다.
차체 길이는 4045mm, 높이는 1655mm로 짧고 낮았다. 예비 타이어를 넣을 공간이 어정쩡해지면서 차 뒷부분에 장착하는 형태를 갖췄다.
또 차체 무게가 가벼운 것도 엔진의 힘이 좋은 것도 특징이다. 1990년대 인기리에 판매된 현대차의 갤로퍼 1세대 쇼트 보디와 롱 보디의 공차 중량은 각각 1600kg, 1800kg이었다. 스포티지는 갤로퍼보다 200~400kg 가벼웠다. SUV임에도 당시 인기 차량이던 포텐샤와 비슷한 무게였다.
작은 차체와 가벼운 무게에도 엔진의 마력·출력·배기량이 강력했다. 출력은 SOHC가 99마력, DOHC가 136마력으로 각각 최고 속도가 시속 156km, 시속 170km로 당시 SUV 차량 중 파격적인 주행 성능을 자랑했다.
바퀴 부분의 프레임을 휜 상태로 제작해 최저 지상고를 크게 낮췄다. 도요타와 혼다는 이를 벤치마킹해 ‘RAV4’와 ‘CR-V’ 등에 비슷한 프레임을 장착했다. 낮은 지상고는 포장도로를 더욱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했다.
기아는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은 변방 브랜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스포티지 출시 이후 SUV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세계 최초의 도시형 SUV를 생산하는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누적 판매량 614만 대, 기아 차량 중 1위
스포티지는 2002년부터 2년간 잠시 단종됐다. 공백기는 기아차의 부도로 현대차그룹에 편입되면서부터다. 1세대 스포티지는 1세대 쏘렌토에 프레임을 넘겨주면서 한국에서는 같은해 9월, 수출은 다음해까지 진행됐다.
최종적으로 1세대 모델은 한국에서 9만 대, 해외에서는 45만 대가 팔렸다. 당시 한국에선 여전히 세단의 인기가 SUV보다 높았다. 반면 해외에서는 SUV 차량의 수요가 많아 5배 정도 많이 팔렸다.
기아가 현대차에 자리잡은 이후 2004년 스포티지 2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모노코크 보디를 활용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부드러운 승차감을 자랑했다. 2년이라는 공백기 동안 도심형 SUV 시장은 RAV4와 CR-V 등 후발 주자가 점유율을 상당히 늘린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의 이름을 물려받은 ‘뉴 스포티지’는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판매량을 달성했다. 현대차의 투싼과 ‘디자인은 다르지만 같은 형제 차’라는 오명에도 1990년대부터 활약한 스포티지의 익숙함에 소비자들은 이 차량을 많이 선택했다.
뉴 스포티지는 2010년까지 판매됐고 3세대 모델인 ‘스포티지R’에 자리를 물려줬다. 스포티지R은 역대 스포티지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다. 뉴 스포티지는 형제 차 투싼과 닮은 구석이 많았지만 스포티지R은 전혀 다른 느낌의 디자인을 자랑했다.
유럽 출신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에 입사한 후 그가 차량 제작에 크게 개입해 출시한 차량이다. 또 43개월이라는 개발 기간 동안 2400억원이 투입됐다. 스포티지R은 2011~2015년 연간 30만 대가 넘게 팔렸다.
4세대 모델은 2015년 9월 출시됐다. 개발에만 3900억원이 투입돼 이전 모델보다 디자인과 주행 성능, 각종 편의 규격이 적용돼 안정성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완벽한 주행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 기간 중 주행 테스트만 100km 이상 진행했다.
스포티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의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36만6929대가 팔려 기아 전체 차종 중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누적 판매량은 지난 5월 기준 614만 대다. 해외에서만 538만 대가 팔렸다.
기아는 최근 6년 만에 풀 체인지된 5세대 신형 스포티지를 공개했다. 기아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호랑이코’ 라디에이터 그릴과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가 연결돼 미래 지향적 이미지가 구현됐다. 실내는 12.3인치 계기반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또한 한국 준중형 SUV 중 처음으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기아 관계자는 “스포티지에 대한 꾸준한 사랑을 기반으로 최근 글로벌 누적 전체 판매량 5000만 대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며 “베스트셀러인 스포티지의 5세대 모델 출시를 기점으로 국내·해외 판매량을 늘릴 수 있도록 영업력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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